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곳이 화제! 숲 유치원

지역내일 2010-05-23 (수정 2010-06-03 오후 6:06:17)
우리 유치원은 숲 속에 있어요

지난 19일 수요일, 송파구 오금동에 위치한 오금공원. 오전 9시 30분이 다가오자 엄마 손을 잡은 아이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엄마들은 ‘아이들이 행복한 송파 숲 유치원’이라는 예쁜 간판이 걸린 통나무집에 아이들을 데려다 주고 다시 집으로 향한다. 이름도 생소한 ‘숲 유치원’, 이곳이 바로 이 아이들의 유치원이다.




숲 속에서 자연과 하나 되다


아이들이 모두 도착하자 교사와 아이들이 배낭을 메고 길을 나선다. 300m 남짓 숲 오솔길을 따라 행복한 숲 유치원 제1학습장에 도착하는 데만 20여분의 시간이 걸렸다.




“선생님, 이건 무슨 꽃이에요? 향이 너무 좋아요.” “선생님, 방금 새소리 들었어요?” “선생님, 흙 때문에 신발이 더러워졌어요. 어떡해요?” 이야기꺼리와 사연도 가지가지다. 시끌벅적 이야기꽃을 피우며 학습장에 도착하자 아이들은 바빠졌다. “우리 숨바꼭질하자.” “미끄럼틀 타자.” “난 산타기 놀이 할래.”




아무리 둘러봐도 미끄럼틀은 보이지 않는다. 경사진 내리막길, 쌓인 풀잎에 미처 마르지 않은 빗물이 남아있는 곳을 아이들은 미끄럼틀이라 부른다. 산타기 놀이는 로프를 이용해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놀이다. 내려오며 엉덩방아를 찧어도, 올라가며 무릎이 땅에 닿아도 아이들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불과 3일만의 큰 변화다. 4월에 개원한 3~4반과 달리 5~7세반은 17일 첫 수업이 있었다. 첫날만 해도 아이들은 숲 속에서 아무런 장남감과 교구, 책들도 없이 무얼 해야 할지 의아해했다.




가락본동 어린이집 윤영란 원장은 “처음 무얼 해야 할지 잘 모르던 아이들이 스스로 놀잇감을 찾아 놀이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놀라웠다”며 “3일째인 오늘은 제법 숲 유치원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 아이들의 놀라운 적응력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됐다”고 놀라워했다. 또 “이런 창의력과 집중력들이 아이들의 학습에까지 연결되어 좋은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5~7세가 함께 하는 혼합반의 특성도 아이들의 놀이에 그대로 묻어난다. 큰 아이들은 “넌 몇 살이니? 내가 도와줄까?”라고 먼저 손을 내밀고 작은 아이들은 “힘들어, 누나가 좀 도와줘”라며 스스럼없이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교육 없이도 서로를 배려하고 함께하는 마음을 익혀가는 것이다.




송파구 숲 유치원을 지원하고 있는 (사)나를만나는숲의 숲 유치원 담당 장희정 박사는 “5~7세의 아이들이 함께 하며 자연스럽게 사회성과 공동체성을 느끼게 되는 것이 혼합반의 가장 큰 장점”이라며 “서로 돕고 따라 배우는 과정에서 배려와 존중의 마음을 익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숲 유치원 아이들, 집중력과 창의력 뛰어나




송파구가 지난 4월부터 운영하고 있는 숲 유치원. 숲 유치원은 말 그대로 특별한 교재나 프로그램이 없이 숲에서의 모든 자연이 교재와 교구, 프로그램이 되는 유치원이다. 교사의 지시와 통제도 최소화된다.




현재 개설된 반은 3~4세 유아반과 5~7세 어린이반 두 반. 3~4세반은 오전 10시30분부터 낮 1시까지, 5~7세반은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3시까지 이곳 오금공원에서 자연과 더불어 지낸다. 현재 3~4세 반은 파인8어린이집 원생들이, 5~7세 반은 가락본동 어린이집 원생들로 개인적인 신청은 받지 않고 있다.




숲 유치원은 유럽에서 시작되어 북유럽과 독일에서 일찍이 활성화된 교육이다. 그래서 그 효과 역시 학술적으로 검증된 바 있다.




장 박사는 “숲 유치원을 다닌 아이들의 경우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집중력과 창의력이 우수하다는 결과가 있다”며 “아울러 사회성과 끈기, 인내력, 수업참여도 또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7세의 경우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 교실에서의 수업적응력이 걱정되기 때문이다. 이 점에 대해 장 박사는 “내부 에너지를 충분히 자연에서 발산한 아이들이라 학교 수업에서 더 뛰어난 집중력을 보이게 된다”고 말했다.





다양한 프로그램 병행 계획




아이들을 숲 유치원에 보내는 엄마들의 바람도 다양하다. 5세 공종윤 군의 엄마 최영수(37)씨는 “아이가 워낙 여성스러운 성격에다 깔끔을 떤다”며 “자유롭게 뛰어놀며 자신감과 편안함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변지승(7), 변지용(5) 두 아이를 숲 유치원에 보내고 있는 엄마는 “열심히 숲에서 뛰어놀며 자연과 함께 하는 것이 나중에 아이들의 좋은 추억으로 남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송파 숲 유치원 아산병원과 협약을 맺고 정기 건강검진 및 진료도 실시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숲 유치원은 어린이 대안교육의 모범으로 다양한 시도를 계획하고 있다. 28일 오전에는 단국대 강동성 교수(수학교육과)가 자연물을 이용한 수학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며, 매월 1차례 특별 프로그램을 실시할 계획이다.




박지윤 리포터 dddod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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