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창의재단과 경남생명의숲이 손잡고 경남다문화지원센터(센터장 박해숙) 가족들을 숲으로 초대했다. 마른장마를 지나 젖은 장마에 들기 시작하던 지난 토요일. 숲 해설가 등 생명의 숲 가족 및 봉사자와 문화콘텐츠 전문가. 그리고 다문화가족 및 센터 실무자들과 봉사자 등 90여명이 어울려 진주 이반성 경남수목원 녹색나들이에 나선 것이다. 초대에 응한 리포터도 3모둠 보조교사로 동행했다.
경남여성능력개발센터 마당에서 대형 버스 두 대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 9시 반. 몽골 베트남 일본 필리핀 등 다문화 가족들의 담소와 격의 없는 대화 속에 분위기는 출발부터 정다웠다. 초록 수채화로 퍼지며 세상을 더욱 생기롭게 만드는 비의 정취에 감사하며 50분 쯤 지났을까. 수목원에 도착한 것은 얼추 10시 반, 수목원은 생각보다 가까웠다.
생명 체험 현장-트레킹..
주용도 사무국장으로부터 트레킹과 관찰, 꾸미기와 견학 체험 등 프로그램 설명을 들은 뒤 3모둠으로 나눠 트레킹을 시작했다. 고명으로 얹히는 설명도 섞어, 가족끼리 친구끼리 자유롭게 천천히 걸어 나갔다. 탐방로드와 유초록 이파리 사이로 밝은 웃음, 즐거운 소리가 꼬리를 이었다. 해설가의 알록달록 재밌는 이야기도 가족의 행복 안으로 찰칵, 16개월 아기를 안은 부부의 초록빛 표정도, 아이 넷에 둘러싸인 엄마의 함박웃음도 카메라 속으로 바삐 들어갔다.
12시 반, 시원하게 끌어안은 하늘 품과 쭉쭉 뻗은 메타세콰이어와 그 옆으로 넓게 누운 초원 곁에서의 점심. 자유로이 천천히 길게 걸은 후에 빗속에서의 야외 도시락 맛이라니. 초록이 씹히어 넘어가는 싱그러운 기분에 몸속으로 초록피가 흐르듯 느꼈다고 하면 지나친 과장일까. 아무튼 양이 꽤 부담스런 도시락도 싹싹 훑어 먹은 뒤 다음 프로그램에 임했다.
생명 체험 현장-관찰과 견학, 체험..
현미경 관찰과 함께 자기만의 느낌에 집중하는 시간이다.
“선생님 달팽이예요 제가 잡았어요” 분홍 원피스를 입은 소녀가 채집통을 자랑스레 들어 보인다. 해설가는 무릎을 접고 아이에게 미소와 눈높이를 맞춘다. “달팽이를 손으로 만지면 곤란하니 잠깐만 기다리세요. 달팽이 온도는 5도예요. 그것은 우리 친구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이 녹는 정도지요. 체온 36.5의 사람이 직접 손으로 만지면 달팽이는 뜨거운 물에 닿는 것과 같을텐데.. 어떡하면 좋을까요?” 아이는 “나무 막대기요”하면서 작은 나뭇가지로 채집통에 달라붙은 달팽이를 큰 통으로 조심스레 옮기며 숙연의 기운이 공유되는 순간. “숲은 사람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지요. 숲을 느끼고 숲을 사랑하며 숲과 사람이 함께 사는 거예요”라는 음성이 찰나의 고요 속에 들어온다. 더 이상 부연이 필요 없는, 가슴에 쓰는 가르침 참교육 현장이 아닌가.
“선생님 이 꽃 이름은 뭐예요?” 분홍원피스가 연보라색 꽃을 들고 다시 나섰다. “아, 꽃 이름이 궁금하구나. 꽃 이름을 뭐라 부르고 싶나요? 그런데 어떻게 꺾었을까? 이제부턴 꺾어도 되겠니? 하고 물어보고 꽃이 대답하면 꺾도록 합니다..” 지시하지 않은 채, 말마디 음성마다 열심과 성의를 다하는 그 투명 마음 역시 체험 생명교육현장이다. 해설가는 계속해서 열매의 움직임에 대한 세미한 이야기나 그 과학적 근거와 까닭을 설명한다.
동화같기도 한 그 신기한 지경에 리포터는 “고맙습니다 대단하십니다”감탄사 연발인데.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오래된 나무 할머니의 이야기가 그대로 들려옵니다. 숲에서 살면 마음과 표정과 언행이 나무처럼 순하고 맑아질 수밖에 없답니다.”생명에 민감한 존재지향의 순수언어였다. 숲 친구로 꾸미기 및 탐방과 박물관 견학에 이어 솟대 피리와 나무씽씽이(요요비슷한 놀이기구) 만들기를 끝으로 4시 경 마무리 됐다.
주입됨 없이 자유롭게 걷고 스스로 발견하고 느끼는 동안 숲과 생명에 대한 감수성이 자라는 교육현장 이었던 바. 숲에서 과학을 만나고 노는 것은 나들이에 딱 맞는 주제였다. 아이들의 순수 속에 뭇 생명과의 공동체 의식이 자랐을 하루. 각 과정마다 진지하게 참여하는 다문화 가족들과. 숲 해설가와 도우미 등 참가자 모두 초록 세상을 깊이 있게 경험했다. 생명을 향한 사랑의 씨앗 또한 너와 나 함께하는 우리공동체의 마음에 묻었다. 물기와 초록이 어울려 빚어내는 신비한 생명 기운 가운데. 귀한 앨범 속 행복한 추억으로 간직될 소중한 여정이었다.
윤영희 리포터 ffdd7777@hanmail.m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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