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맘 먹고 준비한 아이 생일 파티가 흥행(?)에 실패하고 끝났다면, 슬슬 아이 학원을 알아보려 해도 도통 물어볼 사람 하나 없다면, 같은 아파트에 몇 년 살아도 누구 하나 아는 이가 없다면… 당신의 인맥을 돌아보도록. 주부들에게 인맥은 생활이다. 달라진 아줌마 라이프를 대변하듯 더욱 다양해지고 강력해진 주부 인맥 네트워크. 그 변화들을 체크해본다.
주부 인맥의 시작은… ‘놀이터’다
“집 안에 틀어박혀 남편 외에 만나는 사람이라곤 택배 아저씨, 가스 검침 아줌마, 세탁소 아저씨, 소아과 의사 선생님이 전부다 보니 종전의 인간관계는 자연스레 끊겼죠. 갑갑한 마누라의 일상과 달리 직장 생활하면서 승승장구하는 남편을 보면서 야릇한 질투심이 생기더군요. 그렇게 집안귀신이 되어가다 어느 날, 아이와 함께 아파트 놀이터로 산책하러 가서 또래 아이 엄마에게 용기를 내어 한마디 건넸습니다.‘어머~ 아이가 참 예쁘네요! 몇 개월이에요?’ 이게 바로 제 인맥의 시작이었습니다.”
현재 373명을 이끄는 ‘레몬테라스 안양평촌주부모임’ 유향심(38·경기 안양시 비산2동) 매니저의 이야기다. 불과 5년 전까지 출근하는 남편의 등을 멀뚱멀뚱 바라보던 유씨는 이날을 계기로 새롭게 살기 시작했다. 우울하던 마음을 날려버리고, 그동안 해보고 싶어하던 셀프 인테리어 일도 시작했다. 인테리어&집 꾸미기 카페 ‘레몬테라스’에 가입하고 필요한 정보를 얻으면서 정기적으로 참여한 것이 오프라인 만남으로 이어지면서 아예 안양평촌주부모임을 하기에 이르렀다고. 지금은 매니저가 되어 남편보다 월등히 높은 휴대폰 요금을 자랑한다.
주부 인맥의 바탕은… ‘동네’다
여덟 살, 다섯 살 자매를 키우는 김명희(36·경기 수원시 매탄동)씨는 일주일이 바쁘다. 남편 뒷바라지하랴, 두 아이 키우랴, 각종 모임에 참여하랴 하루하루가 바삐 흘러가는 것. 김씨가 참여하는 모임은 4개. ‘수지사랑’이라는 지역 모임과 ‘죽전엄마들의 카페’라는 육아 모임, 앤티크 그릇을 좋아하는 취미 생활을 공유하는 ‘하이디카페’, 주부 지역 리포터로 활동 중인 신문사 ‘리포터 모임’이 그것이다. 김씨는 이 모임들을 통해 아이 유치원 문제부터 학원, 교육, 맛집 등의 정보를 두루 얻는다. 뿐만 아니다. 때때로 모임의 벼룩시장에 물건을 내놔 경제적인 도움도 받는다. 김씨에게 모임에서 얻은 인맥은 삶의 지혜이자, 경제의 발판이다.
김씨가 인맥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4년 전 서울에서 수지로 이사 왔을 즈음. 결혼과 함께 임신, 출산, 육아를 거치면서 결혼 전 소중하게 여기던 인맥 관리마저 소홀해졌다는 김씨는 아는 이 하나 없는 곳으로 이사하면서 인맥의 필요성을 실감했단다. 아이 유치원 정하는 것부터 하나하나 발품을 팔아야 했기 때문. 그때 눈에 띈 것이 지역 카페다.
“아이 낳기 전에는 인터넷을 통해 모르는 사람과 친해진다는 건 상상도 못 했죠. 그런데 아이 낳고 나서는 스스럼없어지더라고요. 쑥스러움보다 먹고사는 게 급하니까요! 좋은 정보는 바로 주변 사람들에게 있더라고요.” 시작은 아이 때문이었지만, 인맥의 내용이 다양해졌다. 이를 계기로 하나씩 모임을 더하니, 어느새 4개 모임에서 활동 중이다.
