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하는 삶이 아름답다 - 서예
그윽한 묵향에 취하다 보면 근심, 걱정 사라져∼
서예 글에는 쓰는 사람의 마음과 인생 철학이 담겨 있어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워졌을지 몰라도 정신적으로는 피폐해졌다고 얘기한다. 어쩌면 자신의 존재와 가치에 대해서 잊고 살지는 않았는지. 이쯤 되면 하루하루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을 벗어나기 위해 애써 옛 것을 찾고 싶어진다는 사람들이 많다. 조금 더디고 느리지만 추억의 향취가 느껴지는 그 무언가가 그리울 때. 한 글자, 한 글자 써내려 가면서 심신을 가다듬고 정신 수양을 할 수 있는 취미생활이 있다. 선연들의 지혜와 슬기를 배울 수 있는 서예는 현대인들에게 한 템포 쉬어 갈 수 있는 여유를 선사한다.
마음가짐, 자세 바르게 되고 정신적 수양할 수 있어
지난 목요일 안양1동 주민자치센터에서는 서예 강의가 한창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그윽한 묵향이 코를 자극한다.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에 서예 수업이 진행되는 이곳에서는 20여명 남짓한 사람들이 모여 수업을 받는다. 그 모습이 어찌나 진지한지 숨소리조차 낼 수 없을 정도다. 강의를 받는 수강생들의 연령층도 다양하다. 30대 초반의 주부부터 연세 지긋한 70세까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서예다.
사실,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제한되는 취미생활도 부지기수지만 서예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다고 한다. 교사생활을 한 뒤 정년 퇴임을 한 김 모씨는 “직장을 그만 두고 나서 정신적으로 수양을 할 수 있는 것을 찾다 3년 전부터 서예를 하기 시작했다”면서 “우선, 서예를 하면 마음가짐과 자세가 바르게 되고 글자를 써 내려가다 보면 잡념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때문에 직장에 다니면서 서예를 배우는 사람들도 많다. 38년째 서예 강의를 맡고 있는 꽃실 김영남 강사는 “다양한 취미생활이 있지만 나이가 들어서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면서 “반면 서예는 유행을 타지 않고 최후 마지막까지 할 수 있는 취미활동”이라고 전했다. 무엇보다 김 강사는 수많은 제자를 양성하고 키워왔다. 때문에 입선한 제자들도 많다. 올해도 5명이 최우수상과 대상을 휩쓸었다고. 이번에 수상을 한 홍미숙 씨는 “서예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뜻밖에 상을 받게 되어서 너무 뿌듯하다”면서 “좋은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았기 때문에 수상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붓 45도 세우고 중봉 사용, 자음과 모음 간격 조화 이뤄야
서예는 글만 쓰는 것이 아니다. 서예를 하기 위해 소재가 될 만한 글을 찾게 되는데 이 때 감동적인 시, 선조들의 말씀들을 옮겨 적다 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마음이 동화된다고 한다. 무엇보다 집에서 서예를 하게 되면 자녀나 손자들에게 귀감이 되고 인성교육까지 저절로 이루어진다. 때문에 일주일에 한, 두 번씩 시간을 정해두고 식구들이 모여 서예를 하는 가정도 많다. 이처럼 서예는 하나의 문화이자 가풍으로 자리잡고 있다. 손자가 묵을 갈면 할아버지가 정자세로 앉아 서예를 쓰고 있는 모습은 비단 옛 모습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서예는 어려서부터 꾸준히 매일 쓰는 것이 정서 발달에 좋다고 한다. 어린 아이의 경우 처음에는 붓을 잡는 것도 힘들어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터득하게 된다고. 김 강사는 “처음 붓을 잡을 때 45도 세워 획의 진행방향과 붓 결이 일치할 수 있도록 하는 중봉을 사용한다”면서 “중봉을 유지하는 것은 붓글씨에서 가장 중요한 법칙 중 하나며 이 방법에 충실해야 힘찬 획을 그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서역인은 ‘글은 그 사람의 얼굴과 같다’고 말했다. 글에는 감정과 감성이 그대로 나타나게 되어 짜증스러운 날과 즐거운 날에 쓰는 글이 다르다는 것이다. 때문에 글 쓰는 것을 보면 그 사람의 마음을 엿 볼 수 있다고. 게다가 사람의 마음이 담겨 있는 서예에는 인생철학도 담겨있다. 김 강사는 “서예는 자음과 모음간격이 같아야 조화를 이룬다”면서 “모음이 흔들리면 전체 글자가 흐트러지기 때문에 전체가 어우러질 수 있도록 배려해 주는 것이 바로 서예로 우리의 인생사와 같다”고 강조했다.
또, 서예는 바르게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때문에 꾸준히 작품을 구상하고 배움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바르게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자칫 글자가 비뚤어진 것도 모르고 잘못된 서예를 흉내내게 된다고. 김 강사는 “공부하지 않는 선생님은 지도 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어떤 사람에게 배우느냐에 따라 글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이민경 리포터 mk4961@dreamwiz.com
tip 우리 지역에서 서예배울 수 있는 곳
*의왕시 내손1동 주민자치센터에서는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서예교실을 운영한다. 수강료는 3개월에 3만 6000원.
*과천문화원은 추사체서예교실 초급과 중급 반을 운영하고 있다. 초급 반은 매주 금요일 1시부터 3시 까지며 중급 반은 오후 3시부터 5시까지다. 비용은 10개월에 5만원.
*군포문화센터에서는 한글서예 금요반과 목요반이 오전 9시 30분부터 12시까지 운영되고, 한글서예 일중체는 금요일 오후 2시부터 4시 30분까지, 한문 서예반은 월요일 오후 1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진행한다. 수강료는 4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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