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남산은 신라의 왕도였던 경주의 남쪽에 솟아 있는 금오산과 고위산 두 봉우리를 비롯하여 도당산 ․ 양산 등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를 통틀어 남산이라고 부른다. 이곳에는 수많은 불적이 산재돼 있으며, 여러 전설과 설화들이 깃들어 있다. 뿐만 아니라 신라가 불교를 국교로 한 이후 남산은 부처가 머무는 영산으로 신성시되어 많은 사찰과 탑이 건립되고 불상이 조성됐다. 봄이 다가기 전에 서둘러 남산을 산행하기로 했다. 남산을 등산할 수 있는 코스는 네 군데로 나뉘는데 삼릉에서 출발하기로 했다.
푸른 소나무 숲에 나란히 누워있는 삼릉
들머리부터 수령을 자랑하는 소나무들이 길게 뻗어있다. 소나무의 거죽은 거북의 등껍질과 같은 무늬로 수 놓여 있고 그런 소나무군락은 하늘을 향해 구불구불 용틀임을 한다. 소나무 숲 사이로 옅은 빛이 내려앉고 그 빛은 낯선 산인의 어깨를 두드린다. 산은 가벼운 듯 가볍지 않았고 무거운 듯 무겁지 않다.
가볍게 소나무 숲을 헤치고 걷는데 세 개의 무덤이 나란히 누워있다. 바로 그 유명한 삼릉. 삼릉은 경명왕, 신덕왕, 아달라왕의 무덤이라고 전한다. 삼릉 뒤로 난 큰길을 따라 오르면 배리석불입상을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게 되고 곧 삿갓봉을 경유하여 금오봉으로 곧장 오르는 갈림길을 만나게 된다.
만나는 불상마다 특징 뚜렷
금오봉 갈림길을 지나 50m 정도만 더 나서면 냉골에서 처음 만나게 되는 무두불인 석조여래좌상. 머리가 없고 무릎부분이 파손된 게 흠이지만 가사 끈의 매듭과 옷 주름이 섬세하게 표현돼 있다. 1964년 동국대학교 학생들에 의해 땅속에서 머리가 없는 상태로 발견되었다고 한다.
여기서 왼편 30m 위쪽에 온화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마애관음입상을 또 만난다. 마애관음입상 뒤편으로 난 등산로는 지릉을 타고 가다가 삼불사에서 올라오는 길과 합류하게 된다.석조여래좌상을 지나 20m 정도 계류를 따라 올라서면 왼편 산등성으로 선각육존불을 알리는 이정표를 본다. 여기서 산등성을 따라 3~4분 남짓 올라서면 불교문화의 회화적 걸작이라 할 수 있는 선각육존불이 기다린다. 남산의 부처가 대부분 돋을세김 방식인 것에 반해 음각되어진 것이 특징.
여기서 산허리를 타고 50~60m 정도 냉골 쪽으로 나서면 냉골 두 번째 석불좌상인 석조여래좌상. 연화대석 위에 모신 부처의 모습이 좀 못생긴 편이다. 석불 뒤편으로 서너 평 정도 되는 바위굴 속은 기도처로 사용되는 듯 향냄새가 그윽하다. 석조여래좌상 오른편으로 내려와 계류를 넘게 되면 냉골 주등산로와 합류하게 되고 조금 더 올라서면 상선암이다.
상선암까지 주등산로만 따르면 40여분 소요
상선암은 예전에 있던 절터에 70년 전에 세운 암자로 냉골 최상단부에 위치해 있는 소박한 암자이다. 이곳에도 늦봄의 잔재를 볼 수 있다. 이름 모를 야생화들이 화단에 고개 내밀며 산 오르다말고 기도하는 산인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삼릉에서 이곳 상선암까지는 곧장 주등산로만 따르게 되면 40여분 채 걸리지 않지만 불상을 둘러보려면 그 시간은 1시간 이상 잡아야 한다.
상선암을 지나게 되면 남산에서는 두 번째로 큰 부처인 마애좌불을 만난다. 거대한 자연암벽에 새겨진 마애불은 유난히도 얼굴 부분이 입체적이다. 이곳에서 냉골을 내려다보는 조망 또한 기가 막히게 좋다. 마애대좌블을 지나면 곧 금오산 주능선에 올라서게 되고 능선 안부 왼편으로 오르게 되면 바둑바위가 잇는 금송정터가 되고 오른편이 상사바위다.
10여m 높이의 상사바위는 기도처로도 이용되고 있는 흔적이 보인다. 예전에는 상사병에 걸린 사람들은 이 바위를 위하고 빌면 병이 낫고 아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빌던 곳이기도 전하는 곳이다.
상사바위에서 금오산정까지는 밋밋한 육산의 형태를 이루고 있고 상선암에서 20분 가량 소요된다. 금오산 정상에서 바라다본 내남 뜰이 그렇게 평온해보일 수 없다.
여기서 다시 3분 가량 내려서면 약수골 갈림길이 되고 왼편 아래 약수골로 내려가는 길 초입으로 약수계곡마애대불입상을 알리는 이정표가 있다. 여기서도 계속되는 직진길을 따라 올라선 곳이 삿갓봉이 되고 이후 올망졸망 바윗길을 따라 간간이 나타나는 로프에 의지해 내려오게 되면 냉골로 처음 올라갈 때 만났던 3거리가 되는 곳이다. 이후 올라왔던 길을 되짚어 10여분 내려서면 삼릉입구 도로변이다.
이경희 리포터 lkh3759@hanmail.net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