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이란 말 그대로 우울한 기분이 지나쳐 일상생활의 지장을 주는 것을 말한다. 우울한 기분이 지속되고, 기운도 없고, 아무것도 하기 싫고, 누워만 있고 싶고, 재미있는 TV를 봐도 재미가 없고,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나고, 밤에 잠도 안 오고, 사람들이나 친구들도 만나기 싫고, 하는 일도 손에 잡히지 않고, 안 좋은 생각만 자꾸 떠오르고, 살고 싶지도 않고, 심하면 자살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 우울증이다. 어른들의 경우에는 이런 일반적인 증상들을 나타내며, 스스로도 ‘내가 우울증인가’ 하고 인식할 때가 많다. 하지만 아이들의 경우에는 어른들의 전형적인 우울증하고는 차이가 있다.
초등학교 2학년 A군의 경우를 보자. A군은 한 달 전부터 물건을 훔치는 행동 때문에 부모님과 함께 상담을 받으러 왔다. 아무리 혼을 내도, 며칠이 지나지 않아 또 사사로운 물건을 훔치는 행동이 반복되었다. 학교생활에서는 큰 문제점은 보이지 않았지만, 최근 들어서 급식을 잘 안 먹으려고 하고, 이전보다 말수가 좀 줄어들었고, 친구들과 어울리기 보다는 혼자 있을 때가 많아졌다고 한다. 집에서는 최근 들어 유달리 엄마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많이 하고, 잠을 잘 때도 엄마 옆에서 자려고 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A군은 검사상에서 심한 정서적 불안정 상태로 나타났으며, 수개월 전부터 부모님 사이가 안 좋아 진 것 때문에 매우 스트레스를 받았으며, 부모님이 언제 이혼할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이 모든 것이 자신 때문이라는 죄책감에 시달리며 우울증을 키워 왔었다.
중학교 2학년 B양의 경우, 학교를 무단결석하고, 집에서 부모님에게 사소한 것에도 화를 심하게 내고,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문제로 상담을 받았다. 중학교 1학년 때까지도 공부를 아주 잘하고, 절대로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린 적이 없는 그야말로 ‘엄친아’였다고 한다. 중2때부터 성적이 갑자기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학교에서도 친구들과의 다툼이 잦아지고, 선생님에게도 대들고, 아침에 학교에 가기 싫다며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아 어머니와 많은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었다. B양은 과도한 학습에 대한 부담감과 지나친 부모님의 기대에 너무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으며, 기대한 만큼의 성적이 나오지 않자, 점점 자신감이 떨어지고, 자포자기하게 되고, 우울증이 더욱 깊어 갔던 것 이었다.
위의 두 학생 모두 주된 문제는 우울감이나 우울한 모습이 아니었다. 한 학생은 물건을 훔치는 행동, 한 학생은 무단결석과 폭력적 행동이 문제가 되어 상담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이나 모습들은, 알고 보니, 우울증으로 인해 생겨나게 된 증상들이었던 것이다. 아이들은 어른들과는 달리 인지, 사고, 감정 발달이 아직 미숙한 상태이기 때문에 겉으로는 우울한 감정이나 의욕저하 등의 전형적인 우울증상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 대신에 짜증이 많아지고, 평소에 보이지 않던 행동이나 모습을 보인다거나, 반항적이고 공격적인 행동들을 하거나, 급격히 성적이 떨어지거나, 학교생활에서 문제행동을 일으키는 등의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겉모습만을 보아서는 우울증이 있다는 것을 쉽게 알아내기가 어렵다. 우울증의 원인으로는 세로토닌이나 노르에피네프린 등 신경전달물질이나 호르몬 등의 생물학적인 요인, 가족력 등의 유전적인 요인, 스트레스나 환경적 변화 등의 심리사회적인 요인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줄 수 있다. 우리 아이가 평상시와 달리 짜증이 많아지고, 화를 잘 내고, 성적이 떨어질 때,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아이에게 훈계와 질책을 하고 혼을 내는 반응을 보이게 되는데, 이 보다는, 오히려 우울증의 원인적인 요인들을 짚어 보고, 아이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해 보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하여 적절한 치료 및 해결 방법을 의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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