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치과전문의 1차 의료기관 개설 논란

“전문의가 일반의 진료 담당해서야”

지역내일 2010-07-07
의료전달체계 확립 없는 전문의 배출, 국민 의료비 상승·의료 왜곡
치과의원과 병원의 역할 분담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치과전문의가 배출되면서 치과전문의가 의원급이나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어떤 영역을 담당하는 것이 국민의 진료 접근권을 제고하고 구강건강을 증진하며, 건강보험 재정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지가 논의의 내용이다. 현재 관련 법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에 상정중이다. 이에 대한 치과의사 단체와 정부부처, 국회의 의견을 들어본다. 편집자

치과의원과 치과병원의 역할을 명확히 하고 치과전문의가 전문과목을 표방한 경우 해당 진료과목만 진료하도록 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행법은 오는 2013년말까지 치과의사의 전문과목 표시를 제한하고 있다.
대한치과의사협회는 “지난 2008년 치과의사전문의가 배출되기 시작했으나 현재 치과의원과 치과병원의 역할 구분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하지 않고 전문의제도를 시행하게 되면 일반의와 전문의의 역할구분 부재로 의료자원 낭비를 초래하고 국민의 의료비 중복지출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치협은 또 “의료전달체계 확립 없이 치과에 앞서 시행된 의사전문의제도가 왜곡된 형태로 정착됐다”며 “전문의가 1차 의료에서 일반의의 역할을 주로 수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잘못된 전문의제도를 답습하지 않고 올바른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의원급을 개설한 치과의사전문의의 경우 표방한 전문과목 환자만 진료하도록 제한을 두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치과진료는 행위별 진료 = 의과의 경우 눈에 이상이 있으면 안과를 찾고 코에 문제를 느끼면 이비인후과를 찾듯이 장기별 진료를 한다. 환자 자신이 증세에 따라 대체로 전문의원을 찾아갈 수 있다.
하지만 치과의 경우 전문과목 분류가 행위별로 나누어져 있기 때문에 환자가 스스로 특정과를 찾기가 어렵다. 치과진료의 특성상 한 치아에 대해 충치 치주 보철치료 등을 동시에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아 동일한 장소에서 일관된 치료가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 치과의사전문의 전문과목수는 10개로 다른 나라에 비해 세분화돼 있는 편이다.
따라서 한 기관에 다양한 전문과가 개설돼 있어야 최상의 진료가 가능하다. 전문의는 좀더 전문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것인 만큼 제도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병원급에 개설하는 게 맞다는 것이다. 1차 의료기관에서 전문과목을 표방할 수 있게 하는 경우 결국 환자들의 치료비 증가와 불편을 증가시키는 부작용 초래가 우려된다는 게 치협의 설명이다.

◆개정안 국회에 상정 = 전문의의 전문과목 표방 제한을 포함한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상정돼 있다.
지난해 복지위 소속 최영희(민주당) 의원과 정미경(한나라당) 의원이 각각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복지위는 올 2월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두 법안을 폐기하고 일부 내용을 수정한 대안을 가결한 상태다.
최영희 의원 발의안은 △치과병원은 5개 이상 병상 소유 △의원급 의료기관 치과전문과목 표방 영구 제한 △전문과목 표시 치과병원은 의뢰받은 환자만 진료한다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정미경 의원 발의안은 ‘치과의사 전문의가 치과의원을 개설하고 전문과목을 표방한 경우 전문과목에 해당하는 환자만을 전문적으로 진료하며, 전문과목을 표방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일반치과의사와 같이 모든 진료과목을 진료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국회 수석전문위원은 이들 법안에 대한 검토보고서에서 △전문의의 역할과 업무범위를 명확히 하고 진료의뢰에 대한 규정을 둘 필요가 있고 △의료전달체계는 의과나 한의과와 함께 논의해야 할 사항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복지위 법안심사소위는 원안을 폐기하고 ‘전문과목을 표시한 치과의원은 표시한 전문과목에 해당하는 환자만을 진료한다’는 내용의 대안을 채택했다.
보건복지부는 이에 대해 “현재 의사는 의원에서 전문과목 표시나 환자진료에 제한이 없고 한의사 전문의도 올 1월부터 제한없이 전문과목 표시가 가능하다”며 “치과의원에 전문과목 표방을 금지하는 것은 타른 의료인과 형평성 문제가 있고 과도한 제한이 될 수 있으며 국민의 진료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으므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한편 국회는 2002년 의료법을 개정하면서 치과의사 전문과목 표시제한제도를 도입했다. 당시 국회는 △전문의 제도 실시로 특정 인기과목에 인력이 집중되어 진료에 불편을 초래할 수 있고 △의원급 개원의에게 전문과목 표시를 허용할 경우 고가의 의료기기 구입 등 개원의 간 과다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이 제도를 도입했다.

◆치과의사 현황은 = 우리나라 치과의사 수는 지난해 6월말 현재 2만3912명이다. 이들의 대부분은 치과의원(1만3340개)에서 환자를 진료하고 있고 나머지는 175개 치과병원에서 환자를 보고 있다.
전국 11개 치대 및 치의학전문대학원에서 매년 760명 정도가 배출된다.
치과전문의가 배출되기 시작한 때는 지난 2008년부터이다. 지금까지 배출된 치과전문의는 479명이다. 수백명의 치과전공의들이 수련치과병원에서 인턴이나 레지던트 과정을 밟고 있다. 우리나라 의료법상 치과의원은 의원급 의료기관으로서 주로 외래환자를 진료하도록 돼 있으며 치과병원은 병원급 의료기관으로 입원환자를 진료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치과의원과 치과병원의 역할 구분은 명확하지 않다. 실제 지난해 상반기 치과병원 입원 청구건수는 1681건으로 전체 청구건수의 0.23%에 불과했다.
범현주 기자 hjbeo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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