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맛 -제주 생도야지 전문점 ‘은솔’

눈 같은 쌀밥에 벌건 두루치기, 양푼에 비벼비벼~

지역내일 2010-06-25

맛있는 집들은 대부분 골목에 있다. 말로 설명하기 애매모호한 위치도 귀신같이 알고 찾아내는 식신(食神)들 덕분에 그들은 꿋꿋하다.


신정동에 위치한 ‘은솔’도 그렇다. 울산병원 뒤 골목을 몇 개를 돌아야 나타나는 은솔엔 그래서 단골이 많다.


제주 축협 중매인 직영 흑돼지 생오겹살 전문점인 은솔에서 선택한 메뉴는 돼지두루치기 정식. 이집 두루치기는 흑돼지 목살을 두툼하게 썰어 쓴다. 생목살인 덕분에 손가락 두 개만 한 고기가 입안에서 쫄깃쫄깃 거린다. 부드러운 것 같으면서 씹는 질감도 넉넉하고 살짝살짝 빠져나오는 육즙이 감칠맛 난다.


양념은 고추장 대신 이집 주인장이 손수 말려 빻은 고춧가루로 양념을 한다. 그래서 깨끗한 맛이다. 마늘양념을 기본으로 양배추, 양파, 파 등 단맛이 나는 채소를 넣어 설탕이나 물엿을 많이 넣지 않아도 딱 좋은 단맛을 낸다.


보기 좋게 벌떡이는 고기와 채소를 휘휘 저어보면 똬리를 틀고 얌전히 익고 있는 당면이 보인다. 고기, 채소, 당면이 이집 두루치기 3인방인 셈이다.


은솔의 두루치기는 따라 나온 냉면그릇에 낙지볶음마냥 비벼먹는 게 정석이다. 반찬으로 나오는 나물가지를 함께 넣어 비벼도 색다른 맛이지만 두루치기만 넣는 것이 제대로 맛을 느끼는 방법이다.


쓱쓱 비벼 벌게진 밥을 한 숟갈 뜨면 입안엔 소박한 잔칫상이 한 가득이다. 화려한 맛은 아니나 재료 본연의 맛이 어우러졌다. 심하게 맵지 않고 돼지 누린내가 없는 엄마표 두루치기인 셈이다.


은솔의 모든 음식은 개운하다. 반찬부터 주 요리까지 뒤돌아서서 더부룩하지 않다. 조미료를 쓰지 않는 까닭이다. 새벽시장에서 장을 볼 만큼 정성을 기울이는 지 언 대표는 “음식은 정직해야 맛이 나요. 돼지고기부터 밑반찬까지 신선하고 깨끗하게 대접하려고 노력한다”고 전한다.


100석 규모의 은솔은 한번에 4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자리도 있다. 저녁엔 회식을 즐기는 회사원들이 자주 찾는데 흑돼지 생오겹살이 인기다. 고향이 제주인 대표답게 먹는 방식도 제주식이다. 이글거리는 숯에 구운 오겹살을 쌈장이나 기름장 대신 땡초가 들어간 멜젓(멸치젓의 제주 표현)에 찍어 먹도록 한다.


지 언 대표는 “훨씬 개운한 돼지고기 맛을 느낄 수 있죠. 또 숯불에 구우니 향은 더하고 냄새는 잡았습니다”고 설명한다.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점은 싱싱한 나무를 볼 수 있는 통유리 창과 널찍널찍한 테이블이다. 바쁜 점심시간에 찾아도 한결 여유롭다.


 


위치 : 울산병원 주차장 뒤


메뉴 : 흑돼지 생오겹살, 두루치기, 김치찌개 외


영업시간 : 오전 11시~오후 10시


문의 : 052-256-7892


허희정 리포터 summer0509@lyc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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