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쇼핑갈 때는 기분 좋게 팔짱끼고 갔다가 집에 올 때는 한걸음 떨어져서 들어오는 부부들. 바로 아내들의 시간가는 줄 모르고 즐기는 쇼핑 때문이다. 이층저층 끌려 다니는 남편들에게는 곤혹의 시간이 아닐 수 없을 터. 능력 있고 자상한 남편으로 보이기 위해 쇼핑에 따라 나섰다가도 인내심에 한계가 달하면 싸움꺼리로 돌변하고 마는데…. 아내와 쇼핑을 꺼리는 남편들의 이유 있는 항변.
결국 첫 매장에서
옷 살 때 왕 짜증
용봉동에 사는 김미숙씨(41·여)는 쇼핑은 주로 주말에 남편과 한다. 옷 한 벌을 사더라도 남편 마음에 드는 옷을 사기 위해서다. 물론 남편 카드로 계산한다는 이유도 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자상한 남편이란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작용해서다. 처음에는 남편이 골라준 옷으로 차근차근 입어보지만 정작 김 씨 마음에 쏙 드는 옷은 한 벌도 없다. 김 씨는 이런저런 이유를 핑계로 옆 매장을 옮겨 다니며 쇼핑 삼매경에 빠진다. 그러다보니 남편 인내심에도 한계에 달해 그 때부터는 옷도 안 골라주고 침묵으로 일관한다. 좀 미안한 생각에 살짝 애교부리며 “좀 골라줘봐”하고 다그치면 벌침보다 따가운 남편의 훈계. “내가 골라주면 마음에 안 든다고 사지도 않으면서 뭣 때문에 골라주라고 부추겨? 결국 너 마음에 든 것 사고 싶으면서, 물어보지나 말든가.” 김 씨는 본인 마음에도 들고 남편 마음에도 드는 옷으로 사고 싶었던 것뿐인데 남편은 왜 이해를 못해 주는지, 결국 처음 매장으로 다시 들어가 남편이 예쁘다고 한 옷으로 계산한다고.
점원들 과잉 관심
부담스러워
박 씨(45·남)는 매장 점원들의 과잉 친절이 부담스러워 백화점에 오래 있기가 쑥스럽다고 토로한다. 손님이 하나도 없는 매장은 특히 그렇다.
아내가 매장에 발을 들여 논 순간 점원들 모두 총 동원해 아내가 마음에 드는 옷을 고를 때까지 이옷저옷을 계속 입혀준다. 하는 수 없이 박 씨는 아내가 옷을 고를 때까지 매장 안에서 기다려준다. 벌써 30분 째다. 행여 박 씨가 가자는 뜻을 내비치기라도 할까봐 점원들은 시간을 끌기 위해 차도 타주고 말도 걸어준다. 그야말로 여자 천국인 백화점에 남자 혼자 시선을 어디다 둬야 할지 불편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다. 참다못해 박 씨는 “대충하고 얼른 사!”하고 쏘아붙였다. 사실은 더한 말도 하고 싶었지만 즐거워하는 아내 얼굴을 보고 꾹 참았다고. “마음에 드는 옷이 없으면 다른 매장에 가면 될 것을, 점원들이 여러 가지 아이템을 코디해주는 바람에 안살 수도 없고 결국에는 아내에게 어울리지 않는데도 카드를 내민 적이 한두 번이 아이다. 이런 마음을 아내는 알아줄까.”
“그 옷이 너한테
어울리냐?”
유행에 민감한 조 씨(38·여)도 계절이 바뀔 때마다 남편을 데리고 백화점 쇼핑을 즐긴다. 직장맘인 터라 아무래도 옷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고. 조 씨는 매장에 들어갈 때마다 옷을 입어보고 남편에게 “이거 어때?”하며 연신 반응을 살핀다고 한다.
