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부터 이 맘 때면 판부면 용수골 일대에서는 꽃양귀비 축제가 한창이다. 우연히 접한 꽃양귀비의 아름다움에 반해 전국에서 두 번째로, 그리고 원주에서는 처음으로 꽃양귀비를 심기 시작해 어느덧 지역의 축제로까지 발전시킨 사람이 있다. 주인공은 전직 예비역 대령 출신으로 늦깍이 서양화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김용길 씨다.
● 첫눈에 반한 꽃양귀비, 축제가 되다
군인, 화가, 꽃, 농부···. 교통정리부터 하자면 김용길 씨는 원주 36사 부사단장으로 전역한 전직 예비역 대령이며, 곧이어 같은 해인 2006년 서양화로 첫 개인전을 열어 화가가 되었다. 은퇴 후 그림 그리기 작업에 몰두하고자 원주에서 전원생활을 시작할 즈음에 야생화의 매력에 흠뻑 빠져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 지방의 지인을 방문했다가 우연히 뜰에 있는 꽃양귀비의 모습에 그저 첫눈에 반한 것이 지금 꽃양귀비 축제의 시작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한다.
지인을 설득해 어렵사리 꽃씨를 구해 지금 살고 있는 판부면 용수골 자택의 풍차꽃농장에 심기 시작했다. 한 해 두 해 꽃밭도 늘어남에 따라, 어느새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이들이 생겼다. 그러다가 최근엔 2만 명 이상이 다녀가는 지역 축제가 되었다.
● 진정한 지역 축제 되는 첫 해 되길
처음부터 마을 축제를 염두에 두고 계획했던 것이 아니었기에 김용길 화백은 작년까지는 아내와 함께 개인적인 차원에서 축제를 진행했다.
김용길 씨는 “올해는 진정한 마을 축제로 나아가기 위해 축제의 기획과 준비부터 실무적인 진행까지 용수골 마을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마을 축제의 장을 마련하는 첫 출발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판부면 서곡4리 새농어촌 및 녹색농촌추진단이 주관하고 원주시농업기술센터, 판부농협, 풍차꽃농장 등이 후원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방문객들에게 입장료 명목으로 받는 1천 원은 청소비와 채종 후 꽃씨 발송을 위한 최소의 비용이라 전반적인 행사 운영을 위해서는 턱 없이 부족하다. 이에 대해 김용길 씨는 “당장 축제를 통한 수익을 내기는 어렵다. 꽃양귀비축제가 주민 스스로 운영하는 마을의 축제로 자리잡고 이를 계기로 용수골에 많은 시민들이 다녀감으로써 용수골의 브랜드 가치를 올리는 것이 우선적인 과제”라고 밝혔다.
● 감동의 꽃씨, 마음에서 마음으로
초보 농부이자 화가의 마음으로 그저 꽃이 좋아서 시작한 일이지만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어느새 대중적인 행사가 되었기에 개인적으로 감내할 일들도 많을 법하다. 하지만 활짝 피어난 꽃을 보고 활짝 웃는 사람들을 보면 걱정과 부담보다는 기쁨과 보람이 더 커진다.
“사람이 꽃을 좋아하면 나무를 좋아하고, 나무를 좋아하면 산을 좋아하고, 산을 좋아하면 자연을 좋아하고, 자연을 좋아하면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고 사람을 더욱 소중하게 생각하게 된다.”
꽃을 보기 위해 먼 길을 달려 온 사람들의 마음에서 마음으로 꽃씨처럼 퍼져 나가는 감동. 그것을 지켜보는 것이 늦깍이 초보 농부이자 화가인 김용길 씨를 버티게 하는 원동력이다.
이주혜 리포터 kevinm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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