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모습의 실버 스토리, 온라인 세상에 담아내다
예전처럼 60세 환갑이라고 잔치를 하던 시대는 끝났다. 현재를 사는 우리들은 자신의 나이의 0.7을 곱한 나이, 즉 요즘 나이 80세면 예전 56세의에 불과한 장년의 나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한 시대에 살고 있다. 실제로 우리는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너무나 젊고 멋진 모습으로 살아가는 시니어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실버기자들이 만드는 인터넷 세상 ‘실버넷 뉴스’(이하 실버넷)에서 실버들의 긍정적인 모습을 담아내는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방석원 씨(64세)도 그런 멋진 시니어의 한 사람. 광화문에 있는 고대 동문회 사무실에서 후배 기자들이 송고한 기사를 데스킹하느라 바쁜 방석원 씨를 만났다.
우연치 않은 사고가 봉사하는 삶으로 이끌어
세대 간의 갈등은 무엇보다 소통의 부재에서 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通할리 있겠는가. 실버넷은 세대 간의 이질감을 없애고 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하게 살아가는 실버들의 모습을 담아내는 소통의 장으로, 전국적으로 2만 명이 넘는 인터넷 독자를 가진 언론기관. 고령화 사회 실버들에게 인터넷 무료교육을 실시하던 ‘실버넷 운동본부’가 비상업적, 비정치적 실버언론을 기치로 지난 2001년에 창간했다. 방석원 씨는 3기 기자로 시작해 5년 째 실버넷에서 기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시민사회부 부장을 맡고 있다. “아시겠지만, 메이저 언론기관의 부장과 비교가 되겠습니까? (웃음). 언론기관이라고는 하지만 우리는 무보수로 일하는 봉사 차원의 시민기자입니다.” 봉사차원의 취재보도라고 하지만, 실버넷의 기사들을 읽다보면 다양한 경력과 연륜으로 담아낸 필력들이 만만치 않다. 방석원 씨도 사회의 근간이 되는 인재들을 배출하는 교육 사업가로 오랫동안 활동한 사람.
“학원 사업을 오래 했어요. 그러다 사고가 있었죠. 그날 마침 학원통학버스 기사가 결근해 대신 통학버스를 운전하다 사고를 냈어요. 일이 꼬이려고 그랬는지 그 사고가 소송까지 가면서 일 년이 넘는 시간을 끌었어요.” 세상에 다시 못할 짓이 송사(訟事)라고 하지 않던가. 성공적인 교육 사업가로 수 십 년을 일하면서 보람과 긍지가 컸던 만큼, 생각지도 않았던 송사는 그를 지치게 만들었다. 그래서 “지치지고 하고 그동안 사회에서 많이 받았으니 이제 사회에 돌려주자”는 심정으로 2002년 사업을 접었다고. 그리고 그때부터 그동안 틈틈이 해왔던 봉사를 더 적극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시간을 내면 할 수 있는 일일 뿐...
