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이 푸르른 6월의 어느 오후 간이역에서의 화가와의 인터뷰 약속을 앞두고 반곡역으로 향했다. 원주 시내를 벗어나 혁신도시 개발 공사 현장을 얼마간 지나서 목적지에 도착했다.
반곡역은 작년 가을 반곡역사미술공간만들기위원회(위원장 박명수 화백)의 노력으로 철도 역사(歷史)를 담은 미술 역사(驛舍) ‘반곡역갤러리’로 새로이 단장됐다. 올해 4월부터 매주 수요일 오후면 이곳을 찾는 하정 박명수 화백을 만나 수채화 같은 담소를 나누었다.
● 만남과 헤어짐···기차역과 인생은 닮았다
“예전부터 반곡역 자체를 좋아해서 종종 그림을 그리러 오곤 했다”는 박명수 화백은 시민문화센터 오전 강의가 있는 매주 수요일 오후가 되면 어김없이 반곡역에 들른다. 시시때때로 변하는 주변의 풍광들을 화폭에 담으며 사색에 잠기기도 한다. 반곡역갤러리 명예 관장으로서 이곳을 애써 찾은 시민들에게 반곡역갤러리에 대해 소개도 하고 그림에 관한 이야기도 나누곤 한다.
박명수 화백은 “역은 만남과 헤어짐이 이루어지는 장소로 기다림과 그리움이 녹아 있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역에 관한 화가의 이야기는 이어진다. “고호와 고갱 등 프랑스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파리 근교의 오르쉐미술관은 간이역을 미술관으로 개조한 것이며, 러시아의 위대한 문호 톨스토이는 아스따꼬바 간이역에서 생을 마감했다.”
● Historytelling···미술 통해 역사를 말하다
그렇다면 반곡역을 통해 화가는 우리 마음의 화폭에 어떤 풍경을 남기고 싶은 걸까?
일제 강점기 강원도의 벌목 운송 목적으로 지어진 반곡역은 우리 민족의 아픔이 배어있는 곳이다. 1941년 개통 당시 모습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건축적, 철도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원주 반곡역사’라는 명칭으로 2005년 4월 15일 등록문화재 제165호로 지정된 이 곳.
반곡역에 대해 박명수 화백은 “단지 눈에 보이는 미술사적 건축 양식으로서 뿐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살아있는 역사적인 문화 컨텐츠로 바라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렇듯 재조명한 ‘반곡역’을 주제로 박명수 화백을 비롯하여 뜻을 함께 한 지역의 예술가들이 문화체육관광부의 마을 미술 프로젝트 사업으로 5천만 원을 지원받아 대합실을 갤러리로 리모델링하고 소공원에는 조형물을 설치해 현재의 모습이 되었다.
박명수 화백은 수요일 반곡역갤러리에서의 시민들과의 만남을 올해 10월까지 계속할 예정이다.
이주혜 리포터 kevinm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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