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드는 과정일까, 여성성의 끝일까?

내 나이 마흔, 폐경에 즈음하여

지역내일 2010-07-07
초경이 여자를 여자답게 만드는 시작이라면, 폐경은 여자로서 중요한 한 가지를 잃는 일이다. 폐경을 맞는 여성들은 육체적으로 달라지는 증상을 두려워하지만, 막상 폐경에 처하면 상실감으로 인한 정신적 충격이 더 크다고 한다. 피하고 싶어도 어쩔 수 없이 다가오는 폐경. 미즈들은 어떻게 준비하고 받아들이는지 들어봤다.
Talk 1 폐경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는가?
30대 “아직은”…
40대 “머지않아 걱정된다”
여성호르몬제를 제조·판매하는 한 제약 회사에서 몇 년 전 30세부터 50대 중반까지 여성 100명을 대상으로 ‘폐경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30대 여성의 78퍼센트는 ‘아니오’라고 답한 반면, 40대 여성의 99퍼센트는 ‘예’로 답했다. 예라고 답한 여성 중 45세까지는 ‘몸이 나이 드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아 슬프다’는 반응이었고, 45세 이후는 ‘현실적으로 닥친 문제라 폐경 이후의 삶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봤다’고 답했다. ‘폐경을 위한 준비를 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해서는 40대 여성 대부분 ‘생각만 할 뿐 준비하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준비를 하는 여성은 ‘비타민이나 건강 보조 식품을 먹거나 운동을 한다’고 답했다. 당연히 다가올 폐경이지만 나이 먹기 전에는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으며 준비도 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대다수고, 몸을 위한 준비에 그친다는 결과를 보여준다. 연세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 김세영 원장은 “폐경은 여성이 일생에서 겪는 스트레스 중 부모의 사망에 견줄 만큼 스트레스 수치가 높다”며 “30대 중반이 되면 폐경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보고 육체적·정신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건강하게 폐경을 맞는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Talk 2 내 몸에 폐경이 찾아온다면?
여자로서 끝, 이젠 정말 늙는구나…
이선경(42·경기 고양시 마두동)씨는 폐경이 여자로서 끝이라는 생각이 있다. 여자가 남자와 뚜렷하게 다른 점은 임신할 수 있다는 것인데, 폐경을 하면 여성성을 상실하니 여자로서 임무는 끝난 것이라는 게 이씨의 생각. “여자가 남자와 다른 특별한 이유, 여자로서 존중 받아야 할 이유를 잃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슬프고 허전해요.” 
김지연(39·서울 용산구 이촌1동)씨는 아이를 셋 둔 주부. “애가 셋이니 폐경을 해도 서운할 것은 하나 없어요. 다만 일찍 결혼해서 애 키우느라 즐길 시간이 없었기에 아이들이 자라면 하고 싶은 일이 많아요. 폐경을 하면 본격적으로 늙는다니 애만 키우다 늙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걱정스럽죠.”
폐경을 한 언니를 두었다는 박선화(44·경기 성남시 정자동)씨는 언니가 폐경 전후로 몸이 자주 아프고, 우울함과 외로움을 느끼는 등 심정적인 갈등도 겪는 것을 보았다며 폐경 이후로 사람이 달라지는 것 같아 걱정된다고 했다.

