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사람들

서초구 보건소 장애인치과 봉사자 김종범 원장

지역내일 2010-07-14



“나눌수록 더 큰 기쁨 얻을 수 있어”
서초구 보건소는 일반치과를 이용하기 어렵거나 경제적인 이유로 치과진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장애인들을 위해 장애인 전용치과를 운영하고 있다. 1996년 9월, 고(故) 기창덕 박사의 제안으로 개설된 서초구 보건소 장애인 치과는 초기에 7~8명의 자원봉사 치과전문의들이 함께 시작했지만, 현재 20여명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방배동 ‘서울꿈나무치과’ 김종범 원장은 1996년 장애인치과 개설 당시부터 봉사를 시작해 지금까지 계속해 오고 있다. 14년 이상 월 2회 장애인 치과를 찾아 하루 15~20여 명의 장애인들에게 사랑을 나누고 있는 김 원장을 만나보았다.


시작부터 전국에서 장애인들이 몰려와
처음 서초구 보건소에 장애인치과가 개설될 당시만 해도 치료 장비나 시설 등이 열악한 상태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서초구의 장애인 구강 진료서비스가 사회적으로 이슈화되면서 갑자기 주변의 관심과 지원이 쏟아져 빠르게 자리를 잡게 됐다. 곧 다른 지방자치단체로 전파된 것뿐만 아니라 2006년 서울시가 장애인 전용 치과병원을 개원하는 발판이 되기도 했다. 서초구 보건소 장애인치과는 지역 사회 보건기관과 치과의사들의 자원봉사가 연계돼 장애인 구강 진료 사업의 밑거름이 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장애인 환자들의 반응도 엄청나 초기에는 전국에서 진료를 원하는 장애인들이 몰려왔다. 지금은 장애인 치과 운영을 시작한 자치구가 늘면서 멀리서 찾아오는 경우가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서초구 외의 지역에서 오는 장애인들의 수가 절반 정도로 많은 편이다.
자폐증 또는 정신지체 장애인은 의사소통이 어렵다는 점에서 어린 아이들과 치과 치료법이나 행동조절요법 등이 비슷하다. 따라서 소아치과를 전공한 김 원장은 대학병원에 근무하던 시절부터 장애인을 진료한 경험이 많았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장애인치과에서 봉사를 함께 하자는 기창덕 박사의 제안을 받아 봉사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김 원장은 “신체장애인의 경우 다른 일반 환자들과 치료 과정이 같아 큰 어려움 없이 자원봉사 치과의사들이 진료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의사소통이 힘든 장애인들의 경우 치료를 위해 고정대나 심할 경우 진정요법까지 쓸 수밖에 없어 중증 정신지체 아동들을 주로 맡아 진료해오고 있다”고 전했다.


주면 줄수록 더 큰 기쁨 얻는 봉사
그동안 수많은 장애인들에게 봉사를 펼친 김 원장은 1996년 장애인치과를 처음 오픈한 때부터 치료를 받기 시작해 지금까지 정기검진을 받고 있는 한 청년을 생각하면 흐뭇한 웃음이 절로 나온다. 그때는 몸도 못 가눌 정도로 장애가 심한 꼬마였는데 점점 자라면서 구강 상태만 개선된 것이 아니라 장애 정도도 호전됐다고 한다. 이제 그 꼬마가 어느새 청년이 되어 농담까지 할 정도로 나아진걸 보면 김 원장은 새삼 봉사를 계속할 힘을 얻는다.
오전에 봉사를 하고 오후에 다시 자신의 병원에서 진료를 하느라 힘들 만도 한데 김 원장은 오히려 자신이 받는 기쁨에 대해 강조를 한다. “흔히 사람들은 장애인 자녀를 키우는 것이 너무 힘들 것이라고 여기지만 여느 비장애인 부모자식 사이보다 친밀도가 더 높고, 당사자나 보호자 모두 항상 웃으면서 긍정적으로 생활하는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그들로부터 배우는 것이 더 많다.”
요즈음 건강한 자녀를 둔 부모들은 공부 욕심에 자녀와 갈등을 겪기도 하지만 장애아를 둔 부모들은 그저 건강하게만 자라주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라고. 입 맞추고 안아주면서 진정으로 자녀를 귀하게 여기는 장애아 부모들을 보면서 김 원장은 살아가는데 있어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고 한다.
김 원장은 치과의사로 살면서 사회로부터 부가적으로 받은 혜택을 봉사를 통해 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다. 자신이 봉사 할 수 있는 재능이 있다는 것이 기쁘고, 주면 줄수록 더 큰 기쁨을 얻을 수 있어 봉사를 멈출 수 없다고 한다.


중증 장애인 방문 진료 계획 추진 중
초기에는 장애인 치료를 위한 제대로 된 전문 장비조차 없었고 자원봉사가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전신마취 외에는 거의 대부분의 치료가 가능할 정도의 시설을 갖추게 되었으며 자원봉사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도 이어지고 있다.
보철과 임플란트는 예산상의 문제 때문에 서초구에 거주하는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으로 대상을 제한하고 있지만 충치나 잇몸 치료 등의 기본 진료는 복지카드를 소지한 장애인이라면 누구나 받을 수 있다. 3~6개월마다 정기검진을 받는 장애인들 외에도 장애인 시설이나 특수학교 커뮤니티 등을 통해 소개를 받은 장애인들이 계속해서 찾아오고 있다. 보철이나 임플란트의 경우 대기자가 밀려 있는 상태다.
김 원장은 “서초구 보건소 장애인치과가 지금 너무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이대로 계속해서 할 수 있는 여건만 되면 좋겠다. 한 가지 욕심이 있다면 보건소까지 직접 오기가 힘든 중증 장애인들을 위해 찾아가는 방문 진료가 활성화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현재 이동 진료를 위한 버스를 구입하는 등의 계획이 추진 중이며, 더 많은 관심을 모을 수 있도록 알리고 있는 중이다”라고 밝혔다.

사진 이창화(Studio ZIP)
장은진 리포터 jkumeu@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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