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적 의미로 사용되던 가족력이 새롭게 사용되고 있다. 선대의 질병을 토대로 ‘예비 환자’ 취급을 받기 쉽던 가족력 대신 어려움과 난관을 이겨내는 힘의 원천으로 새삼 주목 받는 것. 부정적인 의미를 걷어내면 가족력은 여러모로 더 나은 삶을 위한 밑바탕이 된다. 21세기 새롭게 떠오르는 가족력의 이모저모를 살펴본다.
1. 가족력(家族歷)·(명사) 환자의 가족이나 가까운 친척, 같이 사는 사람들의 의학적 내력. 건강 상태와 앓은 병, 유전병, 사망 원인 따위를 밝혀 환자의 치료에 이용한다.
2. 가족력(家族力)·(명사) 사랑과 격려를 바탕으로 가족 구성원이 서로 북돋고 난관을 헤쳐 나가는 능력. 일본에서 유래한 말.
Part 01 세상을 이끄는 새로운 힘!
가족력, 당신의 무엇을 의미하는가?
가족력. 과연 이 단어 속에 당신의 어떤 것이 숨어 있을까? 가족의 역사부터 가족의 힘까지 가족력에는 당신의 과거, 현재, 미래가 있다. 5대 분야의 전문가에게 가족력에서 우리가 짚어봐야 할 의미가 무엇인지 물어봤다.
예방 가능한 당신의 미래 건강이다
가족력이라는 단어가 가장 많이 쓰이는 곳은 병원이다. 가족력은 질병의 예측, 조기 진단, 예방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삼성제일병원 가정의학과 유준현 교수는 “의학적인 면에서 가족력은 특정 질병에 대한 가족 내 역사(歷史)”라고 정의한다.
가족력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발병하는 건 아니다. 가족력의 정확한 의미는 본인을 중심으로 직계가족 3대의 병력을 확인해 2명 이상이 같은 질병일 경우를 뜻한다. 종종 유전성 질환과 혼동하기도 하는데, 둘은 엄연히 다르다.
유 교수는 “유전성 질환이 다음 세대에 특정 유전정보가 전달되는 한 가지 기전으로 발생한다면, 가족력 질환은 다양한 유전정보의 전달뿐만 아니라 식생활, 직업 등 환경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보다 중요한 건 예방학적인 의미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비만을 포함하는 생활 습관병과 일부 암과 같은 가족력 질환이 예방 가능한 질병이라면, 다운증후군이나 혈우병, 적록색맹 등과 같은 유전성 질환은 본인 스스로 질병을 예방할 방법이 없다. 이런 의미에서 가족력, 즉 가족 질병의 역사를 알아두는 일은 중요하다.
당신의 성격과
체질의 근간이다
한의학에서 바라본 가족력은 보다 포괄적이다. 자녀가 부모의 체형이나 얼굴, 성격, 재능을 닮듯 체질을 닮는다는 것이다. 심지어 가족 사이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관찰해보면 자신의 성격이나 문제를 반추해볼 수도 있다.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한방내과 고창남 교수는 “외모가 닮았다는 것 자체가 오장육부의 형태적 기운이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며, “성격이나 재능, 타고난 품성 등의 유사성 역시 한의학적 질병의 원인으로 봤을 때 비슷한 병증을 일으키는 원인 인자를 갖는 내부적인 요인에 해당한다”고 설명한다. 가족적으로 물려받은 체형, 용모의 유사성을 통하여 자주 나타날 수 있는 병의 증상과 질환까지 가늠해본 것이 태양인·태음인·소양인·소음인으로 분류되는 사상체질이다.
이러한 유사성 외에도 가족 구성원들은 식사와 생활 패턴이 동일한데, 이는 다음 세대에서 유전자의 영향에 못지않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를테면 짜거나 기름지게 먹고 운동을 덜하는 가정에서 심장병이나 뇌졸중의 가족력이 있다면 식사와 생활 습관을 함께 개선해 나감으로써 질환을 대비할 수도 있다는 것.
