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들

거꾸로 가는 인생은 즐거워!

3개 국어 능통한 오복순 할머니

지역내일 2010-05-22

‘세월을 거슬러 오를 수만 있다면’ 이라는 가정법은 모든 사람들의 바람이다. 하지만 한번 지나간 세월은 돌이킬 수 없는 법. 그렇다고 흘러가는 세월을 몸속에 꼭꼭 쟁여 놓는 것도 현명한 삶은 아니다. 해가 갈수록 나이를 한 살씩 줄여가는 즐거운 인생의 주인공 오복순(81) 할머니를 찾아뵈었다.
“부모님이 여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결혼을 시켰어. 난 그때 결혼보다는 공부를 더 하고 싶었거든. 그래도 부모님이 시키는 일이니 할 수 있나. 아쉽지만 공부를 포기하고 결혼해서 5남매 낳아 잘 키웠지. 5남매 키우고 나서는 또 손자들을 키웠어. 그러다 보니 내 나이가 너무 많은 거야. 그래서 며느리한테 공부가 하고 싶으니 노인대학에 좀 다녀야겠다고 말했어”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가장 빠르다고 했던가. 오 할머니는 팔순을 바라보는 연세에 노인대학에 첫 발을 내딛는다. 뒤늦게 시작한 공부였기에 할머니의 열정은 이십대들의 귀감이 될 정도였다고. 그렇게 노인대학에 다니며 공부를 시작한 할머니는 2006년에 대전노인종합복지관으로 옮겨와 중국어, 영어, 일어 공부를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고.
할머니의 공부는 교실에서만 하는 공부가 아니다. 배우면 바로 바로 생활에 활용하는 것이 할머니만의 남다른 공부비법이 아닐까 싶다. 십여년 넘게 콜라주를 해 왔다는 할머니가 보여준 콜라주 작품집 구석구석에 써 놓은 주옥같은 명문장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콜라주 작품집을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영어 문장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할머니의 영어 발음은 원어민과 마주 앉아도 전혀 지장이 없을 정도로 유창했다.
이 정도로 할머니의 영어 발음에 놀라기에는 너무 이르다. 영어에 이어 중국어, 일어까지 줄줄이 구사하는 할머니의 외국어 실력. 정말 대단하시다. 할머니의 외국어 실력도 놀랍지만 할머니가 구사하는 명문장들도 하나 같이 명언들이다. 또 거기다 폐지를 이용해서 만든 콜라주 작품집에서는 신용활용 글쓰기의 시초가 되었다고 할 만큼 섬세한 예술 감각을 엿볼 수 있었다. 색감대비부터 디자인까지. 전문가의 손길이 느껴지는 것은 젊은 시절 양장점을 운영한 경력과 무관해 보이지 않았다. 양장점을 그만 둔 이후로도 할머니는 며느리의 임신복을 직접 만들어 입히는가 하면 당신이 직접 며느리, 손녀와 함께 옷을 만들어 입기도 했다고.
이처럼 할머니의 열정도 열정이지만 타고난 예술 감각 또한 전문가 수준이다. 1996년에는 부사동 성광교회 노인학교에서 꼴라주 작품 전시회를 열었고, 2008년 6월에는 자신의 팔순을 기념해 직접 그림을 그려 넣은 ''효녀 심청'' 책 500권을 펴내기도 했다.
“나이 들어서 공부 못한다는 소리는 다 핑계야. 나이 먹어도 하고 싶은 마음만 있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어. 난 공부하는 것이 너무 즐거워. 왜 진작 시작하지 못했나 싶어”
좋아서 하는 공부에는 나이는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몸소 보여주시는 할머니. 몇 년 전에 복지관 동기들과 일본 수학여행을 다녀와서는 일어로 기행문을 쓰기도 하셨다고.
할머니의 하루 일과는 새벽 4시부터 시작된다.
조용숙 리포터 whdydtnr7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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