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 - 명덕여자중학교 차상옥 교감
내일신문이 만난 사람 - 명덕여자중학교 차상옥 교감
몽땅 기증받은 악기 덕에 ‘5인조 밴드’ 창단 - 지역병원, 구호소 등 찾아 자선공연 수 십 차례 펼쳐
고등학교 때부터 치기 시작한 기타, 학업에 열중하다가도 잠시 쉬고 싶을 때면 어김없이 기타를 팅겼다.
기타는 지친 삶에 여유를 줬고 희망을 안겨다줬다. 그 세월이 벌써 30여년을 훌쩍 넘기고 있다.
명덕여자중학교 교감이며 5인조 밴드 ‘천지창조’ 단장인 차상옥(54) 씨를 만났다.
“기타치고 노래하면 마음이 풍요로워지죠”
교감 선생님이 단단히 일을 냈다. 알고 보니 그것도 7년 전에. 교직을 지키며 수 십 년이 넘도록 기타를 치고 있는 그도 뜻밖의 일이 생길 줄은 몰랐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기타를 치며 노래를 들려줬는데 혼자 듣기 아깝다며 무작정 손목을 잡고 이끌더니 악기점으로 데리고 갔던 것.
이때 친구를 통해 몽땅 기증받은 악기들 때문에 우연인지 필연인지 지금의 ‘천지창조’ 밴드가 창단됐다.
그래서인지 그를 부를 만한 적당한 호칭부터가 잠시 망설여지게 만든다.
지난해 9월 명덕여중 교감으로 부임한 그는 다름 아닌 5인조 밴드의 남성보컬이자 단장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천지창조’는 키보드, 기타, 세컨드 기타(화음 기타), 드럼, 보컬 등 5인조 밴드로 매주 월요일 저녁이면 어김없이 뭉쳐 연습에 몰두한다.
차상옥 단장은 “각자의 일을 마치고 피곤할 텐데도 단원들이 저마다의 역할에 충실하다”며 “아니 연습에 심취한 모습이 행복해보이기까지 하다”고 말한다.
서로 호흡하며 화음을 이루다보면 어느새 날아오르는 듯한 기쁨을 누리게 된단다. 이를 통해 더 보람된 일도 할 수 있다면 ‘천지창조’는 이제 이들만을 위한 공연보다는 남을 위해 봉사하는 공연을 꿈꾸고 싶단다.
지금 이들은 내달 3일에 있을 공연을 앞두고 한창 분주하다. 명절을 앞두고 고향에 가지 못하는 아픈 이들을 위해 울산시티병원을 찾을 계획이기 때문이다.
차상옥 단장은 “힘들고 외로운 그들에게 즐거움과 위로의 시간이 되고 조금이나마 희망을 줄 수 있었으면 한다”며 “덩달아 저 자신도 기타치고 노래하면 마음이 풍요로워지죠”라고 말한다.
5인조 밴드 ‘천지창조’는 환자 위문 공연뿐만 아니라 부산 마리아구호소 등 불우시설 위문 연주를 비롯해 이웃돕기 행사 등에도 참여하며 사회의 소외된 이웃들을 위해 조금씩 발걸음 떼고 있었다.
그런대로 아직 우리 삶은 따뜻하며 외롭지만은 않은 듯 했다.
‘천지창조’에 구멍 뚫릴 수는 없는 일
그런데 최근에 드럼을 치는 단원이 사정이 생겨 빠지는 바람에 그에게 또 하나의 일이 더 생겼다.
차상옥 단장은 “드럼이 빠지면 안 되기 때문에 기타는 세컨드 기타로 대체하며 저는 드럼을 치기 시작했죠”라고 말한다.
그러나 마냥 이대로 갈 수는 없었다. 보컬도 맡은 터라 더 어려운 실정이었다.
그렇다고 5인조 밴드 ‘천지창조’에 구멍이 뚫릴 수는 없는 일.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했던가.
새 드러머로 원어민 교사 알렉스가 눈에 띈 것이다. 캐나다 토론토 출신인 그는 190cm의 훤칠한 키에 명덕여중에서도 꽃남으로 알려져 있다.
대화를 하다 우연히 그가 캐나다에서 12년간 드럼을 쳤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드러머를 권유하자 흔쾌히 그가 받아들여 다행히 드럼까지 치는 일은 면하게 되었다고.
이제 ‘천지창조’는 도약할 일만이 남았다. 부족하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그런데 물리학을 전공한 그에게 또 다른 재능 하나가 더 있다니.
학원 한번 다니지 않고 유학 한번 가지 않고 단지 혼자 영어공부를 했다는 그는 영어회화도 남에게 뒤지지 않을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
한때는 원어민 교사 알렉스와 4시간을 넘도록 대화를 나눈 적도 있다.
차상옥 단장은 “영어회화를 하는데 있어 단어를 몰라 회화를 못한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모르는 단어가 있다면 풀어서 얘기해도 충분히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먼저 귀가 열려야 한다고 강조하는 그는 “영어는 끊임없이 반복해서 제대로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음악도 영어도 삶에 있어 공부는 끝이 없단다.
교사가 되지 않았다면 아마 이름 없는(?) 가수가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차상옥 단장.
하나도 제대로 하기 힘든 세상에 기타면 기타, 드럼이면 드럼, 노래면 노래, 영어면 영어 못하는 게 없는 그를 보며 ‘노력’이라는 단어가 내심 스치며 부러운 마음으로 문을 나섰다.
박은심 리포터 ionews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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