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피부과 압구정점
이호섭 원장
피부과 의사 생활을 하면서 만나는 점은 종류도 다양하고, 각종 사연도 많다. 몸에 난 크고 넓은 갈색 반점 때문에 목욕탕 한번 제대로 못 갔다는 할머니, 한 쪽 눈 주변의 검푸른 오타 반점 때문에 어릴 때부터 바둑이라 놀림 당해오다 첫 월급 타서 치료 하러 온 젊은 여자, 하는 사업마다 망해서 개운하기 위해 점을 뺀다는 중년 남성분, 다리에 있는 붉은 점(화염상 모반)을 치료하기 위해 2년 째 매달 강원도 산골에서 5시간 운전해서 아버지와 함께 오는 초등학교 여자애.
점 제거를 선물로 해주는 경우도 있다. 대학 입학 선물로 자녀의 점 제거를 오는 경우, 결혼을 앞두고 방문하는 예비 신혼부부들, 5월에는 부모님의 점을 제거해 드리러 효녀들이 많다. 추석이나, 설 전후로는 자녀들에게 받은 용돈으로 점을 빼러 오는 노인 분들도 꽤 된다.
필자가 있는 피부과 의원은 규모가 제법 커서 억대의 레이저 장비들이 많지만, 간단한 점을 제거할 때 사용하는 CO2 레이저는 가장 저렴한 장비이면서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장비이다. 피부과를 전공하기 위해 대학병원에서 수련 생활을 할 때도 가장 먼저 익히는 장비이기도 하다.
점의 위치에 따라 사람의 인상이 바뀌기도 한다. 섹시함의 대명사로 알려진 마릴린 먼로의 입꼬리 위 점이 다른 부위에 있었다면 그녀의 인생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 고소영, 전지현의 코에 있는 일명 미인점은 오똑한 코에 포인트를 주어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한다. 일전에 젊은 여자 환자 얼굴의 점을 수십 개 제거하다가, 실수로 콧등 부위의 점(제거를 원하지 않던)까지 없애서 한동안 시달렸던 기억이 있다. 젊은 여자 환자가 레이저 실에 누워 있는데 코에 있는 점만 색깔이 다르다면, 문신으로 점을 새겨 넣은 경우라 조심해야 한다. 어떤 연애인은 메이크업 할 때 미인점 부위를 다시 진하게 그린다고도 한다. 눈 아래에 바로 붙어 있는 일명 눈물점은 눈물이 많은 박복한 팔자라 하여 흉점으로 보는 사람도 있고, 어떤 관상학자는 이성운이 좋은 매력점으로 보기도 한다.
환자들이 점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실제로 다른 질환인 경우가 많다. 지루 각화증, 사마귀, 한관종, 일광 흑자, 폐쇄 면포, 주근깨 등을 점으로 혼동하는 경우가 많으며, 어떤 경우는 피부암을 점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각 질환에 따라 치료법이 다를 수 있고, 드물지만 피부암의 경우 진단이 늦어지면 큰 위험이 있다. 따라서, 점을 제거하는 경우에도 꼭 전문가의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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