고 교수는 타고난 유전성과 체형은 바꾸기 어렵기 때문에 생활 습관과 성격에 대해서 고민해볼 것을 권한다.
긍정적 삶으로
이끄는 지식이다
가족력의 사회적인 의미는 무엇일까? 중앙대학교 문과대학 사회학과 신광영 교수는 “가족력은 생물학적인 차원에서 DNA와 관련이 있지만, 가족을 통해 형성되는 친화력, 인내력, 지구력, 소통 능력 등 비인지적 능력도 포함된다”고 말한다.
일란성쌍둥이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는 경우 매우 다른 성격과 사회 적응력을 보이는 것도 그런 이유. 이러한 가족력의 힘은 더 나아가 유전인자의 변형도 가능케 하는데, 최근에는 신체에 미치는 가족력의 영향을 다룬 연구 결과도 발표되었다.
이전까지 가족력에 대한 인식이 주로 생물학적 혹은 의학적인 차원에서 많이 다루어진 반면, 오늘날에는 문화적 차원에서 많이 다루어지는 것도 사회학적인 특징이다. 신 교수는 그 원인으로 “개인의 성취적 지위가 강조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문화적 차원의 가족력이 중요해진 것”을 꼽는다. 실제 가족력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그 내용도 사뭇 달라진다. 조선시대나 중세 가족력이 ‘가문’과 연관되었다면, 오늘날 가족력은 가족 배경 혹은 가족 내력을 의미한다.
신 교수가 주목하는 부분은 가족력이 가족 구성원의 미래에 결정적 요소는 아닐지라도 상당한 예측을 가능케 한다는 점이다. “긍정적인 미래가 예측되는 경우 더욱더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이고, 부정적인 미래가 어느 정도 예측되는 경우 그것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도 경주될 것입니다.” 결국 어느 경우나 가족력에 대한 지식은 우리의 삶을 긍정적으로 이끄는 힘이 될 수 있다.
지켜 나가야 할
집안의 가치다
가정경영전문가 강학중 소장은 가족력을 “그 가족의 역사를 통해 소속감을 갖고 정체성을 느끼며, 가치와 신념을 공유하는 것”이라 설명한다. 어머니 요리 솜씨가 좋았다거나, 신앙심이 독실하다거나, 예부터 유머 감각이 뛰어났거나, 인사성 좋기로 소문났다거나, 친인척 관계가 유난히 좋은 집안이거나, 대대손손 노래를 잘 부르는 것 등도 하나의 가족 자원으로 가족력에 속한다.
흔히 가족 자원 하면 좋은 집, 비싼 차, 현금 등을 생각하지만 오히려 이러한 인적 가족 자원이 더욱 중요하다는 게 강 소장의 얘기다. 실제로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무슨 일을 했고, 어떤 역경을 이겨내고, 어떤 가치를 최우선으로 했는지만 알아도 때로 이해하기 힘들었던 아버지와 어머니의 행동도 이해할 수 있다고. 즉 과거의 가족력을 바탕으로 현재를 가늠할 수 있다는 얘기다.
가족력이 강한 가족일수록 위기 대처 능력이 뛰어난 것도 가족력을 둘러싼 특징이다.
“가족력이 강하다는 건, 가족 간의 전통과 가치가 면면이 이어왔다는 얘기죠. 그건 곧 대화가 있다는 것이고, 이 경우 가족력이 가족의 힘으로 승화되어 어떤 위기에서도 대처할 수 있습니다.”
시대의 변화에 따르지 못하는 전통을 대대손손 이어오는 것도 문제겠지만, 집안의 좋은 가치를 그대로 이어가는 일 또한 가족을 탄탄하게 하는 바탕이 된다. 그 첫걸음으로 온 가족이 모여 가계도부터 그려보자.
