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갑갑할 때?

종이 한 장 꺼내봐~

지역내일 2010-06-24
세상이 복잡하고 어지러울 때는 그냥 쉽게 읽을 책이 한 권 필요하다. 제목부터 한판 크게 놀아보자고 유혹하는 것만 같은 <불법사전>은 스트레스 쌓일 때 읽기 그만인 책이다. 지난해 <내 머리 사용법>로 세상 보기의 즐거움을 선사한 카피라이터 정철이 한 번 더 우리의 스트레스를 날려준다. <내 머리 사용법>의 부록 ‘생각을 뒤집는 인생 사전 101’에서 생각의 역발상을 유감없이 보여준 그는 이번 책에서 보다 거침없고, 즐겁게 세상의 의미를 파헤친다. 이 책을 읽은 주변 지인들의 반응은 대략 두 가지로 갈린다. “완전 대박이다!” “뭐야, 이게 책이야? 나도 쓰겠다!” 미리 밝히자면 나는 전자에 속한다. 
일상다반사처럼 펼쳐지는 120개 단어들이 그의 레이더에 걸린 대상. 합법적인 단어 하나를 놓고 파생어와 동의어, 반대어, 관련 표현, 관련 이야기, 관련 인물 등 갖가지 불법적 생각을 끊임없이 이어가니, 처음엔 키득키득 웃다가 작가의 상상력에 경의를 표하고야 만다. 그야말로 그가 파트 1 제목으로 꼽은 ‘생각을 바꾸면 불가능이란 없다’의 증명판 같다.
하지만 그의 ‘불법’ 주행은 결코 불법이 아니다. 합법이라 불리는 틀에 박힌 상식과 고정관념에 반하는 불법적인 생각을 집대성한 역발상 사전이라 했지만, 한 장 한 장 그를 따라 생각의 꼬리잡기를 하다 보면 어디가 불법이고, 어디가 합법인지 도통 알 길이 없다.
“짜장면이 자장면이면 짬뽕도 잠뽕이어야 하는 게 아닐까?”라는 논리적 지적에 이어 “여행. 지금 내 자리에 내가 없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배우는 공부”라는 철학적 사유는 또 어떤가. 그의 고백처럼 불법의 눈으로 보자면 합법이 불법이고, 고로 세상 모든 불법은 어떤 눈으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법. 사물을 보는 시각의 법칙이다. 아! 나도 소리 높여 외쳐보고 싶다. 합법적인 세상에서 합법적으로 살기 위해 멍들고 다친 내 맘속 불법 가득한 생각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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