남편 최 씨(43)는 그럭저럭 어울리는 것 같아 “괜찮네”하며 계산 걱정을 하고 있는데 아내는 사지도 않고 다른 매장으로 들어가 젊은 애들이나 입는 옷들을 고르느라 정신이 없다. 남편 의견 따위는 완전 무시다. 그러면서 백화점 세일 기간만 되면 왜 못 데려가서 안달하는지 알 수가 없단다. 다른 매장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사지도 않을 거면서 이옷저옷을 입어볼 때마다 “이거는 어때?”라고 물어보면 최 씨는 “그 옷이 너한테 어울리냐”며 버럭 화를 낸다고.
최 씨는 “혼자서 편하게 쇼핑하면 될 것을 왜 꼭 데리고 다니는지 알 수가 없다. 쇼핑할 때마다 싸우는 일이 빈번해 가기 전에 빨리 사고 오자고 약속도 하지만 막상 백화점에 들어가면 아내는 약속 따위는 신경도 안 쓰는 눈치다. 2시간 이상 끌려 다닐 때는 휴일이 더 피곤하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남성 전용 휴게실에서
시간 때우기
수십 번의 시행착오를 거친 허 씨(46) 부부는 쇼핑 시 의견을 조율한 케이스. 물건을 살 때는 같이 고르고, 아내가 옷을 살 때는 남편은 남성전용 휴게실이나 대기실에서 기다리기로 한 것. 남편은 기다리는 동안 TV를 보거나 인터넷 게임, 동병상련을 겪고 있는 사람과 바둑을 두는 것으로 장시간을 버텨낸다고. 아내도 편하게 쇼핑할 수 있어 좋고 남편도 불편하기는 하지만 지루하지 않게 시간을 때울 수 있어 합의한 것이라고. 아내는 쇼핑이 끝나면 기다려준 남편을 위해 외식 메뉴를 고르는 것으로 미안한 마음을 대신한다. 허 씨는 “처음엔 너무 많이 기다리게 해 뚜껑이 열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싸우기도 많이 했지만 아내는 달라지는 게 별로 없었다. 그래서 서로 부딪치지 않기 위해 편하게 기다려 주기로 양보했다”고 솔직한 심경을 털어놨다.
요즘엔 이런 남편을 위한 마케팅 전략으로 백화점마다 남성전용 휴게실을 마련하고 있다. 단순한 휴식 공간을 넘어 여가 활동을 즐길 수 있게 인터넷 시설을 마련하는 등 지루하지 않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휴게실 문화로 바꾸고 있다.
김영희 리포터 beauty02k@hanmail.net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결국 첫 매장에서
옷 살 때 왕 짜증
용봉동에 사는 김미숙씨(41·여)는 쇼핑은 주로 주말에 남편과 한다. 옷 한 벌을 사더라도 남편 마음에 드는 옷을 사기 위해서다. 물론 남편 카드로 계산한다는 이유도 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자상한 남편이란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작용해서다. 처음에는 남편이 골라준 옷으로 차근차근 입어보지만 정작 김 씨 마음에 쏙 드는 옷은 한 벌도 없다. 김 씨는 이런저런 이유를 핑계로 옆 매장을 옮겨 다니며 쇼핑 삼매경에 빠진다. 그러다보니 남편 인내심에도 한계에 달해 그 때부터는 옷도 안 골라주고 침묵으로 일관한다. 좀 미안한 생각에 살짝 애교부리며 “좀 골라줘봐”하고 다그치면 벌침보다 따가운 남편의 훈계. “내가 골라주면 마음에 안 든다고 사지도 않으면서 뭣 때문에 골라주라고 부추겨? 결국 너 마음에 든 것 사고 싶으면서, 물어보지나 말든가.” 김 씨는 본인 마음에도 들고 남편 마음에도 드는 옷으로 사고 싶었던 것뿐인데 남편은 왜 이해를 못해 주는지, 결국 처음 매장으로 다시 들어가 남편이 예쁘다고 한 옷으로 계산한다고.
점원들 과잉 관심
부담스러워
박 씨(45·남)는 매장 점원들의 과잉 친절이 부담스러워 백화점에 오래 있기가 쑥스럽다고 토로한다. 손님이 하나도 없는 매장은 특히 그렇다.
