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횡성에서 유일한 사격장인 ‘스포랜드(횡성관광종합사격장)’를 찾았다. 원주 근거리로 생각하고 출발한 사격장은 횡성군 내에서도 한참을 들어가는 공근면에 위치해 있었다. 산속으로 끌려들어가는 느낌으로 들어선 사격장. 총소리가 울릴 때 마다 가슴이 울렁거렸다. 들려오는 사격소리를 따라 들어간 사격장에는 사뭇 긴장감이 돌았다. 사격에 열중인 선수들을 만나봤다.
●사격선수 한명으로 시작한 ‘원주시 사격연맹’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사격연습은 2시가 넘어도 끝날 줄 몰랐다. 선수들 사이를 오가며 관리하고 있는 원주시사격연맹 안재홍(64·무실동) 전무이사에게 먼저 인사를 건넸다.
안재홍 전문이사는 “원주시의 사격인구가 지금은 200여 명에 달하지만 처음 연맹을 창단할 때는 선수라고는 나 혼자뿐이었습니다. 1985년 이사와 감독, 선수까지 맡아 1인3역으로 시작했죠. 사격장도 마땅치 않아 고생을 했는데 이 문제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나아진 것이 없습니다. 오히려 종합운동장에 있던 사격연습장 마저 지금은 없어진 상태라서 횡성까지 와서 연습을 해야 하기 때문에 열악한 환경은 여전합니다. 또한 경제적인 부담감도 큽니다. 전국체전 예산이 일인 당 15만 원 정도 밖에 되지 않아 기름 값도 안 되는 상태입니다. 실탄이나 모든 장비를 자비로 구입하고 있습니다”라고 한다.
클레이 사격은 트랩과 스키트 두 종류로 나뉘어 경기가 진행된다. 원주는 트랩선수 4명, 스키트 선수 4명, 감독 1명이 6월 8일 열리는 도내전국체전에 출전한다. 클레이사격은 4명이 출전해 좋은 성적을 거둔 3명의 성적을 합산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사격장이 협소해 3명만 출전해 경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날은 3명을 다시 선발하기 위해 연습을 겸한 경기를 진행하고 있었다.
●사격은 자신과의 싸움
이규하(74) 감독은 “5년 전부터 원주 팀을 맡고 있다. 원주 팀은 도내에서 상위에 드는 우수한 팀이다. 2009년에는 준우승을 차지했다. 개인전에서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 도 전국체전에 출전하는 트랩선수는 유보환(54), 이재석(51), 박한준(38), 이화진(42)이며 스키트선수는 채병국(44), 남종오(44), 김기유(51), 배인식(54)이다. 모두 원주를 빛낼 선수들이다.
트랩선수로 출전하는 이재석 선수는 “사격은 정신수양으로 좋은 스포츠입니다. 체력훈련도 하기 때문에 건강에도 좋습니다. 무엇보다 사격은 정신 집중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지 못하면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없습니다. 특히 날아가는 피전(비둘기라는 외래어로 클레이 사격할 때 날아가는 물체를 뜻함)을 맞춰 깨질 때면 가슴이 후련해집니다. 사격의 매력은 가슴까지 울리는 총소리와 깨지는 피전의 소리죠”라고 한다.
박한준 씨는 “시작한지 2년밖에 되지 않아 상위 성적은 아니지만 사격을 하면 마음도 차분해지고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 할 수 있어 좋습니다”라고 한다.
●원주 유일의 여성 사격 선수 ‘이화진 씨’
이화진(42·원동) 씨는 원주에서 유일한 여성 사격선수다. 사격을 시작한 지 1년 반밖에 되지 않았지만 명중률은 90%가 넘는다. 총 25다발 중에서 23~24발을 명중시킬 정도로 실력이 향상되고 있어 기대가 큰 선수다.
이화진 씨는 “우울증이 심해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우연히 사격장에 바람 쐬러 와서 처음 사격소리를 들었습니다. 듣는 순간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었습니다. 그 때부터 시작해 매일 사격연습을 했습니다. 한곳에 집중하면서 우울증도 치료됐고 건강도 좋아졌습니다. 나이 많은 아줌마 선수지만 열심히 연습해서 올림픽선수로 나가는 것이 꿈입니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안재홍 전무이사는 “사격은 집중력과 자신과의 싸움을 배울 수 있어 학생들에게도 좋은 스포츠입니다. 사격연맹에서는 사격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을 대환영입니다. 배운다고 하면 무료로 강습도 하고 장비구입 방법도 알려줍니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배워서 많은 선수들이 배출됐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한다.
문의 : 011-368-0438
신효재 리포터 hoyja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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