발이부중(發而不中)이면 반구제기(反求諸己)하라

지역내일 2010-08-20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 첨성대 측우기 팔만대장경 도자기 한글 등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우리의 문화유산 중에서 세계적으로 그 가치와 기능성과 아름다움을 함께 평가 받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고유한 활, 국궁입니다.
국궁에서는 화살을 쏜다는 표현보다는 화살을 낸다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쏜다’는 표현이 공격적이고 위협적이라면 ‘낸다’는 표현은 멋스럽고 풍류가 깃든 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내놓는다는 것은 작품을 발표하거나 마음을 드러내 놓거나 귀중품을 전시하거나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며 평가를 바랄 때 쓰는 멋스러운 표현이지요.
활을 내는 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산세와 지형을 살피고 바람의 크기와 방향 등을 가늠합니다(선찰지형先察地形 후찰풍세後察風勢). 그 다음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몸의 자세를 바로 잡습니다(흉허복실胸虛腹實 비정비팔非丁非八). 활을 낼 준비가 되었으면 활을 앞손으로 힘껏 밀면서 뒷손으로는 화살을 쥐고 팽팽히 당깁니다. 앞손과 뒷손이 평형을 이루었을 때 화살을 냅니다(전추태산前推泰山 후악호미後握虎尾). 정성스럽게 활을 낸 후에 화살이 표적에 맞지 않았다면 자신의 가늠이나 호흡이나 자세나 화살을 내는 발시 과정 중에 흐트러짐이 없었는지 반성을 합니다(발이부중發而不中 반구제기反求諸己).
여덟 가지 원칙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맨 마지막에 소개해드린 반구제기(反求諸己)입니다. 반구제기란 글자 그대로 ‘허물을 자기 자신에게서 구한다’는 말이지요.
사서삼경인 중용과 맹자, 명심보감 등 고전의 여러 부분에서 언급되고 있는 ‘반구제기’의 의미는, ‘사람을 사랑하는데 있어서 그 사람이 친해주지 아니하면 자기의 사랑하는 마음을 반성하고, 사람을 다스리는데 있어서 그 사람이 다스려지지 않으면 나의 지혜를 반성하고, 사람을 예의로 대하는데 있어서 그 사람이 화답해 주지 않으면 나의 공경함을 반성할 것이다. 꾸준히 행하여도 바라던 것을 얻지 못하였다면 자기 자신을 돌이켜보면서 그 원인을 구하라. 자기 몸이 올바르면 온 천하가 제 갈 길로 돌아갈 것이다’라는 것이지요.
남의 허물은 쉽게 보이지만, 자신의 허물은 깨닫기 쉽지 않습니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그리고 사회활동 속에서 모든 문제의 원인이 나 자신에게 있지나 않았는지 겸허하게 되돌아보고 스스로를 개선하고 노력하는 사이에 문제점들이 저절로 해결될 것입니다.
한여름의 무더위도 내 탓이 절반입니다. 반구제기하시는 가운데 몸도 마음도 건강하고 시원한 여름철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늘푸른한의원 김윤갑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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