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영혼의 ‘머리카락 화가’ 보보스 헤어 ~ 안정숙 씨
머리카락으로 그림을 그리는 그 순간이 가장 ‘행복’
마음 속 작품을 자유롭게 표현하지만, 그림은 정식으로 배운 적 없어
아침에 눈을 떠 잠자리에 들기까지 분주하게 삶을 살아간다. 긴 하루를 살며 ‘아! 너무 행복해’란 느낌을 받으며 순간에 몰입 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부르조아의 물질적인 실리와 보헤미안의 정신적인 풍요란 뜻을 지닌 ‘보보스’ 헤어의 안정숙 원장은 그렇게 살고 있었다. ‘보보스’의 뜻처럼...
일터에서 이뤄낸 소망
결혼 후 새롭게 미용실을 오픈하여 운영하던 안정숙씨 가슴에는 늘 그림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다. 어려서부터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마음이 가득해서 ‘화가’가 되고 싶었지만 현실적으로 여의치 않았다. 어느 날, 미용실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보며 떠 오른 한 생각이 있었으니 “뭐 할 수 있는 게 없을까?”. 그 생각이 소망을 만나 시작하게 된 것이 ‘머리카락 그림’이다.
안 원장은 앞치마를 두른 채 틈만 나면 바닥에 누워 살았다. 자연환경이나 인상 깊었던 장면, 혹은 유명화가의 작품을 소재로 머리카락을 이용해 타일바닥에 그림을 그리기 때문이다. 색깔이 필요하면 걱정할 것이 없다. 탈색을 하거나 염색을 통해 다양한 색채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안정숙씨는 “느낌이 온 장면을 그릴 때면 모든 감각들이 살아나는 기분이 든다. 그 순간에는 ‘이게 나구나!’란 느낌에 정신이 맑아지며 너무나 큰 행복감에 젖는다”고 했다. 또한 (경험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작업할 때의 ‘비워지는 느낌’과 ‘정화’되는 그 감정을 전하는 그녀의 눈이 빛났다.
고정성 없는 그림은 사진으로
‘사랑’ 가득한 삶을 살았던 오드리 헵번을 좋아하는 안정숙씨의 ‘보보스’ 헤어에 들어서면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흐르고 곳곳에 붙여진 머리카락 사진과 한쪽 벽을 장식하고 있는 유화로 그린 그림들이 싱싱한 화분들과 어우러져 있다. 머리카락 그림의 아쉬운 점은 고정성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바닥 타일에 그려진 그림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훼손될 수밖에 없다. 그런 그림은 미련 없이 쓸어버린다. 그림을 그리는 ‘그 순간 행복’했으면 그 뿐이고, 또 그리면 되기 때문에. 그렇게 사라져 버린 그림들이 사진 속에서 아쉬움을 위로해 준다.
여러 방송에 소개되었던 안정숙씨는 얼마 전 바닥에 박수근씨의 그림을 크게 그려 놓았다. 그 작품은 유리덮개로 보호되고 있어 손님들에게 감상의 기쁨을 주고 있다. 안 원장처럼 주부로서 뒤늦게 미용을 시작하려는 심미림씨는 ‘네가 자랑스럽다’는 표현으로 모범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친구를 극찬했다.
안정숙씨는 ‘정식으로 그림을 배워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란 권유로 잠시 그림공부를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정형화된 틀에 매이는 것 같아 배움을 그만 두었다. “어디에 서있든 자기가 행복한 일을 하며 사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하는 정숙씨에게 그림은 ‘행복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그린 ‘수녀와 바다’처럼 그녀의 영혼은 끊임없이 자유롭게 일렁거리고 있다.
* 보보스 헤어:262-8593
이수현 리포터 ley100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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