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초등학교 3~6학년과 중고등학교 내신시험에서 서술, 논술형 문제를 출제할 것이라는 서울시교육청의 발표 이후 첫 시행된 지난 중간고사. 대부분의 학생과 학부모들이 우려했던 것에 비해 큰 변화가 없었다는 평이지만, 기존의 간단한 주관식 형태의 서술형 문제와는 달리 각 학교마다 서술형 출제 유형에 변화가 있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서술형 문제는 이미 2005년부터 출제돼 왔기 때문에 학생들이 가장 생소하게 느꼈던 부분은 바로 ‘논술형’에 관한 것이었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담당자는 “논술형은 정기고사에서는 시간문제 때문에 출제가 어려워 수행평가 내에서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다. 서술형 30% 출제는 권장 사항이라 학교별로 비율 조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강남지역 중고등학교 중간고사에서 주요 과목인 국어, 영어, 수학 서술형 문제 출제 유형 분석과 그에 맞는 기말고사 대비 학습법에 대해 들어보았다.
국어 -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개념 숙지부터
지난 중간고사에서 국어 과목은 서술형 문제 비중이 조금 늘어난 것을 제외하고는 큰 차이가 없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체감 난이도는 학생별로 편차가 있어 개념과 원리 위주로 공부를 한 학생에게는 쉬워진 편이고, 문제 위주로 공부한 학생 입장에서는 어려워졌다고 볼 수 있다. 서술형 문제 출제 초기이다 보니 채점 기준에 대한 논란의 여지를 줄이기 위해 비교적 명료하면서도 핵심적인 문제 위주로 출제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말고사 대비학습법으로는 일단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정확하게 구분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예전에는 “다음 시에 적용된 수사법을 선택지 가운데에서 고르시오” 식이었던 문제가 “다음 시에 적용된 수사법을 두 가지 쓰시오” 식의 문제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지시사가 의미하는 것’, ‘원관념이나 주제를 파악하는 문제’ 등 정확하게 알고 있지 못하면 답을 쓸 수 없는 문제들이 출제되고 있다. 하지만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개념을 충실히 공부한 학생이라면 많은 문제를 풀어 보지 않아도 답안을 작성할 수 있어 오히려 쉬워졌다고 볼 수도 있다. ‘윤진성국어논술학원’ 윤진성 원장은 “여러 선택지 중에서 고르는 것과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직접 쓰는 것은 차원이 다르기 때문에 중고등학생 모두 각 단원에서 핵심적인 사항을 완전히 숙지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술형은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개념이나 지식을 묻는 문제, 지문을 읽고 부분적인 문맥의 흐름을 이해하는지 또는 전체 맥락을 파악하고 있는지 여부를 측정하는 문제 등으로 구성된다. 따라서 중학생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등학교 과정을 준비해 나가야 한다. 윤 원장은 “각 단원별로 기본 개념과 내용을 그때그때 정확하게 익히고 독서나 신문읽기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독해능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또한 고교 과정에서는 서로 다른 지문 간의 연관성 속에서 비교하는 문제가 출제돼 연관이해능력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영어 - 완전한 문장 및 교과서 외의 독해지문에 대비해야
영어는 전반적인 문제 유형의 변화를 보인 학교들이 많았다. 이전과 비슷하게 빈칸 채우기 혹은 단답식 서술형 문제를 출제한 학교들도 있었지만, 일부 학교에서는 완전한 문장(Full Sentence)과 교과서 외의 독해지문 출제 등으로 변화를 주기도 했다. 대체적으로 고등학교보다 중학교 시험에서 그런 변화들이 더 두드러졌다. 기존의 빈칸 채우기 식의 서술형은 객관식 문제를 단순히 주관식으로 바꿔놓은 것에 불과했지만, 완전한 문장을 쓸 경우에는 문제에서 요구하는 핵심문법 파악에서부터 주어와 동사의 위치, 시제, 수식어의 종류와 위치까지 완벽하게 알아야 한다.
또 다른 변화는 교과서 본문 내용을 요약하는 서술형에서 본문 이외의 지문, 즉 처음 접하는 지문을 독해하고 요약 정리하는 영작문제가 출제됐다는 것이다. 이미 강남지역 대부분의 학교에서 교과서 외의 지문을 수업시간에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문을 듣고 전체 내용을 영어로 요약 정리하는 서술형 듣기가 출제되기도 했다. 문법과 독해 실력이 부족해도 ‘감’으로 답을 맞히기도 하는 수능식 듣기가 아니라 지문의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확하게 파악해서 다시 완전한 영어문장으로 표현해내는 수준까지 온 것이다. 따라서 각 학교별 출제 경향의 변화에 맞춰 기말고사 대비가 이루어져야 한다. ‘선경어학원’ 조용수 원장은 “문법과 세부적인 해석에 집중하기보다 전체적인 내용을 파악하고 글쓴이가 의도하는 중심생각을 짚어낼 수 있어야 한다”면서 “이미 강남지역 학생들의 영어 수준이 상향평준화 돼있어 교과서 지문만으로는 변별력을 두기 어려워, 영어를 통해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넓히는 식의 ‘Extensive Reading’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쓰기 역시 수업시간에 배운 문법을 활용해 영어문장을 마치 우리말 쓰듯이 자연스럽게 쓸 수 있는 연습을 해야 한다.
수학 - 고득점 위해 심화문제 적응력 키워야
중학생 수학의 경우 올해 중간고사에서 많은 학교들이 빠르고 정확한 계산능력을 요구하는 문제 위주로 출제를 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실제로 많은 학생들이 시간에 쫓겨 체감 난이도가 훨씬 높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평소 내신 기출문제 난이도로 분류해본 상위권 그룹의 학교들은 고등부 수준의 문제나 중등 심화 문제집의 최고수준 난이도의 문제들을 서술형과 객관식에 배치해 변별력을 유지했다. 또한 중위권 그룹의 학교들은 전체적인 문제의 수준을 높이고 복잡한 계산문제로 변별력을 높이기도 했다.
기말고사는 이러한 경향을 이어가면서 문제의 수준은 더 높아지고 서술형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학전문학원, ‘수학에 미친 사람들’ 중등부 차일홍 대표강사는 “평소 많은 문제풀이를 통해 계산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은 기본이고 논리적인 서술형 문제 풀이 연습으로 감점을 최소화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면서 “고득점을 받기 위해서는 심화문제에 대한 적응력을 키워야 하며, 기말고사에는 중학교 전 학년 공통으로 방정식과 함수의 활용 부분이 들어가기 때문에 활용문제를 많이 풀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고등학교 수학은 고교선택제와 강남지역 두 곳의 자율고가 시행된 이후 첫 중간고사라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가장 큰 변화는 바로 시험범위가 넓어졌다는 것이다. 고교 1학년 시험에 지난해 기말고사 범위까지 포함된 학교를 비롯해 수학 상, 하를 동시에 시험범위에 포함시킨 학교 등 범위가 늘어난 것은 물론 난이도까지 강화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교과서와 익힘책 내에서 비교적 평이한 문제 위주로 출제한 학교들도 있었다.
황정희 부원장은 “갈수록 내신문제도 수능에 대비해 범위가 넓어지고 수능형 문제들이 많이 출제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다시 한 번 개념을 완벽하게 정리한 후 교과서와 익힘책, 심화문제집을 비롯해 내신, 수능, 모의기출문제 등 다양한 문제풀이를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장은진 리포터 jkumeu@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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