주부 인맥의 힘은… ‘연대 의식’이다
한 발 빨리 산후조리원부터 인맥을 다지는 주부들도 늘고 있다. 두 아이의 엄마 박인정(37·서울 노원구 상계동)씨는 산후조리원 동기들(?)과 모임을 이어오는 케이스. 첫째 아이 산후조리원에서 만난 동기들을 통해 육아 상식부터 자녀 교육법까지 정보를 주고받는단다. 아이들에게 생일이 비슷한 친구를 만들어주자는 취지로, 매달 한 번씩 만나온 지 벌써 8년째. “아이에게 일이 생기면 모두 소매 걷어붙이고 도와주는 건 물론, 맛난 반찬이라도 하는 날이면 서로 나눠 먹자고 찾아오니 마치 공동 육아를 하는 것 같다”는 게 박씨의 얘기다. 이제는 아이 산후조리원 동기보다는 ‘언니’ ‘동생’이 여러 명 생긴 것 같단다.
모임은 수없이 많아졌지만, 가장 애틋하고 오랫동안 유지되는 모임은 아이가 어렸을 때 만나기 시작한 산후조리원 모임이다. 아이 때문에 맺어진 인맥이지만, 함께 나눈 엄마라는 연대 의식이야말로 모임을 이끄는 가장 큰 힘이다.
주부 인맥의 확장은…
‘부지런(노력)’이다
일곱 살, 다섯 살 형제를 키우는 이수경(가명·37·경기 고양시 주엽2동)씨는 아이 축구 모임과 종교 모임을 이끌어가는 주축이다. 모임의 연령대는 무려 +- 10년! 결혼하고 족히 4년간 ‘방콕’ 생활만 해온 이씨가 이런 모임의 주축이 되기까지는 오지랖 넓은 성격이 한몫했다.
“누구든 만나면 일단 기념일이나 생일 등을 휴대폰에 입력하고 알람을 설정하죠. 대소사를 챙겨 문자 하나라도 잊지 않고 남기면 다들 무척 감동하더라고요.” 전화 한 통, 문자 하나를 보내더라도 상대의 가족(남편이나 아이) 안부까지 잊지 않고 챙긴단다. 모임에서 남들이 귀찮아하는 일을 도맡는 자세도 인맥을 넓히기 위해 갖춰야 할 조건. 말 그대로 솔선수범이다. 모임 장소로 집을 내줘야 할 때도 망설임 없이, 직접 몸으로 뛰어야 할 일이 있어도 기쁜 마음으로 해야 주변에 사람이 모여든다는 것. 신문과 인터넷 등을 통해 신제품이나 분위기 좋은 음식점 등 다양한 정보를 미리 알아두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런 노력 끝에 이씨는 다양한 인맥 풀을 자랑한다. 아이 학교 문제를 상담할 교사 출신의 엄마, 재테크 노하우를 나눌 사업하는 엄마, 학원 정보 속속 꿰고 있는 알파맘 엄마도 모두 이씨의 휴대폰에 있다.
문영애 리포터 happymoon30@naver.com
인맥 넓은 마당발 주부의 특징
입보다 귀를 연다
말이 많아지면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내 이야기를 하고, 말실수를 할 수 있다. 내가 뱉은 말은 머지않아 몇 배의 무게로 돌아오는 것이 주부들의 세계!