Talk 3 내 몸에 폐경이 찾아온다면?
폐경을 준비하는가?
윤혜경(47·서울 용산구 서빙고동)씨는 요즘 칼슘 보충제를 복용하고 매일 한 시간씩 운동을 한다. 자신을 운동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고 말하는 윤씨는 규칙적이던 생리일이 늦춰지고 폐경이 가까웠음을 느끼자 겁이 덜컥 났다고 했다. “폐경이 오면 골다공증이 본격적으로 진행된다는 말을 들었어요. 건강을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더군요. 그동안 너무 안일하게 지냈다 싶기도 했고요.”
세 살 연하의 남편과 사는 이미연(45·서울 송파구 잠실동)씨는 남편보다 늙어 보일까 봐 걱정하는 편. 그에게 폐경은 심리적으로 위축감을 주는 일이다. 할머니처럼 변해도 여자로서 매력을 느끼느냐고 묻는 그에게 남편은 “할아버지 됐다고 나 버릴 생각이나 하지 말라”고 일축했단다. 혼자 걱정하기보다 주변의 이해를 구하고 같이 준비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다.
몸이 약해 자녀를 한 명 둔 이해순(41·서울 서초구 방배본동)씨는 마흔 살이 되면서 건강이 염려되었다. “초경을 일찍 하면 폐경도 이를 수 있다더군요. 친정어머니가 식탁에 늘 멸치를 두고 드셨는데, 이젠 제가 그럴 나이가 되었네요.”

Talk 4 폐경을 맞아보니
가족에게 이해 구하고,
심리적 상실감 같이 극복
임주미(48·서울 양천구 목5동)씨는 2년 전부터 불규칙하던 생리가 올해 완전히 끊겼다. 막상 닥치니 상실감이 컸다. 감정 기복이 심해지면서 자주 짜증을 내는 자신을 발견했다. 문득문득 우울했다. 결혼이 늦어 둘째 자녀가 열 살인 임씨는 자녀를 위해서도 이래선 안 되겠다는 생각에 취미 생활을 시작했다. 열세 살 큰아이와 함께 가야금을 배우러 다니면서 감정을 추슬렀다는 임씨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 괜히 우울해져요. 일부러 바쁘게 움직이면서 감정을 추스르는 일이 필요하더군요”라고 말했다. 
나선연(49·서울 관악구 신림5동)씨는 생리가 불규칙해지면서 가족에게 폐경을 할 것이라고 미리 말했다. “친정어머니가 53세에 생리가 끊겼어요. 제 나이 27세 땐데 ‘엄마, 편하겠다’ 했더니 ‘슬프다’ 하셨어요. 그땐 이해를 못 했는데 저에게 닥치니 이해가 되더군요. 혼자 슬프지 말자 싶어 가족에게 얘기했죠. ‘몸의 변화가 생길 것이고 슬프다. 나도 모르게 우울해지기도 하니 위로가 필요하다’고 말이죠.” 가족의 이해를 구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는 나씨는 지금 슬기롭게 극복 중이다.
이현진(49·서울 노원구 중계동)씨는 해마다 건강검진을 하고 체중 조절을 하며 폐경을 이겨간다. 신이 주신(?) 몸매 덕에 평생 다이어트 걱정 없이 일정 체중을 유지했건만, 폐경 후 호르몬제를 복용하자 살이 찌기 시작했다. 몸무게 60킬로그램이 넘자 만사가 귀찮고 예민해졌다. 육체적인 변화가 오자 정신적으로도 많이 혼란스러웠다는 그는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식사 조절을 하고 오전에 운동을 하니 몸이 가벼워졌다. 머리가 점차 맑아지고 생각도 건강해졌다. “폐경을 하고 몸의 변화가 오니 정신도 탁해져요. 건강한 몸에 건강한 신체라는 말처럼 건강하게 생각하고 생활하는 것이 중요하죠.” 이씨는 시련을 통해 깨달음을 얻고 강단이 생겼다며 폐경을 맞이하는 것이 나쁜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한단다.

연이마음클리닉 최해순 심리치료사는 “폐경이 정신적인 충격을 주는 것은 사실이나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자신을 어렵게 만드는 일”이라고 말한다. “모든 병은 마음에서 비롯된다. 심각하게 생각하면 그 순간부터 몸이 예민하게 반응한다. 초경이 서툴러도 시간이 지나면서 별일 아니던 것처럼, 폐경은 두려워도 시간이 지나면 별것 아니다. 그저 과정이라 생각하고 슬기롭게 이기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유병아 리포터 bayou84@naver.com
일러스트 홍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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