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과음의 문제가 있다고 인정하는지 그렇지 않은지는 은연중에 바로 느낄 수 있다. 이는 그가 말하는 태도를 위시하여 전체적인 그의 행동거지를 보고 갖는 느낌이다.
그렇다면 알코올 중독이라는 중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다음은 본인이 “자신이 알코올중독임을 인정한다”고 말은 하지만, 주위 사람들이 보기에는 아직 잘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느낌을 전하는 전형적인 하나의 예이다.
알자회 단주 모임에서 많은 단주 선배들이 “당신은 아직도 자신의 병을 인정하는 것 같지 않다”고 하자 그는 상대방의 이야기에 씩씩거리며 극력 자신이 알코올 중독이라고 목소리를 높혔다. “나는 분명히 알코올 중독이라서 절대 술을 마시면 안 되는 사람이다”라며 거듭 자기 의견을 주장하였다. 몇 번씩이나 자신이 알코올중독자라고 강력하게 주장하여 다른 사람들은 빙긋이 웃으며 더 이상 이야기하려 하지 않고 그의 이야기를 듣기만 하였다.
그 사람이 알코올 중독을 인정하느냐 아니냐는 그가 ‘자신을 무어라고 했는가?’로 정해지지 않는다. 그러한 말을 하는 중에 자기도 모르게 드러내는 그의 태도가 모든 것을 더 정확하게 나타난다.
자신이 알코올 중독이라는 진실을 정말로 안다면, 생활에서 그의 전반적인 태도가 획기적으로 바뀌기 마련이다. 무슨 일이든 지난날처럼 독단적으로 혼자 결정하려 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사람들로부터 무어라도 더 들으려 한다. 어떻게든지 더 도움을 받으려고 매달리고 더 겸허해진다. 어떻게든지 불필요한 자극이나 스트레스를 더 받지 않으려고 애쓴다.
체면을 먼저 생각하는 것은 지나간 과거의 모습일 뿐이다. 회복의 염원이 너무나 절실하여 자신이 미흡한 점도 결코 수치스러워 하지 않고, 고치려는 수고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
만약 상대방이 아직도 자신이 병을 인정하지 않는 것 같다는 말을 하면, 바로 이를 부정하기보다는 상대의 시각을 존중하면서 무엇 때문에 그렇게 느껴졌는지를 물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에게 아직도 부족한 점을 찾아 고치려 할 것이다.
이런 자세는 병에 대하여 많이 안다고 바로 갖추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알코올 중독으로부터 회복은 머리로 지식을 쌓는 작업이 아니라, 가슴을 통해 마음으로부터 느껴 받아들이고, 손발을 비롯하여 몸으로 실천하는 그 무엇인 것이다.
신정호 (연세 원주의대 정신과 교수, 강원알코올상담센터 소장)
무료 상담: 강원알코올상담센터 748-5119 www.alj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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