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민병희 강원도 교육감 당선자
“고교 평준화 이르면 중학교 2학년부터”
무상급식 내년 초등학교·특수학교부터 실시···“교원평가 교육감부터 받겠다”
- 우선 당선소감을 듣고 싶다.
감사하다. 강원교육을 새롭게 변화시키라는 뜻에서 민병희를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당선증을 받으면서 ‘이것은 강원도민의 명령서다’ 그렇게 말했다. 도민의 명령을 완수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 접전이었는데 결국 7%포인트 차가 났다. 승리 요인은 무엇인가.
이변이라고 하는데 수십 년 동안 교육운동을 해왔다. 그 과정에서 해직되고 복직도 됐다. 교육위원을 8년간 했다. 준비해왔다. 학생들과 선생님들을 위한 정책을 개발했고 그 공약을 강원도민이 합당하다고 판단했다고 본다.
6회에 걸친 방송토론을 통해 민병희라는 사람이 강원교육과 아이들에게 진정성이 있다는 것을 알아보고 투표했다고 본다.
- 진보단일후보로 당선됐다. 이후 교육감을 수행하면서 진보진영의 참여가 예상되는데.
교육위원 8년 하면서 전교조는 물론 다른 교육위원과도 마찰이 없었다. 진보진영은 물론 다른 진영에 대해서도 모두 아우를 것이다.
약속된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도민과 소통하기 위해 기구를 만들 것이다. 일단 비서실에 교육사회비서관을 둘 계획이다. 또 기획관리과에 정책기획담당 1개 팀을 운영할 예정이다.
- 도민 사이에 진보교육감이라 교육부와 충돌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 이주호 차관을 만났는데 진보교육감이 여럿인 만큼 교육감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겠다고 하더라. 교과부는 지금까지 효율성을 바탕으로 한 경쟁 체제을 추구해왔다. 하지만 우리의 목표는 모두를 위한 교육, 함께 하는 강원교육이다. 경쟁보다 협력과 배려를 중시한다. 이 때문에 아무래도 사업내용에 따라 교육부와 상충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법령에 저촉이 되지 않는 선에서 크게 충돌하지 않고 교육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하겠다. 교육감 협의회를 통해 개선해 나갈 것이다.
하지만 굳이 상충될 때 그 길이 아이들을 위한 길이라면 그 길로 갈 것이다.
- 고교평준화 공약은 찬반이 확연하다. 추진 일정과 계획은.
고교평준화는 강원도민의 오랜 염원이고 숙원사업이다. 평준화의 장점은 첫째가 학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두 번째는 인성교육에 도움이 된다. 또 사교육비 감소를 가져오고 사회적 통합과 발전을 가져온다.
일부의 학력 하향화는 아무 근거 없는 주장이다. 지금까지 객관적이고 실증적인 근거는 없다. 어디에서도 못 봤다. 오히려 상향됐다는 결과는 여러 번 봤다.
실제 강원도에서도 춘천이 평준화 시절에 서울대에 80명이 진학했다. 지금 강원도 전체보다 많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고교평준화는 압도적 다수가 찬성하고 있다.
일단 고교평준화 추진위를 만들 계획이다. 도민의 과반수가 찬성하면 올해 말 제도개선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학교장 선발제도를 교육감 선발제도로 바꾸는 것이다. 교과부 승인을 받아 2012년도 실시를 목표로 잡고 있다. 현재 중학교 2학년부터 평준화를 실시할 계획이다.
- 고교평준화가 이뤄지지 않은 이유 중 하나가 이른바 명문고의 조직적 저항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한 학교만을 위한 교육은 안한다. 반발이 거세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한번 경험했기 때문에 설득을 하고 그분들의 생각을 바꿔 수렴하면서 차근차근 추진해 나갈 것이다.
- 무상급식 추진 일정과 재원 마련은 어떻게 할 것인가.
무상급식은 돈의 문제가 아니다. 교육감의 의지와 교육철학의 문제다. 가정에서도 급한 것을 먼저 쓴다. 우선적으로 무상급식에 예산을 배정하고 나머지를 짜겠다. 더구나 지자체와 나눈다면 200억 원이면 가능하다고 본다. 소비성 예산, 시설예산 줄이고 알뜰하게 예산을 짜면 충분히 할 수 있다.
올해는 예산이 끝났으니까 2학기에 편성에 들어가 올해 내로 확정한 후 내년부터 하려고 한다. 내년에는 일단 특수학교와 초등학교에서 시행하고 내후년에 중학교, 이듬해엔 고등학교까지 실시할 것이다. 일단 하겠다고 준비한 지자체부터 협약을 맺으면 나머지 지자체도 따를 것으로 본다. 설득을 할 것이다.
- 교원평가는 어떻게 할 것인가.
교원평가는 보고서를 보면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사기가 떨어지고 업무가 증가하고 있다. 강원도에 맞는 평가 방법을 찾을 것이다. 상향식 평가로 교육감부터 평가받겠다. 개개인 보다는 단위학교 전체 교육력에 대한 평가를 받아 학교의 문제점을 파악해야 한다.
- 당장 7월에 전국학업성취도 평가가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당장 7월 일제고사는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권을 존중하겠다. 체험학습이나 다른 수업으로 대체하는 등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
학업성취도 평가가 교육 과정을 파괴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무리한 교육 방식이 모두 부활하고 있다. 이런 것은 결국 학생들의 학업 의욕을 떨어뜨리고 문제해결력이나 창의력을 떨어뜨린다. 평가 결과가 나쁘거나 해도 전혀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
- 혁신학교를 공약으로 삼았다. 혁신학교는 어떤 곳인가.
아이들이 모두 가고 싶어 하는 학교를 만들 것이다. 모든 교육 과정이 인격형성, 민주주의, 정체성 확립에 맞춰진 학교인데 일단 시범운영할 계획이다. 18개 시·군 초·중학교에 2개씩 36개를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준비가 덜 돼 있다. 혁신학교를 운영할 만한 교사와 교장이 많지 않다. 일단 시범운영하면서 점점 확대시켜 나갈 것이다.
- 교육비리 척결을 강력히 주장했는데.
아마도 민병희가 당선되면서 상당한 비리는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을 것이다. 토론회 때부터 강력히 주장한 만큼 쉽게 비리를 저지르지는 못할 것이다.
당장 불법 찬조금은 근절시킬 것이다. 만약 추진하면 학교장을 징계할 것이다. 바로 없어질 것이다.
인사비리는 투명성과 탕평책을 가지고 적절하게 능력 있는 사람을 요직에 앉히면서 업무 중심으로 하면 해결될 것이다.
또 실사팀을 만들 계획이다. 예산에 맞게 제대로 집행했는지 확인하는 팀이다.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해 실사를 하면 된다.
- 심야 수업은 어떻게 할 것인가.
10시까지 하는 게 맞다고 본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이전에 학교를 정상화시켜야 한다. 야간자율학습 등을 강제로 하지 말고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줘야 한다.
학원에서 관심이 많은데 학원과 협의할 용의가 있다. 학원도 더 이상 선행학습과 반복학습, 특목고반 이런 것은 운영하지 말아야 한다. 원칙대로 아이들의 부족한 면과 특기적성을 살려주는 방향으로 하면 학원도 살고 학교도 살 수 있다.
한남진·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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