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선 마무리 하는 김진선 강원도지사
강원도에 맞는 강원도형 지방자치로 나가야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장담 못해 … 이광재 당선자 직무정지 “마음이 무겁다”
-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
일상 업무를 처리하거나 행사에 참석하는 일은 여전하다. 최근엔 그동안 준비한 프로젝트가 있어 좀 바빴다. 3선 도지사를 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정리해 ‘이야기 국가론’과 ‘자장면 2851원’이라는 책을 내고 최근 이임 인사 겸해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 지방선거 결과를 보고 무엇을 느꼈나.
기본적으로 도민의 선택이라고 본다. 그 선택은 존중돼야 한다. 요즘 국민들이 세상을 잘 알고 판단도 정확하게 하는 경향이 있다. 유권자들의 판단을 믿으면서도 가치판단 기준에서 보면 약간의 혼돈스러운 것도 있다. 조금은 감성적인 측면이 있지 않았나 싶다.
선거 통해 당선되고 투표를 하는 게 정치적 과정이고 행위이다. 그러나 대통령과는 달리 지역 책임자들은 정치색이 조금은 배제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지역의 발전을 위해 정치적 색깔이 강하지 않게 된다. 이번 선거를 보면 도지사 교육감은 물론 시장 군수까지 너무 정치적 경향을 띠지 않았나 싶다.
- 처음 도지사가 당선됐을 때 어떤 결심을 했는지 기억하나.
도지사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것은 없었다. 당시 현직 도지사가 재도전할 것으로 보고 중앙부처로 옮겨 일을 할 것으로 알았다. ‘도지사를 한 번 해봐야 겠다’ 그런 생각은 없었다. 다만 그 전까지 오랜 공직생활하면서 강원도 여건에 대한 어떤 한이 있었다.
공직에 몸 담으며 온 열정을 다 쏟았다. 도지사에 출마해 열정을 쏟은 도정을 직접 책임지고 싶었다. 그 일념밖에 없었다. 변방 소외 낙후 무대접 푸대접 패배의식 한계의식으로 대변되는 강원도의 상황을 깨고 전환점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그래서 내세운 게 변화의 새바람 자존론 줏대론이었다. 강원도민이 남 탓하지 말고 우리 스스로 줏대를 가지고 주체를 가지고 강원도를 만들어보자. 그런 생각을 했다. 젊기도 했고 패기만만했던 것 같다. 그런 것들이 도민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본다.
- 3선이 우리나라에서 쉽지 않은데 3선이 가능했던 이유는.
야당 시절 3번 모두 당선됐다. 70% 이상 지지를 받았다. 과분하게 도민들의 신뢰와 사랑을 받았다.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고 강원도도 많이 달라졌다. 일하다가 쓰러져도 좋다. 그런 각오로 도지사 직을 수행하려고 했다. 그래서 도민들이 ‘과거 김진선은 열심히 하는 도지사였다’는 평가를 받고 싶었다.
물적 측면보다도 정신적인 측면 주체적이고 자존을 세우는, 자신감 기상 이런 것들을 불러일으키는 데 주력을 했는데 그런 것을 평가해주고 신뢰해주는 것 같다.
- 3선 기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강원도는 산골이라고 인식됐다. 가장 큰 변화 중 하나가 길이 좋아졌다. 길은 강원도 개발의 시작이고 끝이다. 전력투구를 했다. 2시간대 생활권을 만들었다. 터널을 뚫고 다리를 놓았다. 수도권에서 1~2시간이면 어디 지역이든 도달할 수 있게 됐다.
예전에 강원도를 기업과 연관시키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기업이 들어왔다. 옥수수 감자를 심어 화전을 일궈먹던 곳이 새농촌건설 운동을 하면서 최하위권에서 최상위권으로 바뀌고 인구가 늘었다. 총생산은 적지만 신장률이나 1인당 소득은 중위권에 육박했다. 변방의 강원도가 국제관광 엑스포, 동계올림픽 유치 등을 통해 세계화, 전국화됐다.
- 3선 기간 중 가장 아쉬움이 남는 일은.
강원도는 지형여건상 재난이 많다. 이 때문에 산불이나 수해와 같은 고통스러운 재난을 많이 당했다. 재정력이 약한데 복구 과정에서 많은 빚을 졌다.
동계올림픽 기반은 갖췄지만 재임 중에 끝을 못 보고 떠나게 돼 아쉽다.
