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주를 하는 이유는 단지 간이나 다른 신체 부위의 건강이 나아지자는 것만은 아니다. 인생이 전반적으로 나아져 삶이 더 행복해지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단주 생활을 실천하면 모든 것이 달라지기 마련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매사가 더 맑아진다는 것이다.
과음이 잦다 보면 간 기능이 떨어져 황달이 생기는 수가 있는데, 처음에 흰자위가 누렇게 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모세 혈관도 확장하여 늘 눈도 벌겋다. 까만 자위는 초점이 없어 흐리멍덩하게 보인다. 그런데도 자신은 전혀 모른다.
더구나 과음의 문제가 있으면 안 그런 척 하지만, 스스로 자기 혐오감이 많아 거울에 비친 자신을 외면하는 수가 많다. 그래서 더욱 알 수가 없다. 그런데 술만 끊으면 달라진다. 술을 끊고 한 1년만 지나도 눈빛이 달라진다. 흰자위는 원래대로 하얘지고, 검은자위는 새까맣게 반짝인다. 눈빛이 맑아진 것이다.
단주를 하면 피부가 점점 얇아져서 감정의 변화에 따라 표정이 금방금방 살아난다. 상대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바로 표정으로 반응하는 모습은 대화를 촉진하므로 서로 간에 관계가 개선된다. 잘 씻고 면도도 자주하고 거울도 자주 보고 자신을 챙기면서 얼굴이 훤해진다. 단지 혈색만 좋아진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낯빛이 많이 맑아졌다고 한다.
말소리가 달라진다. 평소에 술이 없으면 지나치게 자기 세계에 몰두한다. 그래서 사람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도 아무 소리 없이 반응하지 않아 상대를 전혀 의식하지 않는 듯 보인다. 그러다가 술기운이 돌면 둘밖에 없어도 온 방안이 쩌렁쩌렁 울릴 듯한 큰 목소리로 고함치듯 말한다. 그러나 단주를 하면 성량도 상황에 알맞게 낮춰지고, 발음이 명료해지고, 목소리도 낭랑해진다. 목소리가 맑아진 것이다.
모든 것들이 맑아진다. 돈 문제나 권리나 의무와 같은 것들의 셈법이 맑아진다. 나와 상대, 나와 남과의 관계에서 바랄 것과 기대할 것, 그리고 버릴 것과 포기할 것들의 구분이 맑아진다. 부정적 생각이 사라지고 매사를 긍정적으로 보고 신념을 갖고 규칙과 규범에 따라 정의롭게 살아가니 생각이 맑아진다. 불안, 의심, 분노, 비관, 원망을 대신하여 평안, 확신, 관용, 수용, 낙관, 희망, 용서, 감사와 같은 마음이 자리 잡는다. 마음이 맑아진 것이다. 폭풍우가 지나가고 인생이 맑아진 것이다.
신정호 (연세 원주의대 정신과 교수, 강원알코올상담센터 소장)
무료 상담 : 강원알코올상담센터, 748-5119, www.alj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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