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원창묵 원주시장 당선자
“시 주도 택지 개발 전면 재검토”
인수위원 전문가로 구성 … “공직자 선거운동 근절시키겠다”
원창묵 원주시장 당선자는 인터뷰 당일에도 인수 작업으로 정신없이 바빴다.
원 당선자는 3수 끝에 원주시장에 당선됐다. 그것도 2위와 13% 포인트 차의 압승이었다. 그는 시장직에 계속 도전한 이유에 대해 “새로운 원주시를 디자인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선거기간 약속했던 공약은 반드시 이루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특히 시가 주도하는 택지 개발에 대해선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세 번째 도전만의 승리다. 우선 당선 소감을 말해 달라.
원주시민에게 선택받았다는 사실이 너무 좋다. 두 번의 쓰라린 고통이 있어서인지 더 그런 것 같다. 그토록 원주시장이 되고 싶었던 이유는 새로운 도시를 디자인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난 2004년 탄핵정국 때 국회의원 출마 권유도 있었지만 뿌리치고 시장 출마만을 고집했다. 그토록 바라던 일을 할 수 있게 돼 너무 감사하다.
- 여론조사부터 줄곧 1위를 놓치지 않고 결국 13%포인트 차로 승리했다. 승리 요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수도권 전철 연장 등 공약 자체에 대해 시민들의 반응이 좋았다. 만나는 시민마다 이 공약은 꼭 지켜달라는 말을 할 정도였다. 수도권 전철 연장만이 아니라 교육시장, 무상급식, 효도하는 시장이 되겠다는 공약에 대한 반응도 좋았다.
또 이번 선거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대한 심판이었고 경고였다고 본다. 원주시는 수도권 규제완화, 세종시 기업도시 전환,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 실패 등으로 현 집권여당에 불만이 높았다. 특히 의료복합단지는 도둑맞은 것이나 다름없지 않나. 이 때문에 원주시는 도의원 5명 모두 민주당이 당선됐다. 시의원도 선거구마다 1위를 차지했다. 강원도에서, 원주시에서 민주당이 선전한 사실에 모두 놀라고 있다.
- 선거기간 중 승기를 잡았다고 판단한 때는 언제였나.
처음부터 진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2006년 선거는 35% 득표했지만 원주시가 기업도시 혁신도시로 선정된 시기였다. 더구나 박근혜 전 대표 칼부림 사건과 같은 돌발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첨단복합단지를 빼앗겼고 칼부림 사건도 없었다.
천안함 사태는 그리 영향이 없을 것으로 봤다. 국가의 안보,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는데 집권여당에 유리하다는 게 말이 되느냐. 그럼에도 대통령까지 나서는 등 선거에 이용하려 했다. 결국 이런 노골적인 행위가 역풍이 돼 한나라당에 돌아간 것으로 본다. 젊은 층이 더욱 분개해 투표장으로 간 것이다.
- 현재 인수위 활동은 어디에 중점을 두고 있나.
인수위는 전문가로 구성했다. 구성원 중 선거를 도와주거나 캠프에 참여한 사람은 없다. 평소에 좋다고 느꼈거나 실무에 도움이 될 만한 사람들로 구성했다. 인수위원으로 위촉하면서 얼굴을 처음 본 사람도 많다. 표가 많은 사람이 아니라 전문가들을 모셨다. 인수 과정을 통해 원주시청 공무원들이 새로운 마인드를 접해보기를 원했다.
- 새로운 원주시 건설을 위해 역점을 두는 사업은 무엇인가.
이번에 발표한 공약은 지킬 수 있는 것으로 했다. 무상급식도 그렇고 경로당 지원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큰돈이 들어가는 게 아닌 만큼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수도권 전철 연장은 돈이 아니라 몸으로 때워야 한다. 서울로 어디든지 쫓아다닐 생각이다. 이광재 도지사 당선자도 같은 공약을 채택했다. 긴밀하게 협력해 반드시 일궈낼 것이다.
수도권 전철 연장은 원주시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다. 이미 원주시는 무분별한 택지개발로 주택공급이 과잉상태다. 수도권 전철이 연장되면 1시간 안에 서울 강남권에 도착할 수 있다. 강남에서 돈을 벌고 원주에서 거주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 현재 원주시가 추진하는 사업 중 재검토 대상은.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선 부동산 침체에서 벗어나야 한다. 시가 앞장서서 주택공급을 하는 일은 이제 그만둬야 한다. 분양 시기를 모두 뒤로 미룰 생각이다. 택지개발 역시 더 이상 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도 넘쳐나고 있다. 일부지역은 여전히 미분양 상태로 남아있다.
재개발, 역세권 개발, 혁신도시 모두 조절할 필요가 있다. 과감하게 시책을 펼칠 생각이다. 부분적으로 보는 게 아니라 시 전체를 놓고 판단하겠다.
- 앞으로 원주시 공직사회에 대한 조직개편과 인사를 추진할텐데 기준과 원칙은 무엇인가
열심히 일하는 공직자가 대우받는 공직사회를 만들겠다. 공무원이 선거에 개입하는 일은 이제 없어지도록 하겠다. 나부터 이것을 천명하겠다. 공무원 이용해 더 이상 선거운동 안한다. 공무원의 주인은 시민이지 시장이 아니다. 시민을 위해 일하는 공무원이 대접받는 원주시를 만들겠다.
- 이광재 도지사 당선자가 직무정지 위기에 처했다. 이에 대한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중앙당에 대책위가 구성됐다. 중앙당과 도당이 행동지침을 내리고 있다. 이미 원주시에는 이광재 살리기 대책위가 꾸려져 있고 열심히 동참하고 있다. 아침 7시부터 당선자를 위주로 대형 현수막을 들고 시위에 나서고 있다. 서명운동도 병행하고 있다.
일부에서 강원도민이 몰라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하던데 강원도민들이 모두 알고 있었다. 선거 이틀 전까지 검찰의 구형 내용이 언론에 공개됐고 상대 후보는 막판까지 이를 공격했다.
- 요즘 어떤 책을 읽고 있나. 원주시 공직사회에 추천하고 싶은 책은 있나.
딸이 ‘굳 리더십’이라는 책을 선물했다. 업무가 바빠 쉽지 않지만 책상 위에 놓고 읽고 있다. 원주시 공무원에게는 ‘꿈의 도시 꾸리찌바’를 꼭 추천하고 싶다. 가난한 브라질 도시가 어떻게 세계적인 모범도시로 탈바꿈했는지 한 눈에 볼 수 있다.
- 선거기간 중 내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당선되면 금연을 하겠다고 선언했는데.
담배를 끊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시청 자체가 금연 건물이고 시장이 근무하다가 1층으로 내려와 담배를 피울 수는 없지 않나. 언론의 눈도 있고 방법이 없다. 결국 끊어야 할 것 같다.
한남진·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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