우울증에
가장 효과적인 치료제다
정신과 전문의 손석한 원장은 가족 내 질병의 내력 ‘가족력(家族歷)’이 아닌 가족의 힘 ‘가족력(家族力)’에 주목한다. 가족의 재력 등 물질적인 측면보다는 정신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가족력의 경우 정신과 영역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밝힌다.
손 원장은 실제 임상에서 이러한 가족력의 중요성을 여러 번 경험했다는데, 그 예로 손 원장은 20대 시절부터 우울증과 사회 공포증 증상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아온 30대 후반의 주부 A씨의 상담 사례를 들려주었다. 상담의 내용은 또래에게 놀림을 받아 학교 가기 싫어하는 13세 아들 문제였다. 실상은 학교 적응 과정에서 일어난 일인데, 부모는 너무 놀라서 찾아온 것이다. 여기에는 외할아버지에서 엄마에게 이어진 우울증 가족력이 한몫했다. 그래서일까, 아이가 치료 받는 과정에서 부모의 태도는 매우 헌신적이었다.
증상이 더 발전하지 않도록 열심히 아이의 말을 들어주고, 아이의 마음을 이해해주려고 힘썼다. 가족력(家族歷)이 가족력(家族力)으로 발전하는 순간이었다.
만일 아이가 어려움을 호소했을 때 부모가 귀 기울이지 않고 그냥 넘어갔다면 어땠을까. 손 원장은 “아마 심각한 소아 우울증으로 발전했을 것”이라 밝힌다. 아이는 ‘우울한 기분을 동반한 적응 장애’ 수준에서 치료 받고 정상적인 학교생활로 돌아갔단다. 모두 가족력 덕이다. 가족 중 누군가 우울증을 앓았다면, 그는 누구보다도 우울증의 증상에 대해서 잘 알고 도움을 줄 수 있다. 위기에서 가족력(家族歷)이 가족력(家族力)으로 변모하는 모습이다.
문영애 리포터 happymoon30@naver.com
도움말 강학중 소장(한국가정경영연구소)
신광영 교수(중앙대학교 문과대학 사회학과)
손석한 원장(연세신경정신과)
고창남 교수(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한방내과)
유준현 교수(삼성제일병원 가정의학과)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1. 가족력(家族歷)·(명사) 환자의 가족이나 가까운 친척, 같이 사는 사람들의 의학적 내력. 건강 상태와 앓은 병, 유전병, 사망 원인 따위를 밝혀 환자의 치료에 이용한다.
2. 가족력(家族力)·(명사) 사랑과 격려를 바탕으로 가족 구성원이 서로 북돋고 난관을 헤쳐 나가는 능력. 일본에서 유래한 말.
Part 01 세상을 이끄는 새로운 힘!
가족력, 당신의 무엇을 의미하는가?
가족력. 과연 이 단어 속에 당신의 어떤 것이 숨어 있을까? 가족의 역사부터 가족의 힘까지 가족력에는 당신의 과거, 현재, 미래가 있다. 5대 분야의 전문가에게 가족력에서 우리가 짚어봐야 할 의미가 무엇인지 물어봤다.
예방 가능한 당신의 미래 건강이다
가족력이라는 단어가 가장 많이 쓰이는 곳은 병원이다. 가족력은 질병의 예측, 조기 진단, 예방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삼성제일병원 가정의학과 유준현 교수는 “의학적인 면에서 가족력은 특정 질병에 대한 가족 내 역사(歷史)”라고 정의한다.
가족력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발병하는 건 아니다. 가족력의 정확한 의미는 본인을 중심으로 직계가족 3대의 병력을 확인해 2명 이상이 같은 질병일 경우를 뜻한다. 종종 유전성 질환과 혼동하기도 하는데, 둘은 엄연히 다르다.
