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이 시끄럽다.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백두산은 곧 폭발할 기세다.
백두산 지하의 마그마가 상승하면서 정상부가 부풀어 오르고 지각 아래 맨틀에서 올라오는 헬륨가스 농도가 높아졌다고 한다. 화산 전문가들은 폭발의 전조증상이라 확신하며 백두산은 가까운 미래에 폭발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최근 발행된 〈백두산 대폭발의 비밀〉(사이언스북스 펴냄)이 백두산 폭발의 비밀을 풀 열쇠로 주목받고 있다. 더구나 이 책의 저자가 울산사람이라는 점이 더 반갑다.
일본 유학시절 접한 백두산 화산재가 인연이 돼 20년 넘게 연구한, 저자 소원주 울산시교육청 장학관을 만났다.
백두산은 살아있다
소 장학관이 백두산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지질학에 관한 1989년 일본유학시절 헤이안 시대의 유적 발굴 작업에 참가했다 2~3cm 두께로 쌓여 있는 하얀 화산재 층을 발견하면서 부터다.
소 장학관은 “백두산은 10세기 어느 날, 폼페이를 매몰한 베수비오 화산의 50배 규모의 대폭발을 했다. 그 화산재가 동해를 건너 일본에 퇴적된 것이다. 결국 그 대폭발이 당시 백두산을 중심으로 존재했던 국가의 멸망이나 인류문명의 소멸에 관여했을 수도 있다”고 말을 꺼낸다.
분출된 화산재의 양을 모두 합쳐 추산한 결과 무려 100㎦에 이르렀다고 한다. 남한의 구석구석을 1m 높이의 화산재로 쌓아놓을 수 있는 어마어마한 양이라니 우리가 백두산에 집중하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다.
20년 만에 빛을 본 연구업적
화산재 층을 발견한 후 소 장학관은 백두산 화산재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게 된다. 그는 나무의 나이테를 조사해 화산 폭발의 계절을 추정하고 호수 바닥의 퇴적물을 조사하며 방사성 탄소 연대측정을 사용하는 등 백두산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인 최초로 백두산 화산재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고 간간히 학회지 등을 통해 백두산 폭발에 대해 알리는 것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소 장학관은 “쉽지 않았다”고 기억한다. “무엇보다 국내 지질학계에서 백두산 폭발에 관심을 갖는 학자는 일부였다. 논문을 내도 지질학자들이 믿지 않았다. 백두산화산재가 일본에서 발견돼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분위기였다”는 말에서 한계를 느꼈을 그를 짐작하고도 남았다.
차츰 백두산에서 가져온 시료의 분석 데이터와 필드 노트, 사진과 필름, 연구자들과 주고받은 서신, 메모, 논문 별쇄본들이 색이 바라기 시작했다.
“그동안 국외에서는 10세기 백두산 분화의 전모와 그 연대를 밝히기 위한 연구가 숨 가쁘게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강 건너 불구경수준이었다”는 소 장학관. 그는 더 늦기 전에 백두산 문제가 얼마나 ‘현실적’인 것인지 알려야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젊은 연구자들이 나서주길
〈백두산 대폭발의 비밀〉에서 그는 일본, 한국, 중국 등지에 흩어져 있는 백두산 화산 분출물에 대한 분석에서 발해 멸망의 미스터리를 추적한 역사학적 연구 성과를 오가며 10세기 백두산 대폭발을 중심에 놓고 한국 고대사의 잃어버린 고리를 찾아 나선다.
발해 멸망과 백두산 대폭발의 연관성을 밝혀내기 위해 탄화목을 뒤지고, 수많은 지층을 파헤치며 치열하게 10세기 백두산 대폭발의 분화 연도를 추적해 발해 멸망 이전인 9세기에 백두산이 시작했을지도 모른다는 증거를 발견해내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소 장학관은 “백두산이 폭발할 시기가 난무하지만 그것은 백두산만이 안다. 그러나 만약 폭발한다면 세계 최대 규모가 될 것이다. 우리가 할 일은 그에 대한 상황을 인지하고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비책을 만드는 것이다. 제2의 폼페이가 생겨나기 전에 우리나라에서도 전문가들의 연구가 진행되길 바라는 마음이다”고 전한다.
허희정 리포터 summer0509@lyc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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