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음의 문제가 있는 사람을 도와주려는 사람은 단주 생활의 리더가 되어야지 과음 문제의 해결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 보호자가 해결사처럼 과음하는 사람의 여러 가지 후유증의 해결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한 계속 문제를 일으키면서 음주할 것이 뻔하다.
과음으로 인한 후유증을 해결해 주는 것이 바람직한 보호자의 역할로 알고 끝없이 일으키는 문제 해결에 매달리다 보니 지치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면 혹시 또 문제를 일으킬까 봐 매사를 불안하게 생각하며 환자와 환자의 행동거지를 완벽하게 관리하려고 한다. 특히 보호자가 부모인 경우 어렸을 때의 무능력한 아이처럼 여기면서 더 통제만 하려 한다. 이는 회복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방해가 될뿐더러 점점 더 의존성만 조장한다.
알코올 의존은 인생의 질환이다. 한 개인의 인생의 문제라 하면 이는 자기 아닌 다른 타인이 마음대로 주물럭거리며 관리한다고 해서 해결될 성질이 아니다. 왜냐 하면 치료의 대상이 장기나 조직이나 세포와 같은 것이 아니라 의식과 감정이 있는 한 독립적 개체인 인간이기 때문이다.
인생의 병이라고 말해도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술을 마시지 않아야 한다’는 말을 위시하여 ‘어떠어떠해야 한다’ 거나 ‘어떠어떠하면 안 된다’와 같이 앞서서 걱정하여 통제하려 한다. 개인의 동기나 선택과 결정과 같은 것을 타인이 좌지우지해버리는 것은 아무리 도와주려고 한다고 해도 화나는 일이다. 분노는 가장 흔한 음주 촉발 요인이다. 특히 자아상이 미숙하고 아직 확립되지 않은 경우 강제나 강요는 더욱 자존감에 상처를 안기게 된다.
알코올 중독이라는 인생의 질환처럼 한 인간을 대상으로 변화를 이루게 하자면 관리가 아니라 리드하는 것이 필요하다. 모범, 코치, 지지, 위임과 같은 요소들이 바로 그것이다. 리더는 눈앞의 일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더 멀리 있는 목표를 볼 수 있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 술 없이도 잘 살아가는 맑은 생활의 모델이 되어야 한다. 알코올 문제의 발단부터 회복의 마지막 단계에 이르기까지의 오랜 세월의 전체 과정에 대한 전반적인 조망이 없이 단지 눈앞의 상황만을 처리하려는 해결사 같은 시각으로 알코올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 리더는 술 한번 마시느냐 마시지 않느냐 라는 전투가 아니라 술 문제를 포함한 인생이라는 전쟁에서 이길 일을 생각한다.
신정호 (연세 원주의대 정신과 교수, 강원알코올상담센터 소장)
무료 상담: 강원알코올상담센터 748-5119 www.alj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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