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으로 떠나는 문화 여행 ‘광주 대인예술시장’

시끌벅적 시장통이 일궈낸 새로운 세상

지역내일 2010-05-25
월에 찾은 광주 대인예술시장은 새로운 기운으로 가득하다. 즐비한 노점 사이사이로 뿌리내린 작가들의 작업실 풍경은 사뭇 오묘하기까지 하다. 과일 가게 옆, 건어물 가게 옆, 생선 가게 옆… 이곳에 예술가와 상인의 구분은 없다. 통닭집 아줌마는 어느새 닭 그림 전문 화가가 되었고, 작가들의 작업실은 외지인들이 꼽은 필수 여행 코스가 된 지 오래다.
우리 동네에도 이런 시장이 있었으면 좋겠다!
대인예술시장은 여러모로 색다른 곳이다. 줄줄이 미로마냥 이어진 골목을 거니니 마치 내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도 된 기분이다. 골목 벽면에, 상점 셔터에, 노점상 아줌마의 리어커에, 바로 머리 위에… 이곳이 예술 시장임을 나타내는 지표들이 끊임없이 나타난다. 예술가든, 상인이든, 손님이든, 떠돌이 여행객이든 그 지표들을 따라 걷다 보면 앨리스가 될 수 있을 것만 같다.
모두 대인예술시장에 아지트(작업실)를 둔 작가들이 이뤄낸 공동 미술 프로젝트 작품들이다. 작품이라 해서 딱딱하고 어려운 걸 상상할 필요는 없다. 쓰다 만 타일이나 부엌칼, 상점 전화번호가 새겨진 스티커, 팔고 남은 상자 등 이곳에선 뭐든 더없이 좋은 예술 작품의 재료가 된다. 마치 홍대를 재래시장에 옮겨놓은 듯한 이곳은 분명 광주에서 몇 손가락에 꼽힐 만큼 크다는 재래시장이 맞다.
여기서 잠시 대인예술시장의 과거를 짚어보자. 대인시장은 한국전쟁 후 광주역 동편 공터에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생겨난 장터였다. 1965년 점포 87개가 있던 시장은 금세 점포 300여 개 규모로 커졌지만, 도시 발달 계획과 맞물려 터미널과 역이 이전하고 대형 마트가 등장하면서 점차 쇠퇴의 길을 걷기 시작했단다.
하나 둘 빈 점포가 생기면서 시장의 활기 또한 사라지자 그 공간을 예술가들의 작업실로 내주자는 움직임이 일었는데, 이른바 2008년 광주비엔날레의 ‘복덕방 프로젝트’다. 박성현 큐레이터, 박문종, 신양호, 노정숙, 윤남웅, 조수진 등 지역 작가들을 필두로 미술가는 물론 작가, 기획가, 인문학자, 문화·예술인이 모이면서 드디어 예술 시장의 틀을 마련, 약 8개월 만에 작가 100여 명이 이곳에 터를 잡았다. 대인예술시장의 상인이 400여 명이라니, 작가의 비율이 무려 20퍼센트에 이른다. 바꿔 말하면 이곳을 걷다 마주친 다섯 명 중 한 명은 예술가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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