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도 아니고 찜도 아닌 정체불명의 찜요리가 손님들의 오감을 자극하고 있다고 해서 대장금의 미각을 동원해 그곳을 찾아갔다. 화정동 먹자골목에 위치한 ‘헝글이찜’(쉐프 김현걸)이 제보 현장이다. 헝글이찜이라, 배고플 때 먹는 찜인가? 듣도 보도 못한 수상한 식당이다. 개업한 지 불과 한 달. 대체 어떤 맛이기에 독자가 침이 마르게 자랑했을까. 더 의심하기 전에 일단 맛을 보는 것이 속 시원하겠다. 참! 간판에서 풍기는 포스와는 달리 깔끔한 인테리어와 상냥한 주인장에게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동의보감에 따라 음식 궁합 맞춘 속 편한 찜
주 메뉴는 해물갈비찜과 매운갈비찜. 이름만 들어서는 별 것 없겠다 싶을 것. 주방은 김 쉐프 혼자 독차지다. 재료 손질부터 조리, 데커레이션까지 일일이 손이 직접 닿지 않으면 성이 차지 않는다고. 남자의 손길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먼저 시식의 기회를 준 미역국과 함박스테이크. 고기와 야채를 직접 갈아 양념하고 김 쉐프식 소스까지, 보통 경력으로는 어려운 작업이다. 아니나 다를까 요리사 출신이란다. 경력만 무려 17년째. 베테랑 솜씨다. 미역국도 생선 잡뼈를 푹 고아 들깨가루를 넣었다는데 어찌나 고소하고 맛있는지, 밥 잘 안 먹는 아이들도 이 미역여국이면 얘기가 달라질 것 같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해물갈비찜은 돼지갈비와 해물, 숙주나물, 버섯, 순두부 등이 한 곳에서 서로 부대껴 환상의 맛을 연출한 요리다. 찜인데도 국물이 자작하게 있어 그냥 떠먹어도 맛있지만 술안주로도 손색없다. 일단 골라먹는 재미가 있을 만큼 재료가 풍성하다. 각자 재료에서 품어져 나오는 육수 맛도 일품일 텐데 김 쉐프는 다대기를 만들기 위해 장작 22가지의 재료를 혼합했다. 그것도 동의보감에 나오는 음식 궁합을 고려했다고 하니 그야말로 건강 찜이다. 그래서인지 국물 맛이 끝내준다. 얼큰하고 시원한 맛은 기본. 뒤끝은 구수하고 달달하기까지 하다. 비밀은 화학조미료 대신 천연조미료에 있다고. 그래서 속도 편하다. 매운 음식 먹고 다음날 탈나면 환불을 약속할 정도니, 100% 믿어도 되겠다. 찜요리에 맞게 소스도 개발했고, 김치를 대신한 오이와 양파를 이용한 피클도 별미다. 반찬 하나를 버무려도 ‘맛있게 버무려져라’고 주문을 외운다니, 오감이 만족하지 않을 수 없다. 남은 육수에 볶아 먹는 밥은 배불러도 싹싹 비우게 되는 마법의 식사다.
● 차림표 : 해물갈비찜(큰 거) 3만3000원 (작은 거) 2만8000원, 매운갈비찜(큰 거)2만8000원 (작은 거)2만3000원, 매콤닭찜·달콤닭찜 2만원씩.
● 위치 : 서구 화정2동 1224번지, 화정동 마트앤마트 골목 진입 후 대주아파트 방향 골목길
● 문의 : 062-369-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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