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후 줄곧 부부 싸움을 하면서도 그 이유를 찾지 못했다면 부부 싸움을 몰고 온 스트레스의 원인부터 짚어봐야겠다. 남편과 아내가 느끼는 스트레스의 지점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사랑하지만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스트레스를 둘러싼 남편과 아내의 서로 다른 시선에 관한 이야기.
말 한마디에 ‘울컥’하는 아내 vs.
자존심에 ‘발끈’하는 남편
얼마 전 남편과 부부 동반 모임에 나섰던 이효순(가명, 37·신창동)씨는 돌아오는 길에 남편과 말다툼을 크게 했다. 술자리에서 나온 남편의 지나친 말 때문이다. 술이 거나하게 취했다고는 하지만, 전날 밤의 부부 관계를 대놓고 친구들에게 얘기하는 남편을 보고 이씨는 기겁을 했다. 얘기인즉, “우리 부부의 밤은 여전히 뜨겁다”는 자랑이었다. 불 같이 화를 내는 아내에게 남편은 “없는 사실을 말한 것도 아닌데 왜 그리 화를 내냐?”며 오히려 황당해했다는데…. 그런 남편을 보며 이씨는 “어떻게 우리 둘만의 일을 동네방네 얘기하고 다닐 수 있냐?”며 눈물까지 글썽였다. 느닷없는 아내의 눈물에 남편은 곧장 사과를 했지만, 이씨는 2~3주가 지난 지금까지 남편에 대한 분노를 거둘 수 없단다. 이씨에게 남편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남자’였다.
아내는 ‘공감 부족’,
남편은 ‘능력 부족’에 스트레스
다음은 스트레스를 둘러싼 남녀의 차이에 대한 손석한 원장의 설명이다. “남편은 실제 자신의 능력이 부족하거나 주변에서 요구하는 기대가 많을 때 스트레스를 많이 느낍니다. 말하자면 업무 자체에 대한 스트레스죠. 반면 아내는 정서적인 만족감이 떨어질 때 스트레스를 느껴요. 즉 양육이나 집안일을 잘했는가도 중요하지만, 주변에서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대해서 더욱 예민한 편이죠. 결국 주변의 비난과 지적에 더욱 민감한 건 아내죠. 이런 면에서 아내는 정서적 부하(emotional loading) 혹은 관심의 결핍에 취약하죠.”
스트레스를 느끼는 가장 큰 요인을 짚는다면 남자는 ‘능력’, 여자는 ‘공감’을 꼽을 수 있다. 이는 인터넷에 떠도는 ‘남편(아내)에게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말’이라는 항목에서도 잘 드러나는데 좀더 살펴보면 이렇다. 아내가 남편에게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말로는 “당신 월급이 얼마야?” “앞으로 뭐 먹고 살아?” “당신 식구들은 왜 그 모양이야?” “옆집 김 과장 또 승진했다는데?” “왜 툭하면 고함부터 질러?” “그럴 줄 알았어~” “애들이 당신 보고 뭐라고 하는 줄 알아?” 등 수입이나 가장으로서 리더십, 가사 노동 참여, 자녀 양육과 교육의 제공, 아내의 심리적인 욕구 충족 등 대다수가 남편의 ‘능력 부족’을 언급한 얘기들이다.
