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감

지역내일 2010-06-24

알코올에 의존하여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가장 두드러진 문제는 균형감이 아닐까? 균형이란 말의 뜻을 살펴보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침이 없이 고르다는 뜻으로, 이는 저울대(衡)가 기울지 않고 평평하게 고르다(均)는 뜻에서 유래한 말이다.
균형감은 물질세계에서 문제만이 아니다. 사람과 삶에도 퍽 중요하다. 한 개인이 자신의 인생을 잘 살아가자면 균형감이 필요하다. 일과 휴식, 의무와 권리, 활동과 수면, 벌이와 소비는 물론 식사, 운동, 업무 등 원만하게 살아가자면 매사에서 끊임없이 조정과 조율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균형 감각이 필요하다. 이는 단지 저울대가 어느 쪽으로 치우치는지를 보듯이 쉽게 알아차릴 수 없다. 눈만 좋으면 되는 것이 아니라 훨씬 더 고등의 정신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자율성을 존중한다고 어린이에게 자신의 모든 결정을 맡기지 못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물리적으로 중량을 정확하게 재기 위해서 정해진 무게의 추와 물건 사이의 기울기만을 비교하면 된다. 이런 경우 추는 무게가 일정하므로 물건만을 보고 양을 가감하며 평형을 맞추면 된다. 그런데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어떠한가?
인간관계는 언제나 쌍방적 혹은 양방적이라고 한다. 만약 한쪽으로 치우쳐 일방적이라면 이는 이미 인간관계라 할 수 없다. 단지 상하 관계라든가 주종 관계일 뿐이다. 만약 당신이 어린 자녀들과 좋은 관계로 잘 살자면, 상대 또한 주체로 인정하여 균형감을 갖고 관계해야 한다.
하여튼 사람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하자면 서로 간에 잘 재는 것이 필요하다. 저울로 무게를 재듯이 한쪽만 조절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저울추처럼 아무 감정이 없이 항상 그대로인 사람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오늘날 모든 인간은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 쌍방적 관계이다. 그리고 이는 아무리 한쪽의 힘이 약해 보여도 여전히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균형감은 인간관계의 리더에게 더 중요하다. 가정의 가장, 집단의 우두머리, 상대를 리드해야 하는 업무 종사자, 알코올 중독으로부터 회복을 리드하는 보호자에게 균형감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한 개인으로서 자신의 인생에 책임 있다면, 자기 인생의 리더로서 균형감이 필요하다. 그런데 과음은 감각을 마비시키고, 그중에서도 균형감이라는 이 특별한 감각을 손상시키므로 그렇게 큰 문제가 된다.


신정호 (연세 원주의대 정신과 교수, 강원알코올상담센터 소장)
무료 상담 : 강원알코올상담센터   748-5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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