- 지방자치가 시작된 지 벌써 15년이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를 평가한다면.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두 가지 각도에서 봐야 한다. 하나는 지방자치 제도 자체가 완벽하지 못하다. 이름에 걸맞지 않다. 말하자면 아직도 어중간한 제도를 가지고 있다. 다른 의견을 제기할 분도 있을 것이다. 저는 시각을 달리한다. 심하면 절름발이식 지방자치다.
두 번째는 지방자치 완전 자치 실시한 게 15년 밖에 안 된다. 아주 일천하다. 그것을 감안하고 봐야 한다. 두 가지 문제가 있음에도 지방자치단체 수장을 했던 사람으로 결과를 놓고 장점과 단점을 비교했을 때 저는 확실하게 지방자치는 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연착륙했고 장점이 많다고 본다.
이제 지방자치를 제대로 해야 한다. 자율과 권한을 주고 책임까지 완전히 지게 해야 한다. 그것을 못하고 있다. 일례로 아직도 경찰은 국가 업무로, 교육은 이원화 돼 있다. 자치단체장 선거와 교육감 선거가 이원화돼 있다. 일원화해야 한다. 교육감 교육의원은 누가 누군지도 모르고 선거를 했다. 그런데 얼마나 중요한가. 도지사 밑에 교육 기구를 두고 일원화해야 한다.
지방자치 현장을 보면 행정 따로, 경찰 따로, 교육 따로다. 지방이 해야 할 일도 국가가 한다. 이런 기관들 지방에 통폐합시켜야 한다. 그래야 지방이 책임질 수 있다.
- 만약 지방자치를 책임지는 책임자라면 무엇을 고치고 싶나.
수평적이든 수직적이든 분권을 해야 한다. 정치권에서 헌법적으로 지방분권을 강화시키는 분권 헌법을 만들어줘야 한다. 이런 전제 하에 자치 입법권을 강화시켜야 한다. 지방엔 조례가 있는데 국가에서의 법률과 같다. 법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지방에서 입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자주재정권을 높여줘야 한다. 책임지고 내 살림을 내가 하는 것이다.
권한도 일괄적으로 권한 조정을 할 때가 됐다. 국가와 시·도의 업무를 모두 모아 재배치를 해야 한다. 국가로 다시 돌려줄 것은 돌려주고 내려 보낼 것은 통째로 넘겨줘야 한다.
- 동계올림픽 유치가 내년 7월이다. 어떻게 전망하나.
객관적으로 명분론으로 보면 유리한 측면이 있다. 두 번에 걸쳐 아쉽게 실패했다는 점, 개최 조건을 엄청나게 진전시켰다는 점, 유럽과 북미쪽이 번갈아 가면서 했다는 점 등 유리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IOC라는 게 시험을 쳐서 점수는 매기는 곳이 아니다. 투표 행위로 이뤄진다. 이것은 각국의 위원 개개인의 성향, 이해관계, 친소관계 이런 것에서 좌우된다. 그 때문에 절대 장담할 수가 없다. 모든 역량을 효율적으로 집중해야 한다. 현재 상황은 50대 50이라고 본다.
- 이광재 당선자가 직무정지 처지에 놓였다.
참으로 안타깝고 자신은 물론 도민에게 대단히 불행한 일이다. 깔끔하게 업무를 인계하고 떠났으면 좋겠는데 마음이 무겁다. 어려움이 있겠지만 모든 조직원과 도민들이 비상한 마음으로 단합하면 어려움을 헤쳐 나가야 한다.
- 후임 도지사에게 반드시 하고 싶은 말은.
자치단체 모두에 해당되는 것인데 지금은 모든 게 경제적 부를 창출하는 것에 집중한다. 모든 자치단체가 일색으로 가치의 최우선 순위를 경제적 부에 두는 것 같다. 물론 잘 살아야 한다. 하지만 지역의 발전, 지방자치라는 것은 역사적 문화적 요소까지 다 고려해 그 지역이 갖는 정체성과 특성 색깔을 갖도록 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정체성을 갖는, 색깔을 갖는 지역 창조를 하는 행정을 실행해야 한다. 강원도형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일색으로 가면 안된다. 비전과 디자인을 갖고 강원도에 맞는 창조적 지역을 만드는데 노력했으면 좋겠다.
- 앞으로의 계획은.
평범한 사람으로 돌아가니까 누구나 하는 이야기지만 쉬려고 한다. 앞으로는 세계 경쟁이 문화 예술 생태환경, 여기에서 좌우된다. 예술 문화 생태환경과 연관된 운동을 하고 싶다. 또 지금까지 경험한 정치 행정 경영 등에서 사회적으로 기여할 부분이 있다면 그런 것도 아끼지 않을 것이다.
한남진·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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