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는 여성의 전유물이다? 과연 맞는 말일까. 여성들의 갱년기는 급작스런 호르몬의 감소로 폐경 등 다양한 자각증상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남성의 갱년기는 증상이 뚜렷하지 않고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나이 탓으로 돌리거나 만성피로 등으로 착각하기 쉽다. 게다가 남성들은 자신의 나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하고, 특히 성기능이 약해지는 것을 몹시 부끄럽게 생각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기보다는 외면해 버리려는 경향이 강하다. 당신의 남편이 고개 숙인 남자(?)로 변해가고 있다면 ‘남성 갱년기’를 의심해 봐야 한다.
□ 남성의 갱년기는 서서히 찾아온다
서초동의 오정옥(49) 주부는 요즘 들어 유난히 힘들어하는 남편 때문에 고민이 많다. 50대 초반인 남편은 정기적인 건강검진은 물론이고 등산이나 조깅 등으로 꾸준하게 건강관리를 하는 편인데도 최근에는 급격하게 체중이 줄면서 우울증 증세까지 보이고 있다는 것.
평소 말수가 적은 남편은 20년 넘게 회사생활을 하면서도 별 불평 없이 근무했고, 신망도 두터워 승진도 빠른 편이었다. 그런데 몇 개월 전부터 수시로 밤잠을 설치는가 하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성기능에도 문제가 생겨 많이 괴로워 한다는 것이다. 서초동 모나코 빌딩의 큐렌시아 내과 김상우 원장은 “남성의 갱년기는 본인이 자각하지 못할 정도로 천천히 발생하며, 30대 후반부터 변화가 일어나 일반적으로 여성과 유사하게 50세 전후에 나타난다.”면서 남성도 갱년기가 온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인정하고, 이러한 질환에 적극적으로 대처해 삶의 질을 높이고 신체 건강상에도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대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실 10여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남성 갱년기라는 용어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호르몬의 급격한 감소로 나타나는 여성의 갱년기와는 달리 남성 호르몬은 큰 변화 없이 서서히 감소하기 때문에 증상이 뚜렷하지 않고 모든 남성이 경험하는 것도 아니어서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의학계에서는 이미 1990년대부터 남성의 갱년기에 대해 경고하기 시작했다. 30대 후반 이후 남성들에게 나타나는 내분비계의 이상 징후들이 남성 호르몬의 감소에 의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남성 갱년기’의 심각성이 대두되었던 것이다.
□ 남성 호르몬의 감소로 나타나는 증상
남성 호르몬은 뇌하수체를 통해 고환에서 주로 만들어지며, 남성의 2차 성징에 관여한다. 이는 근력의 증가, 체모의 증가, 정자생성 및 남성기능에 주된 역할을 한다. 남성 호르몬 역시 여성 호르몬과 유사하게 20~30대에 최고치를 보이며 이후 매년 1.2%씩 감소하다가 40세 이후에는 급격히 줄어든다.
남성 호르몬 감소의 첫 번째 징후는 섹스에 관심이 없어지고 새벽에 발기되는 횟수가 줄어들며 약간의 스트레스나 음주에도 발기가 잘되지 않는다는 것. 이것이 좀 더 진행되면 만성피로를 느끼고 여성의 갱년기 증상과 비슷하게 얼굴이 달아오르며 식은땀을 흘리고 손발이 저리기도 한다.
불면증과 우울증, 불안, 초조감과 함께 감정조절이 잘되지 않아 사소한 일에도 짜증을 내고 괜히 섭섭해 하거나 잘 토라진다. 따라서 남성 호르몬의 부족 때문에 생기는 이런 증상들을 흔히 ‘남성 갱년기’라고 부른다. 중년 이후 남성 호르몬의 수치는 개개인에 따라 많은 차이를 보여 60~70세에도 남성 호르몬이 원활하게 분비돼 성생활을 즐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40대에 벌써 남성 호르몬의 결핍증상이 나타나는 남성도 있다.
그러나 남성 호르몬의 결핍은 성기능 저하 외에도 여러 가지 신체적, 정신적 증상을 나타내므로 보다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또한 중년 이후의 성생활은 청년시절과는 달리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 호르몬 보충요법
강남구 코엑스 인터콘티넨탈 호텔 내의 AG클리닉 권용욱 원장은 “적절한 성생활은 신진대사를 촉진시켜 노화를 예방하고, 중년 남성의 우울증 등의 정신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아주 효과적”이라며 “성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서둘러 전문의의 조언을 구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강조했다.