봉사라고 떠벌릴 것도 못된다고 손사페치지만, 사실 방석원 씨는 사업을 접기 이전 1999년부터 동네의 반신불수 청년에게 때밀이 봉사를 해왔다. “1999년 서울 잠실에서 지금의 행신동 무원마을로 이사를 왔어요. 그런데 어느 날 아파트게시판에 목욕봉사 할 사람을 찾는다는 공고문이 붙어 있더라고요. 그때부터 일주일에 2번, 그 청년 때를 밀어 줬어요.” 군 입대 전까지 건장했던 청년이 사고로 반신불수가 되어 8순의 노모의 보살핌을 받고 있던 불우한 이웃을 위해, 사업으로 바쁜 일정 속에서도 시간을 내 목욕봉사를 펼치던 방 씨. 그 청년과의 인연은 청년의 노모가 세상을 뜨고 그가 요양시설에 들어갈 때까지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 뿐만 아니라 청년을 통해 알게 된 시각장애인 목사를 위해 영어와 수영을 가르쳐 주는 등 그의 봉사는 아내도 모르게 수 년 간 이어져 왔다. “시각장애인인 목사님이 자신이 초등학교 졸업만 했는데 영어를 가르쳐 줄 수 없겠느냐고 해서 그러자고 했지요. 그런데 점자화된 영어교과서가 딱 한 권 밖에 없는거예요.” 그래서 직접 점자를 배워가면서 가르쳤고 목사 제자는 신학대학을 졸업했다. “이런 일이 봉사랄 것도 없고, 봉사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것도 아니에요. 그냥 우연히 인연이 시작됐고 시작한 일이니 끝까지 도와주자고 하던 것이 지금까지 이어진거죠.” 영어를 가르치다 보니 어느 날은 수영을 가르쳐줄 수 없냐고 해서 “잠실에서 살 때 수영을 배운 적이 있던 터라” 그러자고 한 일이 일주일에 3번씩 어울림누리 수영장을 다니게 됐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방석원 씨. 하지만 장애인은 아예 수영장 입장이 불가해 사정사정해 허락을 받아내는 일부터, 강습 중에 휘두른 팔에 성추행범으로 몰린 목사제자를 대신해 백배 사죄한 일 등등. 도대체 그의 마음은 얼마나 깊은 것일까 궁금해졌다. “혹시 신실한 신앙인이 아닐까?”하는 질문에 “누구나 남을 돕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시간을 한 번 내기가 어려울 뿐이죠, 시간만 내면 할 수 있는 일인데, 사업을 접고 시간적 여유가 생겨 한 일일 뿐”이라는 방 씨. “얼마 전부터 교회에 나가기는 하지만, 그 이전에는 아니었고 또 신앙심과는 무관하다”는 대답이다.
세대 간의 이질감을 없애고 당당한 실버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보람 커
지금까지 그랬듯이, 실버넷 기자도 우연찮게 시작했고 봉사의 일원으로 성심을 다하고 있을 뿐이라는 방 씨. “실버들의 긍정적인 모습을 사회에 알리고 그들의 의식개혁과 정보화 사회를 살아가는 실버들의 현장을 생생하게 취재보도 하는 일이 행복해요. 보람도 크고요. 거대담론이 아니라 우리 실버들이 소소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서로 용기를 얻고 사회의 일원으로 역할을 담당하는 일에 적극적이고 자신감을 얻게 되길 바랍니다.”
모든 일이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고 하지만 수년 간 지속적이고 규칙적으로 누군가를 위해 조건 없이 시간을 내고 도움을 준다는 것은 분명 쉬운 일이 아니다. 겉으로 온화해 보이지만 내면에 남다른 열정을 가진 방 씨의 노력은 실버넷에서도 예외는 아닐 터. 실버넷 6개 부서 중 시민사회부 부장을 맡은 것도 우연은 아니다. 그동안 송해, 전원주 등 비중 있는 인물들을 어렵게 섭외하고, 연륜과 경륜이 아니면 풀어내지 못할 인터뷰 기사로 실버넷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해왔기 때문에 책임 있는 자리를 맡게 된 것.
어쩌면 인생의 위기가 그의 인생2막, 더 깊고 아름다운 삶으로 이끌게 된 계기가 아니었을까. “2년 전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추석 때 그동안의 봉사가 고맙다고 보낸 배 한 상자 때문에 아내에게 들켰지만 이런 일 사실 아내도 모르게 해온 일인데...“ 과장 없이 기사화해달라고 거듭 부탁하지만, 실버넷에서도 그는 시민사회부 부장으로서뿐 아니라 봉사부장으로 더 유명하다. 기자단 커뮤니티를 통해 다율공동체의 ‘밥퍼’ 봉사와 일손 부족한 농촌 돕기 등 수시로 자원봉사 팀을 꾸려 도움이 필요한 곳으로 달려가기 때문이다.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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