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방구를 통째로 사준다 해도 사고 싶은 것이 끊임없이 생겨나는 딸아이. “거봐, 네가 사는 물건이 얼마나 쓸데없는 물건인지 알겠니?” 백 마디 잔소리를 대신해줄 책을 찾아냈다.
지우개는 있으니까 필요 없고, 연필깍지는 조잡하니까 필요 없고,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 모를 수첩과 예쁘지만 당장 쓸데가 없는 포장지의 유혹도 떨친 뒤 이런 ‘필요 없는’ 이유가 하나도 생각나지 않으면서 주머니 사정과 맞아떨어지면, 그게 바로 사야 할 물건이다. 이것이 ‘물건을 제대로 사는 법’이고 ‘똑똑하게 사는 법’이다. 이 방법은 제법 설득력이 있어서 딸아이의 구매욕을 잠재우는 데 효과를 보기도 했다.
그런데 책을 읽어 나갈수록 계속 읽어야 하나 고민이 된다. 내가 의도한 방향과 다르게 흘러간다. 엄마로서 딸에게 당부하던 말과는 다른 얘기를 하고 있어 당황스럽다.
젓가락질을 제대로 하는 법에 내가 기대하던 젓가락 잡는 법은 없다. 사람마다 특이하게 혹은 신기하게 젓가락을 잡기도 하지만, 쓰기 편하고 즐겁게 식사하는 것이 중요하단다. 젓가락을 제대로 잡으려고 신경 쓰다가 마음이 편하지 않거나 손가락이 아프면 그건 제대로 된 방법이 아니다. 다른 도구도 있으니까 너무 애쓸 필요 없다. 이제 젓가락질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타박할 수가 없다. “엄마, 젓가락질에 신경 쓰다가 마음이 불편하면 그건 제대로 된 방법이 아니야”라고 반격하기 때문이다.
우산을 제대로 쓰는 법도 재미있다. “비 오는 날 밖에서 걸을 때는‘조금 비를 맞아야 제맛’이라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니까 우산은 이 정도가 좋습니다”라는 글과 함께 적당히 비를 맞으며 걷는 아이들 모습을 그렸다. 엄마는 질색하는 장면에 딸아이는 슬며시 웃는다.
정말로 똑똑하게 사는 법을 기대하던 나 자신에게 웃음이 난다. 우산을 삐딱하게 쓰고 물장난하고 싶다고 간절한 눈으로 신호를 보내는 딸아이에게 “그럼, 비 좀 맞아도 좋지”하고 있다. 가르치려다가 되레 내가 배우고 있다.
똑똑하게 사는 법
지은이·그린이 고미 타로
펴낸곳 한림출판사
값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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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개는 있으니까 필요 없고, 연필깍지는 조잡하니까 필요 없고,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 모를 수첩과 예쁘지만 당장 쓸데가 없는 포장지의 유혹도 떨친 뒤 이런 ‘필요 없는’ 이유가 하나도 생각나지 않으면서 주머니 사정과 맞아떨어지면, 그게 바로 사야 할 물건이다. 이것이 ‘물건을 제대로 사는 법’이고 ‘똑똑하게 사는 법’이다. 이 방법은 제법 설득력이 있어서 딸아이의 구매욕을 잠재우는 데 효과를 보기도 했다.
그런데 책을 읽어 나갈수록 계속 읽어야 하나 고민이 된다. 내가 의도한 방향과 다르게 흘러간다. 엄마로서 딸에게 당부하던 말과는 다른 얘기를 하고 있어 당황스럽다.
젓가락질을 제대로 하는 법에 내가 기대하던 젓가락 잡는 법은 없다. 사람마다 특이하게 혹은 신기하게 젓가락을 잡기도 하지만, 쓰기 편하고 즐겁게 식사하는 것이 중요하단다. 젓가락을 제대로 잡으려고 신경 쓰다가 마음이 편하지 않거나 손가락이 아프면 그건 제대로 된 방법이 아니다. 다른 도구도 있으니까 너무 애쓸 필요 없다. 이제 젓가락질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타박할 수가 없다. “엄마, 젓가락질에 신경 쓰다가 마음이 불편하면 그건 제대로 된 방법이 아니야”라고 반격하기 때문이다.
우산을 제대로 쓰는 법도 재미있다. “비 오는 날 밖에서 걸을 때는‘조금 비를 맞아야 제맛’이라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니까 우산은 이 정도가 좋습니다”라는 글과 함께 적당히 비를 맞으며 걷는 아이들 모습을 그렸다. 엄마는 질색하는 장면에 딸아이는 슬며시 웃는다.
정말로 똑똑하게 사는 법을 기대하던 나 자신에게 웃음이 난다. 우산을 삐딱하게 쓰고 물장난하고 싶다고 간절한 눈으로 신호를 보내는 딸아이에게 “그럼, 비 좀 맞아도 좋지”하고 있다. 가르치려다가 되레 내가 배우고 있다.
똑똑하게 사는 법
지은이·그린이 고미 타로
펴낸곳 한림출판사
값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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