반대로 남편이 아내에게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말에는 “종일 뭐 했어? 집이 이게 뭐야?” “당신 몸매나 좀 가꾸지?” “애들이 왜 저 모양이야?” “당신이 뭘 안다고 그래?” “당신도 돈 벌어와~” “화장품 바르면 뭘 해. 그게 그 얼굴이지!” “피곤하게 하지 마!” “짜는 소리 좀 하지 마!” “또 시작이야?” 같은 얘기들이 있다. 모두 자녀는 잘 키우는지, 집안일은 잘하는지에 대한 평가다. 정작 아내가 원하는 건 자녀 양육과 가사 노동에 대한 남편의 공감과 지지다. 결국 이러한 공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 아내들은 분노와 좌절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부부 간 스트레스 아내가 남편보다 높아
이쯤에서 재미있는 조사 결과를 살펴보자. 독일의 인구통계학연구소에서는 부부 200만 쌍의 자료를 분석해 부부의 나이 차와 관련한 평균수명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7~9세 연하 남편을 둔 여성은 비슷한 연령대의 남편을 둔 여성에 비해 일찍 죽을 가능성이 20퍼센트 높은 반면, 반대로 7~9세 연하 아내와 결혼한 남성은 비슷한 연령대의 아내를 둔 남성에 비해 일찍 죽을 가능성이 11퍼센트 낮게 나타났다. 나이 많은 남편의 ‘능력’에 대해 어린 아내들의 불만은 적지만, 나이 어린 남편의 ‘공감’에 대해 나이 많은 아내들이 느끼는 불만은 훨씬 크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한 지붕 아래 사는 남편과 아내 중 보다 스트레스를 받는 쪽은 누구일까? 영국에서 그를 알아보는 설문 조사가 진행되었다. 랭커스터 대학교의 건강심리학과 캐리 쿠퍼 교수는 맞벌이 남녀 3천 명을 대상으로 ‘배우자와 직장 상사 중 누구와 함께 있는 것이 더 스트레스를 일으키는가’ 물었단다. 결과는 58퍼센트가 남편이나 아내와 함께 있을 때 스트레스를 더 받는다고 답했다. 특히 남자보다는 여자들이 배우자와 있을 때 더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고백했다. 직장 업무와 집안일을 동시에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그 원인으로 꼽힌다.
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힘든 걸 상대방도 알겠지~’라는 막연한 기대감이다. 그런 기대감이 있는 이상, 상대방이 자신의 스트레스를 이해하지 못할 때 “내 말을 무시하는 거야?” “나에게 관심이 없어” “자기만 아는 이기주의자야” 식의 해석을 하는 것. 이는 곧 상대방이 나의 스트레스를 이해하거나 인정하려 하지 않고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는 결론으로 치달아 더 큰 문제를 낳는다.
언제, 어떻게, 왜 스트레스 받는지
구체적으로 일러줘야
상대의 스트레스를 이해하지 못하면 그것만으로도 또 다른 스트레스를 낳게 마련. 명절이면 쌓여가는 가사 노동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퉁퉁 부은 아내 때문에 남편까지 덩달아 스트레스 받는 것도 그 좋은 예다. 손석한 원장은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서로 차이를 명확히 알아두되, 그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다음은 손 원장이 일러주는 보다 건강하게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부부를 위한 지침이다.
첫째, 힘든 것은 정확하게 표현한다. ‘남편이(아내가) 내 마음을 다 알겠지~’라는 착각은 이제 그만! 막연하게 ‘힘들어’ ‘스트레스 받아’라는 표현보다는 무엇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받는지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게 필요하다. 이를테면 “당신이 술 마시고 늦게 귀가하면 난 아이들을 혼자서 돌보느라고 힘에 부치고 화가 나. 또 당신이 사고 날까 걱정스런 마음이 들어서 불안하고 잠이 오지 않아”라고 말하라는 것.
둘째, 나의 스트레스를 이해하지 못한다 해서 상대방을 비난하지 않는다. ‘당신 때문에~’라는 말은 가급적 피한다. 자신이 비난 받는다고 생각하면 상대방은 결코 더 이상 대화를 원하지 않는다. 상대방에 대한 비난보다는 내가 부탁한다는 입장에서 요구하는 게 바람직하다.
셋째, 스트레스로 인한 이기려는 마음을 버린다. 누가 이기는지 한번 해보자는 식으로 끝까지 말을 하지 않는다거나 말싸움에서 지지 않으려고 하는 태도는 반드시 버려야 한다. 오히려 스트레스가 가중되기 때문. 이겼다는 느낌은 잠깐일 뿐, 관계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손 원장의 지적.