기브 앤드 테이크는 기본
자신이 원하는 바만 채우려 한다면 인맥 형성은 불가능하다. 친해질수록 기브 앤드 테이크 공식을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온라인에서도 예의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는 댓글로 대화할 일이 많은 만큼 글을 쓸 때도 예의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트렌드! 인맥도 디지털 시대
과거 현모양처형과 지고지순형이 주를 이뤘다면, 지금은 가사와 육아, 자신의 발전에 비중을 두고 넓은 의미의 자아실현을 이루려는 주부들이 늘고 있다. 이러한 주부 위상의 변화는 그들이 구축하는 인맥에도 영향을 준다. 과거 인맥 구축이 지연이나 혈연 같은 아날로그적 방법이었다면, 현재는 디지털적인 방법이 대세다. 각종 카페나 클럽 등이 인맥 시스템으로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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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인맥의 시작은… ‘놀이터’다
“집 안에 틀어박혀 남편 외에 만나는 사람이라곤 택배 아저씨, 가스 검침 아줌마, 세탁소 아저씨, 소아과 의사 선생님이 전부다 보니 종전의 인간관계는 자연스레 끊겼죠. 갑갑한 마누라의 일상과 달리 직장 생활하면서 승승장구하는 남편을 보면서 야릇한 질투심이 생기더군요. 그렇게 집안귀신이 되어가다 어느 날, 아이와 함께 아파트 놀이터로 산책하러 가서 또래 아이 엄마에게 용기를 내어 한마디 건넸습니다.‘어머~ 아이가 참 예쁘네요! 몇 개월이에요?’ 이게 바로 제 인맥의 시작이었습니다.”
현재 373명을 이끄는 ‘레몬테라스 안양평촌주부모임’ 유향심(38·경기 안양시 비산2동) 매니저의 이야기다. 불과 5년 전까지 출근하는 남편의 등을 멀뚱멀뚱 바라보던 유씨는 이날을 계기로 새롭게 살기 시작했다. 우울하던 마음을 날려버리고, 그동안 해보고 싶어하던 셀프 인테리어 일도 시작했다. 인테리어&집 꾸미기 카페 ‘레몬테라스’에 가입하고 필요한 정보를 얻으면서 정기적으로 참여한 것이 오프라인 만남으로 이어지면서 아예 안양평촌주부모임을 하기에 이르렀다고. 지금은 매니저가 되어 남편보다 월등히 높은 휴대폰 요금을 자랑한다.
주부 인맥의 바탕은… ‘동네’다
여덟 살, 다섯 살 자매를 키우는 김명희(36·경기 수원시 매탄동)씨는 일주일이 바쁘다. 남편 뒷바라지하랴, 두 아이 키우랴, 각종 모임에 참여하랴 하루하루가 바삐 흘러가는 것. 김씨가 참여하는 모임은 4개. ‘수지사랑’이라는 지역 모임과 ‘죽전엄마들의 카페’라는 육아 모임, 앤티크 그릇을 좋아하는 취미 생활을 공유하는 ‘하이디카페’, 주부 지역 리포터로 활동 중인 신문사 ‘리포터 모임’이 그것이다. 김씨는 이 모임들을 통해 아이 유치원 문제부터 학원, 교육, 맛집 등의 정보를 두루 얻는다. 뿐만 아니다. 때때로 모임의 벼룩시장에 물건을 내놔 경제적인 도움도 받는다. 김씨에게 모임에서 얻은 인맥은 삶의 지혜이자, 경제의 발판이다.
김씨가 인맥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4년 전 서울에서 수지로 이사 왔을 즈음. 결혼과 함께 임신, 출산, 육아를 거치면서 결혼 전 소중하게 여기던 인맥 관리마저 소홀해졌다는 김씨는 아는 이 하나 없는 곳으로 이사하면서 인맥의 필요성을 실감했단다. 아이 유치원 정하는 것부터 하나하나 발품을 팔아야 했기 때문. 그때 눈에 띈 것이 지역 카페다.
“아이 낳기 전에는 인터넷을 통해 모르는 사람과 친해진다는 건 상상도 못 했죠. 그런데 아이 낳고 나서는 스스럼없어지더라고요. 쑥스러움보다 먹고사는 게 급하니까요! 좋은 정보는 바로 주변 사람들에게 있더라고요.” 시작은 아이 때문이었지만, 인맥의 내용이 다양해졌다. 이를 계기로 하나씩 모임을 더하니, 어느새 4개 모임에서 활동 중이다.
