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변호사의 형사사건 데뷔기 1

의뢰인이 햇병아리 변호사를 선택하다

지역내일 2010-07-29

하루는 우리 사무실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신입 변호사가 내 방으로 들어왔다.


바로 어제 피의자의 남편과 시어머니가 사무실에 찾아와서는 며느리가 사기 피의 사건으로 긴급 구속되었다며 도와달라고 했다는 것이었다. 우리 사무실에 사건에 대한 변호를 의뢰하러 왔는데 변호사 수임료를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것 같아서 법률구조공단에 보냈더니 오늘 다시 우리 사무실로 선임하러 찾아왔다고 했다.


신입 변호사는 “국선 변호인까지 선정이 된 상태였는데도 그냥 우리 사무실에 수임을 하고 싶어 한다”면서, “생활이 어려워서 범죄를 저지른 것 같은데 수임료를 조정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사건의 정황을 찬찬히 들어보니 사기 피해 액수가 약 80만 원 정도로 소액이었지만 동종의 전과도 있고 해서 구속자를 석방 시키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병아리 변호사의 마음도 아름답고 이번 기회에 어려운 사건을 통해서 공부도 시키자고 생각해서 신입 변호사에게 한 가지 조건을 달아 과제를 던져 주면서 수임료를 조정해 주기로 했다.


“사건을 전적으로 맡아서 처리하되 반드시 구속자를 석방시킬 것!!’


신입 변호사는 일단 어려운 사람을 도와줄 수 있다고 생각을 했는지 밝은 얼굴로 나가더니 사무장에게 사건 기록을 복사해 오라는 지시를 내리고 피의자의 가족들과 함께 피의자를 만나러 경찰서로 떠났다.


잠시 후, 경찰서에 다녀온 신입 변호사의 얼굴에는 웃음이 사라졌다. 곧 이어서 사건 기록을 복사 해 와서 신입 변호사에게 건네주는 사무장의 한 마디가 비로소 이 상황에 대한 나의 의구심을 풀어주었다.


“고 변호사님, 이 피의자 전과가 너무 많은데요? 집행 유예 전과도 있어요. 빼 오시기 어려우시겠는데요?” 신입 변호사는 사무장으로부터 사건 기록을 받아 들고는 근심이 가득한 얼굴로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앞으로 일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에 대해 과제를 던져준 내가 가장 궁금해졌다.


며칠이 지나자 신입 변호사가 내 방으로 다시 들어왔다. 피의자 구속적부심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져서 마침내 피의자를 석방시켰다는 반가운 소식과 함께 말이다.


이재구 변호사 / 법무법인 대륙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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