문영애 리포터 happymoon3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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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마디에 ‘울컥’하는 아내 vs.
자존심에 ‘발끈’하는 남편
얼마 전 남편과 부부 동반 모임에 나섰던 이효순(가명, 37·신창동)씨는 돌아오는 길에 남편과 말다툼을 크게 했다. 술자리에서 나온 남편의 지나친 말 때문이다. 술이 거나하게 취했다고는 하지만, 전날 밤의 부부 관계를 대놓고 친구들에게 얘기하는 남편을 보고 이씨는 기겁을 했다. 얘기인즉, “우리 부부의 밤은 여전히 뜨겁다”는 자랑이었다. 불 같이 화를 내는 아내에게 남편은 “없는 사실을 말한 것도 아닌데 왜 그리 화를 내냐?”며 오히려 황당해했다는데…. 그런 남편을 보며 이씨는 “어떻게 우리 둘만의 일을 동네방네 얘기하고 다닐 수 있냐?”며 눈물까지 글썽였다. 느닷없는 아내의 눈물에 남편은 곧장 사과를 했지만, 이씨는 2~3주가 지난 지금까지 남편에 대한 분노를 거둘 수 없단다. 이씨에게 남편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남자’였다.
아내는 ‘공감 부족’,
남편은 ‘능력 부족’에 스트레스
다음은 스트레스를 둘러싼 남녀의 차이에 대한 손석한 원장의 설명이다. “남편은 실제 자신의 능력이 부족하거나 주변에서 요구하는 기대가 많을 때 스트레스를 많이 느낍니다. 말하자면 업무 자체에 대한 스트레스죠. 반면 아내는 정서적인 만족감이 떨어질 때 스트레스를 느껴요. 즉 양육이나 집안일을 잘했는가도 중요하지만, 주변에서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대해서 더욱 예민한 편이죠. 결국 주변의 비난과 지적에 더욱 민감한 건 아내죠. 이런 면에서 아내는 정서적 부하(emotional loading) 혹은 관심의 결핍에 취약하죠.”
스트레스를 느끼는 가장 큰 요인을 짚는다면 남자는 ‘능력’, 여자는 ‘공감’을 꼽을 수 있다. 이는 인터넷에 떠도는 ‘남편(아내)에게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말’이라는 항목에서도 잘 드러나는데 좀더 살펴보면 이렇다. 아내가 남편에게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말로는 “당신 월급이 얼마야?” “앞으로 뭐 먹고 살아?” “당신 식구들은 왜 그 모양이야?” “옆집 김 과장 또 승진했다는데?” “왜 툭하면 고함부터 질러?” “그럴 줄 알았어~” “애들이 당신 보고 뭐라고 하는 줄 알아?” 등 수입이나 가장으로서 리더십, 가사 노동 참여, 자녀 양육과 교육의 제공, 아내의 심리적인 욕구 충족 등 대다수가 남편의 ‘능력 부족’을 언급한 얘기들이다.
