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살 짜리 아이가 유치원에서 친구의 물건을 훔쳐왔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엄마는 두 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한다. 하나는 호기심에 ‘그냥’가져왔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갖고 싶은 마음에 ‘훔쳐왔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엄마는 후자로 생각하고 아이를 다그친다. 엄마는 계속 아이를 꾸중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매까지 들게 된다. 그러나 다섯 살의 아이는 가지고 싶다는 소유욕보다 ‘그냥’ 가져온 경우가 많다. 아이는 상처받고, 엄마가 자신을 믿어주지 않았다는 생각에 자존감까지 낮아질 수도 있다. 이 상황에서 결정적으로 빠진 과정이 있다. 바로 ‘관찰’과 ‘대화’다.
연령대별 행동, 자세히 지켜보는 노력 필요
아주심리상담센터 임상심리전문가 최성혜씨는 흔히 아이들의 행동이 문제삼을 부분이 아닌데도 부모가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한다. 앞선 아이의 예처럼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는 행동을 처벌하고 비난함으로써 ‘문제아이’를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이의 특성을 연령대별로 잘 관찰하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 대체로 산만하다고 얘기되는 ‘자율적인 아이’를 ‘문제아이’라 정의하는 경우가 많은데, 놀라운 사실은 문제아이의 옆에는 ‘통제적인 엄마’가 있다는 사실이다. 최성혜씨는 “아이의 특성(코드)을 잘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쩌면 아이의 모습은 엄마의 모습이기도 하다. 통제된 아이는 소외감을 분출하게 되고 분노감을 친구에게 화풀이로 나타내거나 거칠게 행동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며 행동 관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화를 달리하면 방법이 보여
그렇다면 아이가 이른바 문제행동을 보일 경우, 어떻게 상황을 바꾸어가야 할까. 최성혜씨는 세 가지 의사소통법을 제시했다. 먼저, 경청이다. 단순히 듣는 것이 아니라 ‘경청해 주어야’ 한다. 올바른 경청은 눈맞춤(eye contact)으로부터 시작된다. 아이와 눈을 맞추고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준다. 다 듣고 나면 들은 내용을 한번쯤 정리해주고, 잘 듣고 있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여주는 것도 중요하다. 경청이 끝난 후 자연스럽게 질문을 하게 되면 대화는 스스로 물꼬를 트게 된다. 두 번째, 아이-메시지(I-Message)로 전달해야 한다. 아이메시지는 유메시지(You-Message)와 반대되는 개념이다. “너는 왜 숙제도 안 하고 늦게 자니!”(유-메시지)와 “엄마는 네가 숙제를 안 해서 늦게 잘까봐 걱정돼...”(아이-메시지)는 전혀 다르다. 아이의 존재감을 깎아내리는 것이 유-메시지라면, 아이-메시지는 자존감을 다치지 않게 하면서 긍정적인 행동을 끌어낼 수 있다. 끝으로, 여러가지를 동시에 지시하지 않는 게 좋다. “숙제도 하고, 방청소도 좀 하고, 손도 빨리 씻어”라는 식의 동시다발적 지시가 아니라 “숙제해” 혹은 “숙제하고 청소해”로 한 두 개 정도의 메시지만 던진 다음, “다 했니”라며 확인해주고 다시 다른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는 방법이다.
어렸을 때부터 공들이면 사춘기도 잘 넘겨
부모로서는 대단한 인내심을 요하는 이런 과정들을 줄여가는 방법은 없을까. 해맑은 소아청소년 클리닉 조주연 원장은 “아이에게 잘한 것 2개와 부족한 것 8개가 있다면, 대부분의 부모들은 부족한 8개를 지적한다. 잘한 것 2개를 집중적으로 칭찬해서 부족한 것을 7개, 6개로 줄여가도록 해야 한다”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아이 스스로가 무언가를 해 냈다는 경험을 자주 하게 해 주는 것이 가장 좋다”고 조언했다. 조원장은 특히, 최근에 증가하고 있는 소아우울증 아동이나 또래관계 미숙 아동 또한 ‘가족 내 소통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엄마의 정서 상태는 아이의 정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엄마가 아이에게 긍정적인 예상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 엄마에게 인정받지 못한 아이는 자신감을 잃고 위축되며 친구관계도 당연히 좋지 못하다. 조원장은 “빠르게는 미취학 시기부터, 혹은 초등학교 때부터 아이와 엄마간의 정서적 유대관계를 단단히 해 두면, 사춘기도 무난히 넘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엄마와 아이의 관계는 사회성 기르기의 시작이자 과정이라고 정리될 수 있겠다.
세상이 급변하면서 부모도, 아이도 속도감에 지쳐간다.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아이들과 15분 정도의 ‘특별한 시간’을 만들어보자. 비난과 지시도 하지 말고, 즐거운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주며,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변신시켜주는 시간. 머리도 쓰다듬어주고 손도 잡아주는 따뜻한 순간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도움말 아주심리상담센터, 해맑은 소아청소년 클리닉
권일지 리포터 gen103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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