아내가 매장에 발을 들여 논 순간 점원들 모두 총 동원해 아내가 마음에 드는 옷을 고를 때까지 이옷저옷을 계속 입혀준다. 하는 수 없이 박 씨는 아내가 옷을 고를 때까지 매장 안에서 기다려준다. 벌써 30분 째다. 행여 박 씨가 가자는 뜻을 내비치기라도 할까봐 점원들은 시간을 끌기 위해 차도 타주고 말도 걸어준다. 그야말로 여자 천국인 백화점에 남자 혼자 시선을 어디다 둬야 할지 불편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다. 참다못해 박 씨는 “대충하고 얼른 사!”하고 쏘아붙였다. 사실은 더한 말도 하고 싶었지만 즐거워하는 아내 얼굴을 보고 꾹 참았다고. “마음에 드는 옷이 없으면 다른 매장에 가면 될 것을, 점원들이 여러 가지 아이템을 코디해주는 바람에 안살 수도 없고 결국에는 아내에게 어울리지 않는데도 카드를 내민 적이 한두 번이 아이다. 이런 마음을 아내는 알아줄까.”
“그 옷이 너한테
어울리냐?”
유행에 민감한 조 씨(38·여)도 계절이 바뀔 때마다 남편을 데리고 백화점 쇼핑을 즐긴다. 직장맘인 터라 아무래도 옷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고. 조 씨는 매장에 들어갈 때마다 옷을 입어보고 남편에게 “이거 어때?”하며 연신 반응을 살핀다고 한다.
남편 최 씨(43)는 그럭저럭 어울리는 것 같아 “괜찮네”하며 계산 걱정을 하고 있는데 아내는 사지도 않고 다른 매장으로 들어가 젊은 애들이나 입는 옷들을 고르느라 정신이 없다. 남편 의견 따위는 완전 무시다. 그러면서 백화점 세일 기간만 되면 왜 못 데려가서 안달하는지 알 수가 없단다. 다른 매장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사지도 않을 거면서 이옷저옷을 입어볼 때마다 “이거는 어때?”라고 물어보면 최 씨는 “그 옷이 너한테 어울리냐”며 버럭 화를 낸다고.
최 씨는 “혼자서 편하게 쇼핑하면 될 것을 왜 꼭 데리고 다니는지 알 수가 없다. 쇼핑할 때마다 싸우는 일이 빈번해 가기 전에 빨리 사고 오자고 약속도 하지만 막상 백화점에 들어가면 아내는 약속 따위는 신경도 안 쓰는 눈치다. 2시간 이상 끌려 다닐 때는 휴일이 더 피곤하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남성 전용 휴게실에서
시간 때우기
수십 번의 시행착오를 거친 허 씨(46) 부부는 쇼핑 시 의견을 조율한 케이스. 물건을 살 때는 같이 고르고, 아내가 옷을 살 때는 남편은 남성전용 휴게실이나 대기실에서 기다리기로 한 것. 남편은 기다리는 동안 TV를 보거나 인터넷 게임, 동병상련을 겪고 있는 사람과 바둑을 두는 것으로 장시간을 버텨낸다고. 아내도 편하게 쇼핑할 수 있어 좋고 남편도 불편하기는 하지만 지루하지 않게 시간을 때울 수 있어 합의한 것이라고. 아내는 쇼핑이 끝나면 기다려준 남편을 위해 외식 메뉴를 고르는 것으로 미안한 마음을 대신한다. 허 씨는 “처음엔 너무 많이 기다리게 해 뚜껑이 열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싸우기도 많이 했지만 아내는 달라지는 게 별로 없었다. 그래서 서로 부딪치지 않기 위해 편하게 기다려 주기로 양보했다”고 솔직한 심경을 털어놨다.
요즘엔 이런 남편을 위한 마케팅 전략으로 백화점마다 남성전용 휴게실을 마련하고 있다. 단순한 휴식 공간을 넘어 여가 활동을 즐길 수 있게 인터넷 시설을 마련하는 등 지루하지 않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휴게실 문화로 바꾸고 있다.
김영희 리포터 beauty02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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