치료제로는 남성 호르몬제로 경구 제재, 경피 흡수 제재, 주사 제재 등이 있다. 경구 제재는 복용하기엔 편하나 흡수율이 많이 떨어져서 효과 면에서 단점이 있으며, 경피 흡수 제재는 피부발진이나 알러지를 유발하는 단점이 있다. 권 원장은 “최근에는 3개월에 한번 주사하는 편리한 약물이 개발되어 치료가 용이하고, 이외에도 먹는 약, 바르는 약, 붙이는 패치형 등 매우 다양하게 나와 있다.”고 전했다.
또한 김상우 원장은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은 근육주사제이며, 환자의 상태에 따라 2주에 1회 주사제나 3개월에 한번 주사하는 제재를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치료 후에는 갱년기 증상이 호전되며 성기능 저하, 성적상상력 등이 향상된다고. 또 체질적으로는 근력의 증가, 체지방의 감소 및 인지능력이 향상돼 자신감과 삶의 만족도가 증가하며 골다공증의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 성기능 노화방지 식품
나이가 들면서 성기능이 떨어지는 이유는 노화방지 호르몬의 결핍과 혈관노화로 인한 발기력의 저하다. 따라서 성기능 노화를 방지하려면 호르몬 분비를 원활하게 하고 혈관노화를 막아 혈액순환을 촉진해야 한다. 마늘, 양파, 부추, 달래 등 매운맛을 내는 식품이 혈액순환에 좋다.
매운맛을 내는 식물의 공통성분은 황화알릴인데 이 성분은 동맥경화증 예방에 효과가 있는 좋은 콜레스테롤을 높이고 나쁜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은 낮춰준다. 따라서 황화알릴을 많이 섭취하면 심혈관질환을 예방할 수 있음은 물론 발기력도 좋아진다. 비타민 E도 성기능 저하를 막아주며 혈액응고를 억제해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한다. 특히 땅콩, 아몬드, 잣, 장어, 해바라기씨, 콩기름, 꽁치 등에 많이 들어 있다. 또 권 원장은 “‘섹스 미네랄’이라 불리는 ‘아연’과 ‘셀레늄’을 많이 섭취해야 한다.”며 “아연은 남성 호르몬을 여성 호르몬으로 바꾸는 아로마테이즈(Aromatase)라는 효소를 억제하여 남성 호르몬의 혈중농도를 높게 유지해주는 기능이 있다.”고 말했다.
아연이 많은 음식으로는 굴, 장어, 게, 새우, 호박씨, 콩, 깨 등이 있고, 셀레늄을 다량 함유하고 있는 식품은 고등어와 같은 등 푸른 생선, 굴, 마늘, 양파, 깨, 버섯, 콩 등이 있다. 이 밖에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레드와인 등 적당한 음주는 심혈관질환을 예방하고 발기에도 도움을 준다. 그중 레스베라트롤이라는 물질은 산화질소 생성효소를 활성화해 산화질소를 많이 만든다. 이는 혈관을 넓혀 발기력을 향상시킨다. 또한 규칙적인 운동은 혈액순환이 원활해지고 남성 호르몬의 분비가 촉진되므로 남성 갱년기에 꼭 필요한 항목이다. 갱년기로 인해 근육량이 적어지기 때문에 유산소운동과 함께 근력운동을 병행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남성 갱년기 자가진단
1. 성적 흥미가 감소했다.
2. 기력이 몹시 떨어졌다.
3. 근력이나 지구력이 떨어졌다.
4. 키가 줄었다.
5. 삶에 대한 즐거움을 잃었다.
6. 슬프거나 불만이 있다.
7. 발기의 강도가 약해졌다.
8. 최근 운동할 때 민첩성이 떨어졌다.
9. 저녁 식사 후 바로 졸린다.
10. 최근 일의 능률이 떨어졌다.
위의 10개 문항 중 1번이나 7번에 해당되거나
나머지 중 3개 문항 이상이 해당되면 남성 갱년기라 볼 수 있다.
(AG클리닉 제공)
김선미 리포터 srakim20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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