반대로 남편이 아내에게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말에는 “종일 뭐 했어? 집이 이게 뭐야?” “당신 몸매나 좀 가꾸지?” “애들이 왜 저 모양이야?” “당신이 뭘 안다고 그래?” “당신도 돈 벌어와~” “화장품 바르면 뭘 해. 그게 그 얼굴이지!” “피곤하게 하지 마!” “짜는 소리 좀 하지 마!” “또 시작이야?” 같은 얘기들이 있다. 모두 자녀는 잘 키우는지, 집안일은 잘하는지에 대한 평가다. 정작 아내가 원하는 건 자녀 양육과 가사 노동에 대한 남편의 공감과 지지다. 결국 이러한 공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 아내들은 분노와 좌절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부부 간 스트레스 아내가 남편보다 높아
이쯤에서 재미있는 조사 결과를 살펴보자. 독일의 인구통계학연구소에서는 부부 200만 쌍의 자료를 분석해 부부의 나이 차와 관련한 평균수명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7~9세 연하 남편을 둔 여성은 비슷한 연령대의 남편을 둔 여성에 비해 일찍 죽을 가능성이 20퍼센트 높은 반면, 반대로 7~9세 연하 아내와 결혼한 남성은 비슷한 연령대의 아내를 둔 남성에 비해 일찍 죽을 가능성이 11퍼센트 낮게 나타났다. 나이 많은 남편의 ‘능력’에 대해 어린 아내들의 불만은 적지만, 나이 어린 남편의 ‘공감’에 대해 나이 많은 아내들이 느끼는 불만은 훨씬 크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한 지붕 아래 사는 남편과 아내 중 보다 스트레스를 받는 쪽은 누구일까? 영국에서 그를 알아보는 설문 조사가 진행되었다. 랭커스터 대학교의 건강심리학과 캐리 쿠퍼 교수는 맞벌이 남녀 3천 명을 대상으로 ‘배우자와 직장 상사 중 누구와 함께 있는 것이 더 스트레스를 일으키는가’ 물었단다. 결과는 58퍼센트가 남편이나 아내와 함께 있을 때 스트레스를 더 받는다고 답했다. 특히 남자보다는 여자들이 배우자와 있을 때 더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고백했다. 직장 업무와 집안일을 동시에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그 원인으로 꼽힌다.
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힘든 걸 상대방도 알겠지~’라는 막연한 기대감이다. 그런 기대감이 있는 이상, 상대방이 자신의 스트레스를 이해하지 못할 때 “내 말을 무시하는 거야?” “나에게 관심이 없어” “자기만 아는 이기주의자야” 식의 해석을 하는 것. 이는 곧 상대방이 나의 스트레스를 이해하거나 인정하려 하지 않고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는 결론으로 치달아 더 큰 문제를 낳는다.
언제, 어떻게, 왜 스트레스 받는지
구체적으로 일러줘야
상대의 스트레스를 이해하지 못하면 그것만으로도 또 다른 스트레스를 낳게 마련. 명절이면 쌓여가는 가사 노동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퉁퉁 부은 아내 때문에 남편까지 덩달아 스트레스 받는 것도 그 좋은 예다. 손석한 원장은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서로 차이를 명확히 알아두되, 그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다음은 손 원장이 일러주는 보다 건강하게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부부를 위한 지침이다.
첫째, 힘든 것은 정확하게 표현한다. ‘남편이(아내가) 내 마음을 다 알겠지~’라는 착각은 이제 그만! 막연하게 ‘힘들어’ ‘스트레스 받아’라는 표현보다는 무엇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받는지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게 필요하다. 이를테면 “당신이 술 마시고 늦게 귀가하면 난 아이들을 혼자서 돌보느라고 힘에 부치고 화가 나. 또 당신이 사고 날까 걱정스런 마음이 들어서 불안하고 잠이 오지 않아”라고 말하라는 것.
둘째, 나의 스트레스를 이해하지 못한다 해서 상대방을 비난하지 않는다. ‘당신 때문에~’라는 말은 가급적 피한다. 자신이 비난 받는다고 생각하면 상대방은 결코 더 이상 대화를 원하지 않는다. 상대방에 대한 비난보다는 내가 부탁한다는 입장에서 요구하는 게 바람직하다.
셋째, 스트레스로 인한 이기려는 마음을 버린다. 누가 이기는지 한번 해보자는 식으로 끝까지 말을 하지 않는다거나 말싸움에서 지지 않으려고 하는 태도는 반드시 버려야 한다. 오히려 스트레스가 가중되기 때문. 이겼다는 느낌은 잠깐일 뿐, 관계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손 원장의 지적.
문영애 리포터 happymoon3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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