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방색 한지에 손길 닿으면 천년 이어갈 작품 탄생
오색장, 경대, 명함첩까지 … 견고함과 예술성 갖춰 배우는 주부 많아
분당구 야탑동 대덕프라자 4층에는 들어서는 입구부터 멋스런 기품이 느껴지는 공방이 있다. 오색 한지들의 무한 변신, 오색장, 경대, 지함…
정말 종이로 만든 게 맞을까 싶어 손길이 저절로 가는 한지 공예 작품들. 20여 년 세월을 한지 공예가의 삶으로 채워온 홍연화(50)원장이 운영하는 고운한지공예 공방이다.
가짓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하고 많은 작품들 속에서 분주한 손길을 더하고 있는 홍 원장을 만나 한지공예의 매력에 대해 들어보았다.
밥상부터 그릇, 서탁 등 흔히 구할 수 없는 작품을 만들 수 있어
“한지공예는 우리나라 종이인 한지를 이용해 공예 품을 만드는 활동이에요. 지함, 지승공예 등 전통적으로 내려오던 공예 품들을 계승하고 또 취미나 여가 선용을 위해 배우는 분들이 많아져 이제는 일반인들에게도 많이 알려져 있죠.”
앞치마를 두른 채 작품 준비로 바쁜 홍 원장. 잠깐의 인터뷰 시간에도 한지공예에 대한 애정이 듬뿍 묻어난다.
실생활에 두루 쓰이는 밥상부터 그릇, 서탁 등 흔히 구할 수 없는 작품들이 전통 문양과 조화를 이루어 보기만 해도 범상치 않은 손길이 느껴지는 한지공예. 20년 넘는 세월 매만진 한지공예지만 홍 원장이 처음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우연에 기초했다.
“직장 생활 하다가 무료해서 취미로 꽃꽂이도 해보고 10여 가지가 넘는 취미 활동을 하다가 우연히 한지공예를 알게 됐어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취미 생활로 또 직업으로 이어오게 되었네요.” 한지공예 하면 색종이 접어 단순히 꾸미고 붙이는 것이라 생각하기 십상. 손길 하나하나 덧대어 만드는 세밀하고 정교한 작업은 가히 작품이라 칭할 만큼 놀라운 결과물을 만들어 준다.
“예전에 시집가는 가마 안에는 한지를 꼬아 만든 지승공예 요강을 넣어 주었어요. 종이로 만든 요강이라 소리가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았다고 해요. 그렇게 우리 선조들에게 한지는 실생활에 꼭 필요한 물건들을 만들 수 있는 중요한 재료이자 가치였죠.”
100% 수공예품이라 성취감 더해
그렇게 홍 원장을 매료시킨 한지공예는 현재 많은 주부 후예들이 취미이자 자기계발로 맥을 이어가고 있다.
“집에서 무료한 시간 보내다 취미, 혹은 자기계발을 위해 배우러 오시는 주부들이 많으세요. 한 가지 작품을 끝내고 났을 때 그 성취감이 대단하거든요. 다들 가보로 남기고 싶다고 할 만큼 자신의 손길이 묻어난 100% 수공예품이라 더 애착을 갖는 것 같아요.”
완성된 작품을 눈으로 확인하고 또 집에서 실용적으로 쓸 수 있고 자식들, 손주들 시집갈 때 대물림 할 수 있는 한지공예품은 그렇게 천년을 이어갈 만큼 견고하고 단단함이 유지된다. 게다가 한지공예품 위에 옻칠을 더해주면 웬만한 물에도 끄떡없어 활용도가 높다. 그렇게 아기장이며 2층 장, 나비문양의 서랍장 등 옛 고가의 규방에서나 볼 수 있는 공예 품들이 이곳에서는 연일 탄생한다.
“한지공예하면 단순한 소품 위주로 가볍게 생각하셨던 분들도 공방에 와보고 다양한 작품에 깜짝 놀라세요. 또 그 모든 작품들이 전문가 뿐 아니라 일반 주부 누구라도 수련 과정을 통해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더 놀라시지요.”
스승의 날 선물, 결혼 선물로 인기 만점
그렇게 고운한지공방에는 한지공예를 배우러 오는 주부들의 발길이 잦다.
아이들 키우며 살림에 몰입하던 주부들도 한지공예에 매료돼 무서운 집중력을 보이고 자신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경우가 다반사. 경기도 공예 대전에 나가 수상도 하는 등 한지공예가 주는 성취감의 환희를 기꺼이 누리고 있다.
“남편과 아이들이 더 좋아해요. 작품 하나를 만들어도 손수 붙이고 풀질하고 수십, 수백 번의 손길이 닿아야 하거든요. 옆에서 가족들이 지켜 보면서 그 정성과 노력에 감탄하고 완성된 작품을 보면 너무나 좋아라들 하죠. 얼마 전에는 남편 지인 결혼 선물로 오각등을 선물했는데 기절할 정도로 좋아하더라고요. 연말 송년선물이나 스승의 날 때 어디서도 구할 수 없는 작품으로 선생님께 후한 인심도 얻었죠.” 한지공예 수강생 김인선(44·분당 서현동)씨가 한지 공예를 배우고 있는 이유다.
“우리 선조들의 지혜와 얼이 서려 있는 생활공예들이 맥을 잘 이어 갔으면 합니다. 앞으로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 되는 시대니까요. 한지공예의 손길을 좀더 많은 분들이 느낄 수 있도록 보급이 많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문의 031-707-3843
권미영 리포터 myk31@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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