유 교수는 “유전성 질환이 다음 세대에 특정 유전정보가 전달되는 한 가지 기전으로 발생한다면, 가족력 질환은 다양한 유전정보의 전달뿐만 아니라 식생활, 직업 등 환경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보다 중요한 건 예방학적인 의미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비만을 포함하는 생활 습관병과 일부 암과 같은 가족력 질환이 예방 가능한 질병이라면, 다운증후군이나 혈우병, 적록색맹 등과 같은 유전성 질환은 본인 스스로 질병을 예방할 방법이 없다. 이런 의미에서 가족력, 즉 가족 질병의 역사를 알아두는 일은 중요하다.
당신의 성격과
체질의 근간이다
한의학에서 바라본 가족력은 보다 포괄적이다. 자녀가 부모의 체형이나 얼굴, 성격, 재능을 닮듯 체질을 닮는다는 것이다. 심지어 가족 사이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관찰해보면 자신의 성격이나 문제를 반추해볼 수도 있다.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한방내과 고창남 교수는 “외모가 닮았다는 것 자체가 오장육부의 형태적 기운이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며, “성격이나 재능, 타고난 품성 등의 유사성 역시 한의학적 질병의 원인으로 봤을 때 비슷한 병증을 일으키는 원인 인자를 갖는 내부적인 요인에 해당한다”고 설명한다. 가족적으로 물려받은 체형, 용모의 유사성을 통하여 자주 나타날 수 있는 병의 증상과 질환까지 가늠해본 것이 태양인·태음인·소양인·소음인으로 분류되는 사상체질이다.
이러한 유사성 외에도 가족 구성원들은 식사와 생활 패턴이 동일한데, 이는 다음 세대에서 유전자의 영향에 못지않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를테면 짜거나 기름지게 먹고 운동을 덜하는 가정에서 심장병이나 뇌졸중의 가족력이 있다면 식사와 생활 습관을 함께 개선해 나감으로써 질환을 대비할 수도 있다는 것.
고 교수는 타고난 유전성과 체형은 바꾸기 어렵기 때문에 생활 습관과 성격에 대해서 고민해볼 것을 권한다.
긍정적 삶으로
이끄는 지식이다
가족력의 사회적인 의미는 무엇일까? 중앙대학교 문과대학 사회학과 신광영 교수는 “가족력은 생물학적인 차원에서 DNA와 관련이 있지만, 가족을 통해 형성되는 친화력, 인내력, 지구력, 소통 능력 등 비인지적 능력도 포함된다”고 말한다.
일란성쌍둥이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는 경우 매우 다른 성격과 사회 적응력을 보이는 것도 그런 이유. 이러한 가족력의 힘은 더 나아가 유전인자의 변형도 가능케 하는데, 최근에는 신체에 미치는 가족력의 영향을 다룬 연구 결과도 발표되었다.
이전까지 가족력에 대한 인식이 주로 생물학적 혹은 의학적인 차원에서 많이 다루어진 반면, 오늘날에는 문화적 차원에서 많이 다루어지는 것도 사회학적인 특징이다. 신 교수는 그 원인으로 “개인의 성취적 지위가 강조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문화적 차원의 가족력이 중요해진 것”을 꼽는다. 실제 가족력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그 내용도 사뭇 달라진다. 조선시대나 중세 가족력이 ‘가문’과 연관되었다면, 오늘날 가족력은 가족 배경 혹은 가족 내력을 의미한다.
신 교수가 주목하는 부분은 가족력이 가족 구성원의 미래에 결정적 요소는 아닐지라도 상당한 예측을 가능케 한다는 점이다. “긍정적인 미래가 예측되는 경우 더욱더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이고, 부정적인 미래가 어느 정도 예측되는 경우 그것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도 경주될 것입니다.” 결국 어느 경우나 가족력에 대한 지식은 우리의 삶을 긍정적으로 이끄는 힘이 될 수 있다.
