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닷가나 강변으로 향하지만 진정한 산꾼들은 계곡이 있는 산으로 잠입한다. 현기증이 일 정도로 쏟아지는 폭포수와 허리춤까지 푸욱 빠지는 소와 담은 해변이나 강가와는 비교의 대상이 안 되는 최고의 피서지다. 냉기를 느낄 정도의 서늘한 바람과 보석 같은 산길은 또 어떤가. 휴가철을 앞두고 울산근교의 가볼만한 계곡 산행지를 뽑아 추천한다.
◈울산 대운산 - 상대계곡
원효의 마지막 수도처로 알려진 대운산은 양산 웅상의 명곡이나 기장 장안사 인근 척판암 그리고 가장 보편적인 울산 울주군 상대주차장 등 어디로든 접근이 용이해 영남알프스 못잖게 지역 산꾼들이 즐겨 찾는다.
특히 여름이면 주 계곡인 상대계곡을 비롯, 도통골 박치골 내원암 계곡 등은 전국의 많은 산꾼들로 붐빈다.
부드럽고 그윽한 겉모습과 달리 실제로는 암팡진 산세로 은근히 체력을 고갈시키지만 하산길 도통골의 백미인 폭포와 너른 소는 예상을 완전히 벗어난다. 유량이 풍부할 경우 성인들의 가슴까지 물이 찰 정도로 드넓은 소와 쏟아지는 폭포는 모든 산꾼들을 동심으로 되돌아가게 한다.
하산 후 만나는 주 계곡인 상대계곡도 빼놓을 수 없다. 애기소농장 인근의 애기소는 옥류같이 맑은 물이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여기서 500m쯤 상류인 구유소 또한 애기소 못지않게 계곡의 진수를 보여준다.
◈밀양 가지산 - 학심이골
영남알프스 맏형인 가지산은 부산서 그리 멀지 않은 데다 시원한 계곡과 환상적인 조망을 갖춘 팔방미인의 산이다. 밀양 울산 청도의 경계를 이루는 가지산은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계곡을 무려 네 개나 품고 있다.
영남알프스 최고의 계곡으로 손꼽히는 학심이골을 비롯해 아랫재에서 학심이골로 연결되는 심심이골, 호박소에서 석남재로 이어지는 쇠점골, 가지산과 중봉 사이의 밀양재에서 24번 국도변의 제일관광농원으로 떨어지는 용수골이 바로 그것.
이 중 호박소 입구 백연사에서 출발, 쇠점골을 거쳐 가지산에 오른 후 용수골로 내려온 코스를 추천한다.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5시간20분 정도로 여름 산행지로 다소 벅차다.
국내 100대 명소 중 하나인 호박소 계곡의 원래 이름은 쇠점골. 폭포로 인해 움푹 패인 모양이 방앗간에서 쓰이는 절구의 일종인 호박을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높이 10m, 둘레 30m. 규모에 놀라고 물소리에 감탄한다. 거무튀튀한 암벽, 흰 포말, 시퍼런 물빛은 뭣이라도 삼킬 듯한 블랙홀을 연상시킨다.
인근의 오천평반석은 또 어떤가. 계류가 흐르는 비스듬한 화강암반이 워낙 넓어 명명된 오천평반석도 여름 휴식처로 안성맞춤이다. 여기서 쇠점골 상류로 오르면 인적이 드문 일명 애기호박소에 닿는다.
하산길의 용수골은 쇠점골과 달리 주로 계류 우측으로 산길이 열려 있다. 발길 옮길 때마다 비스듬이 누운 폭포와 너른 소가 자태를 달리해 등장, 산꾼들의 발길을 자주 멈추게 한다.
◈밀양 구만산 - 구만계곡
평소에는 산꾼들의 눈길 한 번 제대로 받지 못하지만 여름만 되면 전국의 산꾼들로부터 애정을 듬뿍 받는 산이 바로 구만산이다. 해발 785m로 영남알프스 산군 중 낮은 축에 속하는 구만산은 전망도 그리 좋지 못해 계곡 말고는 어디 하나 자신있게 내세울 게 없다. 4㎞가 넘는 골짜기에는 구만폭포와 천태만상의 기암이 절경을 이룬다.
억겁의 세월동안 물살에 씻기고 땡볕에 달궈진 암반 위의 계류를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계곡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때론 물길을 낭창낭창 걷기도 하고 수십m의 수직 절벽에서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낙하하는 폭포수를 만나면 이내 온 몸을 내던진다.
한여름 구만계곡의 너른 소가 있는 그늘진 곳곳에는 아예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피서를 즐기는 산꾼들이 꽤 된다. 특히 40, 50m쯤 돼 보이는 기암절벽 사이로 떨어지는 구만폭포는 한마디로 장관이다.
하산길 봉의저수지 상류의 가인계곡은 바윗돌의 규모가 엄청나 얼핏 지리산 계곡을 연상시킨다. 무엇보다 숲에 가려져 있어 산길에선 거의 보이지 않는 장점이 있다.
◈양산 천성산 - 법수원계곡
원효가 당에서 온 1000명의 스님에게 화엄경을 설법해 모두 성인이 되게 한 데서 유래해 명명된 천성산(千聖山). 그러나 천성산의 주요 등산로인 억새의 물결이 장관을 이루는 화엄벌과 공룡능선은 뙤약볕이 내리쬐는 한여름에는 빛을 발하지 못한다.
흔히 필부들에게 천성산 계곡이라 하면 내원사계곡을 떠올린다. 부·울·경에선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경관이 빼어나 일명 ''소금강''이라 불린다. 하지만 염천에는 그 명성만큼이나 인산인해를 이룬다.
인적이 좀 드문 천성산을 기점으로 내원사계곡의 반대편에 위치한 양산 웅상읍 소재의 무지개폭포 쪽을 추천한다.
수 십m쯤 되는 기암절벽 사이로 물줄기가 휘어져 내려오는 독특한 형상의 무지개폭포는 햇살을 받은 물보라에서 된 무지개가 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져 장관을 이룬다. 등산안내도가 세워진 입구에서 대략 30분 걸린다.
하산길의 법수원계곡 또한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계곡. 계곡의 폭이 좁고 좌우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우뚝 솟은 기암절벽으로 마치 계곡에 갇힌 듯한 느낌을 주는 숨은 비경이다.
서경숙 리포터 skiss72@hanmail.net
산행안내
7월6일(화) 포항 내연산 울산시원산악회 010-2861-0088
7월11일(일) 울주 영남알프스 조운산악회 010-4135-6343
7월11일(일) 포천 백운산 울산새천년산악회 010-2560-9157
7월11일(일) 영월 동강래프팅 가슴이따뜻한사람들 011-9520-9076
7월17일(토) 밀양 북암산 울산시원산악회 010-2861-0088
7월17일(토) 밀양 백운산 한백산사랑산악회 010-4334-8303
7월17일(토) 통영 사량도 조운산악회 010-4135-6343
7월18일(일) 낙동정맥 매봉산 울산새천년산악회 010-2560-9157
7월25일(일) 울진 응봉산 가슴이따뜻한사람들 011-9520-9076
8월3일(화) 영월 동강래프팅 울산시원산악회 010-2861-00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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