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도서관이 활짝 열렸습니다 - 신방동 ‘책나무숲’ 어린이도서관

책이 주렁주렁 열린 책나무, 숲이 되고 삶이 되다

지역내일 2010-07-13
우리나라 주택법에서는 30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아파트) 내 작은도서관(문고)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그렇기에 현재 작은도서관 중 활발히 운영되는 곳은 아파트에 마련된 경우가 많다. 아니면 시민사회단체나 교회 등의 지원이 함께 하는 경우다.
그런데 새로운 시도로 마련된 작은도서관이 있다. 오로지 사람들과 함께 함으로 마련되고 운영된다. 신방동에 자리한 ‘책나무숲’이 그곳. 어린이도서관을 목표로 사람들의 힘을 모아 문을 열었고 현재,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
결혼 육아 이후 사회와 소통, 건강한 문화로 고민하다
‘책나무숲’은 지난 5월 17일 개관했다. 하지만 준비는 그보다 훨씬 전인 지난해 6월부터 진행되었다.
활발하게 활동하던 여성들에게 결혼과 출산은 사회와의 단절을 의미한다.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겨 다시금 사회와 함께 하려 할 때 마땅히 설 곳도 없다. 그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한 것이 아이들과 함께 하는 공부방 혹은 도서관. 여성의 힘이 가장 절실히 필요하고 최대로 발휘될 곳은 아이들의 건강한 미래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미 활동 중인 어린이도서관, 지역아동센터 관계자들에게 자문을 구하며 도서관에 대한 생각을 키웠다. 천안에서는 어느 지역에 어린이도서관이 가장 필요할까도 고민했다. 그 과정에서 눈에 띈 곳이 아파트가 밀집함에도 도서관이 없어 혜택에서 소외된 신방동. 여러 번의 논의 끝에 신방동에 어린이도서관을 마련하기로 최종 결정하고 구체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공간부터 책 한 권까지 십시일반, 사람의 힘!
첫 3개월 동안은 우선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어린이도서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지. 도서관은 어느 정도 이용하는 지, 도서관에서 어떤 것을 했으면 좋겠는지 등에 대한 설문조사였다. 그 결과, 반응이 너무 뜨거웠다. 운영에 참여하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설문 한 장 받는데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렸다. 도서관에 대한 갈증이 많았다는 이야기다.
그 과정에서 어린이도서관에 대한 고민은 더욱 힘을 얻으며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물론 그 어디에서도 지원이 없어 공간 마련부터 모든 것을 처리해야 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채권 발행. 여기저기 의미를 알리고 함께 할 것을 부탁하며 조금씩 사람이 늘었다. 그리고 마련한 금액으로 보증금을 마련해 현재의 공간에 자리를 잡았다.
이후 도배를 하고 장판을 깔고 내부를 꾸미는 것 역시 함께 하는 사람들의 몫. 공간을 꾸미고 후원 받은 책장을 갖추며 도서관은 조금씩 모습을 갖추었다. 그리고 지난 4월 자선음악회 ‘여럿이 함께’를 거치고 5월, 정식 문을 열었다.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는 사랑방이 되었으면
문을 연 지 이제 2달 가까운 시간. 아직 ‘책나무숲’은 챙겨야 할 것들이 많다. 책도, 찾는 사람들도, 후원회원도 많아야 한다. 어떤 곳에서도 지원이 없고 오직 후원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부담이 크다.
하지만 지금까지 사람들의 힘으로 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그에 기댈 생각이다. 찾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책나무숲은 더욱 무성하게 자라고 강해질 것이다. 그를 통해 출발은, 내용은 어린이도서관일 지라도 동네 누구든 편하게 마실 가듯 들를 수 있는 사랑방이 되고자 한다.
솔직히 책의 수만으로 보자면 작은도서관은 공공도서관에 비할 바가 못 된다. 그렇기에 단지 책만 보는 곳 보다는 책을 갖고 노는 곳이 되려 한다.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되어 사회 속에서 아이를 함께 키우는 공간이 되려 한다. 그런 과정 속에서 신방동 ‘책나무숲’이 제대로 자리 잡으면 지역마다 제2, 제3의 책나무숲이 조성될 것이라 믿는다.
‘책나무숲’은 영유아를 위해 오전 10시부터 문을 연다. 매주 화요일에는 엄마들을 위한 모임이 진행되고 수요일에는 과학 선생님이 아이들과 실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실험을, 놀토에는 방과후 독서지도 선생님이 독후활동 지도를 한다.
그렇다면 신방동 주민들만 이용할 수 있는 곳일까. 그렇지 않다. 천안아산 전체를 위해 마련된 공간이다. 멀리 아산에서도 찾고 있다. 이를 통해 운영이 활발해지면 책나무숲은 점점 무성해질 것이다. 그리고 동네마다 마련될 것이다. 그것이 현재 신방동 ‘책나무숲’에 시원한 물과 따뜻한 햇살과 유기농 비료가 되고 있는 20명 자원봉사자들의 꿈이다. 동네마다 무성해질 책나무숲은 함께 하는 사람들의 숨결로 자란다.
문의 : 책나무 숲. 010-5132-2865. http://cafe.daum.net/sinbangbook
후원 문의 : 천안 - 천안KYC(578-9484) / 아산 - 아산시립송곡도서관(537-3952)
김나영 리포터 naym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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