지켜 나가야 할
집안의 가치다
가정경영전문가 강학중 소장은 가족력을 “그 가족의 역사를 통해 소속감을 갖고 정체성을 느끼며, 가치와 신념을 공유하는 것”이라 설명한다. 어머니 요리 솜씨가 좋았다거나, 신앙심이 독실하다거나, 예부터 유머 감각이 뛰어났거나, 인사성 좋기로 소문났다거나, 친인척 관계가 유난히 좋은 집안이거나, 대대손손 노래를 잘 부르는 것 등도 하나의 가족 자원으로 가족력에 속한다.
흔히 가족 자원 하면 좋은 집, 비싼 차, 현금 등을 생각하지만 오히려 이러한 인적 가족 자원이 더욱 중요하다는 게 강 소장의 얘기다. 실제로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무슨 일을 했고, 어떤 역경을 이겨내고, 어떤 가치를 최우선으로 했는지만 알아도 때로 이해하기 힘들었던 아버지와 어머니의 행동도 이해할 수 있다고. 즉 과거의 가족력을 바탕으로 현재를 가늠할 수 있다는 얘기다.
가족력이 강한 가족일수록 위기 대처 능력이 뛰어난 것도 가족력을 둘러싼 특징이다.
“가족력이 강하다는 건, 가족 간의 전통과 가치가 면면이 이어왔다는 얘기죠. 그건 곧 대화가 있다는 것이고, 이 경우 가족력이 가족의 힘으로 승화되어 어떤 위기에서도 대처할 수 있습니다.”
시대의 변화에 따르지 못하는 전통을 대대손손 이어오는 것도 문제겠지만, 집안의 좋은 가치를 그대로 이어가는 일 또한 가족을 탄탄하게 하는 바탕이 된다. 그 첫걸음으로 온 가족이 모여 가계도부터 그려보자.
우울증에
가장 효과적인 치료제다
정신과 전문의 손석한 원장은 가족 내 질병의 내력 ‘가족력(家族歷)’이 아닌 가족의 힘 ‘가족력(家族力)’에 주목한다. 가족의 재력 등 물질적인 측면보다는 정신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가족력의 경우 정신과 영역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밝힌다.
손 원장은 실제 임상에서 이러한 가족력의 중요성을 여러 번 경험했다는데, 그 예로 손 원장은 20대 시절부터 우울증과 사회 공포증 증상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아온 30대 후반의 주부 A씨의 상담 사례를 들려주었다. 상담의 내용은 또래에게 놀림을 받아 학교 가기 싫어하는 13세 아들 문제였다. 실상은 학교 적응 과정에서 일어난 일인데, 부모는 너무 놀라서 찾아온 것이다. 여기에는 외할아버지에서 엄마에게 이어진 우울증 가족력이 한몫했다. 그래서일까, 아이가 치료 받는 과정에서 부모의 태도는 매우 헌신적이었다.
증상이 더 발전하지 않도록 열심히 아이의 말을 들어주고, 아이의 마음을 이해해주려고 힘썼다. 가족력(家族歷)이 가족력(家族力)으로 발전하는 순간이었다.
만일 아이가 어려움을 호소했을 때 부모가 귀 기울이지 않고 그냥 넘어갔다면 어땠을까. 손 원장은 “아마 심각한 소아 우울증으로 발전했을 것”이라 밝힌다. 아이는 ‘우울한 기분을 동반한 적응 장애’ 수준에서 치료 받고 정상적인 학교생활로 돌아갔단다. 모두 가족력 덕이다. 가족 중 누군가 우울증을 앓았다면, 그는 누구보다도 우울증의 증상에 대해서 잘 알고 도움을 줄 수 있다. 위기에서 가족력(家族歷)이 가족력(家族力)으로 변모하는 모습이다.
문영애 리포터 happymoon30@naver.com
도움말 강학중 소장(한국가정경영연구소)
신광영 교수(중앙대학교 문과대학 사회학과)
손석한 원장(연세신경정신과)
고창남 교수(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한방내과)
유준현 교수(삼성제일병원 가정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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