주부 인맥의 힘은… ‘연대 의식’이다
한 발 빨리 산후조리원부터 인맥을 다지는 주부들도 늘고 있다. 두 아이의 엄마 박인정(37·서울 노원구 상계동)씨는 산후조리원 동기들(?)과 모임을 이어오는 케이스. 첫째 아이 산후조리원에서 만난 동기들을 통해 육아 상식부터 자녀 교육법까지 정보를 주고받는단다. 아이들에게 생일이 비슷한 친구를 만들어주자는 취지로, 매달 한 번씩 만나온 지 벌써 8년째. “아이에게 일이 생기면 모두 소매 걷어붙이고 도와주는 건 물론, 맛난 반찬이라도 하는 날이면 서로 나눠 먹자고 찾아오니 마치 공동 육아를 하는 것 같다”는 게 박씨의 얘기다. 이제는 아이 산후조리원 동기보다는 ‘언니’ ‘동생’이 여러 명 생긴 것 같단다.
모임은 수없이 많아졌지만, 가장 애틋하고 오랫동안 유지되는 모임은 아이가 어렸을 때 만나기 시작한 산후조리원 모임이다. 아이 때문에 맺어진 인맥이지만, 함께 나눈 엄마라는 연대 의식이야말로 모임을 이끄는 가장 큰 힘이다.
주부 인맥의 확장은…
‘부지런(노력)’이다
일곱 살, 다섯 살 형제를 키우는 이수경(가명·37·경기 고양시 주엽2동)씨는 아이 축구 모임과 종교 모임을 이끌어가는 주축이다. 모임의 연령대는 무려 +- 10년! 결혼하고 족히 4년간 ‘방콕’ 생활만 해온 이씨가 이런 모임의 주축이 되기까지는 오지랖 넓은 성격이 한몫했다.
“누구든 만나면 일단 기념일이나 생일 등을 휴대폰에 입력하고 알람을 설정하죠. 대소사를 챙겨 문자 하나라도 잊지 않고 남기면 다들 무척 감동하더라고요.” 전화 한 통, 문자 하나를 보내더라도 상대의 가족(남편이나 아이) 안부까지 잊지 않고 챙긴단다. 모임에서 남들이 귀찮아하는 일을 도맡는 자세도 인맥을 넓히기 위해 갖춰야 할 조건. 말 그대로 솔선수범이다. 모임 장소로 집을 내줘야 할 때도 망설임 없이, 직접 몸으로 뛰어야 할 일이 있어도 기쁜 마음으로 해야 주변에 사람이 모여든다는 것. 신문과 인터넷 등을 통해 신제품이나 분위기 좋은 음식점 등 다양한 정보를 미리 알아두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런 노력 끝에 이씨는 다양한 인맥 풀을 자랑한다. 아이 학교 문제를 상담할 교사 출신의 엄마, 재테크 노하우를 나눌 사업하는 엄마, 학원 정보 속속 꿰고 있는 알파맘 엄마도 모두 이씨의 휴대폰에 있다.
문영애 리포터 happymoon30@naver.com
인맥 넓은 마당발 주부의 특징
입보다 귀를 연다
말이 많아지면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내 이야기를 하고, 말실수를 할 수 있다. 내가 뱉은 말은 머지않아 몇 배의 무게로 돌아오는 것이 주부들의 세계!
기브 앤드 테이크는 기본
자신이 원하는 바만 채우려 한다면 인맥 형성은 불가능하다. 친해질수록 기브 앤드 테이크 공식을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온라인에서도 예의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는 댓글로 대화할 일이 많은 만큼 글을 쓸 때도 예의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트렌드! 인맥도 디지털 시대
과거 현모양처형과 지고지순형이 주를 이뤘다면, 지금은 가사와 육아, 자신의 발전에 비중을 두고 넓은 의미의 자아실현을 이루려는 주부들이 늘고 있다. 이러한 주부 위상의 변화는 그들이 구축하는 인맥에도 영향을 준다. 과거 인맥 구축이 지연이나 혈연 같은 아날로그적 방법이었다면, 현재는 디지털적인 방법이 대세다. 각종 카페나 클럽 등이 인맥 시스템으로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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