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이라고 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상실감에 젖어 뒷방늙은이로 전락하던 시대는 지났다. 젊은 날 보다 더 빛나는 노년을 더욱 풍성하고 활발하게 누리며 살아가는 노인세대가 그만큼 늘고 있기 때문이다.
남들 보다 한발 앞선 적극성으로 자신을 가꾸는 일에 충실하면서 봉사의 길을 걷고 있는 북구노인복지관 어르신 인형극단 ‘누림’이 전국적인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인형극 공연전문 봉사단
지난 2007년 인형극에 관심 있는 북구지역 어르신들이 주축이 되어 결성된 ‘누림’은 극단 이름처럼 그동안 상대적으로 문화공연의 기회가 적은 사회복지시설과 경로당, 유아교육기관 등을 누비며 공연을 펼치는 전문봉사단이다.
단원들의 연령층은 60~70대로 모두 11명(남2, 여9). ‘누림’은 아이들이 잘 알고 있는 ‘늑대가 말하는 아기돼지 삼형제’와 ‘미운아기오리’, 그리고 최근에는 전래동화를 바탕으로 새롭게 재창조한 막대인형극 ‘반쪽이’를 공연하고 있다.
특히, 작품 ‘반쪽이’는 몸의 반쪽만 가진 장애아로 태어난 반쪽이가 형들을 도와 호랑이도 물리치고 일반인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보여준다는 내용으로 장애우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기 위해 기획됐다고.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오후 2시부터 2시간동안 북구노인복지관에서 연습시간을 가지는 데 연습도 실전같이 팽팽한 긴장감이 돈다.
부산국제연극제 10분연극제에서 ‘최우수상’ 수상
극단 누림 최복동(67) 단장은 "북구노인복지관 측의 주선으로 노인들로 구성된 인형극단을 만들게 됐다. 처음에는 모두 다 경험이 없다보니 서울에서 활동하는 극단을 찾아 공연도 보고 공부도 많이했다"고 극단 구성 초기의 고충을 털어 놓았다.
단원들은 한결같이 시력도 좋지 않을 나이에다 기억력이 쇠퇴하는 시기라서 대본 외우는 것이 제일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극단에서 가장 연장자인 차애자(74) 할머니는 “힘든 점도 많지만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공연 갔을 때 좋아하는 아이들을 보면 기분이 밝아지고 더 젊어지는 느낌이 든다”고. 이어 “더욱 열심히 해서 누구에게나 환영받는 극단이 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막내로 불리는 조순기(60) 할머니는 “노인요양원이나 유치원에 공연하러 나가다 보면 우리가 되레 더 감명 받는 부분들이 많다”면서 “인형극에 심취할수록 자신감도 생겨서 더 당당한 삶을 살게 된다”고 말한다.
극단 ''누림''은 2009년 울산광역시 자원봉사 대축제에서 우수상을 수상했으며 2010년에는 울산광역시 선정 ‘2010 자원봉사 우수 프로그램 공모사업’에 당선되기도 했다.
올해만 해도 벌써 사회복지기관 및 유아교육기관 등에 18회 공연이 예정되어 있을 만큼 인기가 높다.
특히 지난 9일 부산문화회관 소극장에서 열린 제7회 부산국제연극제 10분연극제 대학․일반부 최우수상인 조직위원장상을 수상했다.
단원들이 인형을 비롯한 웬만한 소품들은 손수 만들어 무대에 올리고 있다. 모든 공연을 무료로 하는 데다 무대장식과 소품까지 자비로 부담하다 보니 늘 빠듯한 살림살이지만 꿈과 열정을 가진 어르신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하다.
▷문의 : 052-296-3901(북구노인복지관)
서경숙 리포터 skiss72@hanmail.net
미니인터뷰 -극단 누림 최복동 단장
(제목) “ 꿈과 희망을 전해주고 싶어요“오랫동안 봉사활동에만 전념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아직도 남을 위해 무대에 서고 있는 최복동 단장. 가끔은 단원들 끼리 의견차이가 있거나 호흡이 맞지 않아 마음을 상하는 일이 더러 있지만 더 좋은 공연을 위해서라는 생각에 금방 훌훌 털고 연습에 매진하게 된다고.최 단장은 "복지시설 등을 돌며 공연할 때면 우리를 반기는 장애아들을 보며 왠지 그 아이들에게 힘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간절해진다고 말한다.
또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들고 울산문화예술회관이나 전국무대에서 공연하는 것이 ‘누림’의 가장 큰 꿈"이라고 덧붙였다.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