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사정관 기획③-입학사정관제에 대비한 올바른 스펙 쌓기
자발적인 의지와 추진력이 창조적인 포트폴리오를 만든다
‘어학, 경시대회 성적 등 사교육 유발 가능성 전형 요소 배제’, ‘교내 활동, 관심분야와 관련된 봉사나 체험활동 등이 중요한 평가요소’ 2012년 입학사정관제의 정착을 목표로 하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의 의지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면서 입학사정관 전형도 틀을 잡아가고 있다. 2010년 47개 대학에 불과했던 입학사정관 전형이 2011학년 대입에서는 118개 대학으로 확대, 모집인원이 3만7628명(9.9%)에 달한다. 왜 입학사정관제일까. 입학사정관제의 스펙은 화려함보다는 성실함, 이 점을 감안해 올바른 스펙을 쌓는 것이 필요하다.
‘결과→과정 중심’, ‘보편적→자신만의 스타일’로 생각을 전환하라
누구나 여덟 가지 지능을 갖고 태어나지만 환경이나 교육에 의해 특정 지능이 발현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각자가 가지고 있는 강점지능, 영역을 찾아내 그 능력을 개발하고 확대시켜나가야 한다는 게 하워드 가드너의 다중지능이론. 입학사정관제의 도입배경은 이와 다르지 않다. 입학전문가인 입학사정관은 대학의 모집전형에 부합하고, 자신의 적성과 흥미에 맞는 특정 분야에서 꾸준히 노력한 창의적인 인재를 선발하게 된다. 평가기준은 크게 학생부와 자기소개서, 심층면접으로 나뉜다. 흔히 스펙으로 불리는 포트폴리오는 학생부와 자기소개서를 평가하기 위한 참고자료. 인·적성, 잠재가능성 등을 기술할 수 있는 비교과영역, 즉 봉사나 다양한 관련 활동이 이에 포함된다. 그렇다면 포트폴리오가 화려할수록 더 좋은 것이 아닐까. 포트폴리오의 형식에도 모범 답안이 있지 않을까. 정진학원 박인희 교육개발연구실장은 “먼저 결과 중심에서 과정 중심의 사고로 전환해야 한다”고 단언한다.
“진로를 향한 꾸준한 성장 과정의 반영, 즉 아이의 히스토리가 녹아있는 것이 포트폴리오입니다. 그러니 저마다 다른 적성을 가진 아이들의 포트폴리오가 똑같은 형식을 취할 수가 없지요.” 비록 도전에 실패했더라도 자신의 인생에 소중한 경험이었다면 그게 곧 훌륭한 포트폴리오가 될 수 있다. 진로와 상관있는 일관된 활동이었는가도 중요한 요소. 이런저런 화려함으로 무장한 스펙이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배제되는 이유다.
일관성 있는 활동, 직간접체험인 봉사와 독서활동 중요해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싶은 A양은 방학 때를 이용해 한국은행 주최의 청소년 경제 캠프나 한일경제협회 주최의 한일고교생교류캠프에 참가했다. 경제 NGO 관련단체에서 지속적인 봉사활동도 펼치며 현장 인턴으로 참여하고 있다. 국제적인 비즈니스를 위해 토익(TOEIC)과 같은 영어 인증시험도 준비 중이다.
평소 무언가를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것을 즐기는 B군은 건축학과 진학이 목표다. 포스텍, 성균관대, 서울대 등에서 주최하는 과학 캠프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한편으론 우수 건축물들에 관한 서적과 신문 스크랩을 해나가고 있다. 가까운 곳의 건축물들은 짬을 내서 직접 돌아보고 사진으로 정리해두기도 한다. 기자의 꿈을 안고 있는 C양은 사회복지센터의 블로그를 직접 만들어 여러 관련 캠페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박인희 실장은 “일관된 진로개척의지를 보여주는 일례다. 어학·경시대회 성적이 반영은 안 되지만, 경영학과나 정치외교학과 같은 학과의 특성에 따라서는 이런 시험들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여기에 관련동아리 활동이나 봉사활동, 학과와 관련된 풍부하고 깊이 있는 독서이력을 기록한다. 독서활동들을 자신의 블로그나 문화예술위원회에서 운영하는 ‘글틴’이라는 사이트에 기록으로 남겨두는 것도 방법이다. 이처럼 독서는 간접체험, 봉사는 직접체험의 형태로 진로를 향한 자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게 된다. 대학의 전형별 자기소개서 항목만 살펴보더라도 학과의 지원동기와 대학이 지원자를 선발해야 하는 이유, 사회(학교, 동아리, 지역사회 등)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던 사례, 자신에게 영향력을 미쳤던 책과 그 이유를 기술하라는 등의 사항이 공통적으로 포함되어 있다. 이런 요소들로 지원자의 인생관이나 가치관, 진로에 관한 열정과 의지 정도를 충분히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포트폴리오를 만들어갈 수 있는 환경부터 마련해야
히스토리가 담긴 포트폴리오를 위해선 진로 설정이 선행되어야 하지만 아직 아이의 진로를 발견하지 못한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일단 이것저것 다 도전해보자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후에 진로에 맞는 활동들만 선택하자는 얘긴데 독서는 여기에서도 큰 힘을 발휘한다. 책을 통해 꿈을 꾸고 꿈이 관련 책읽기로 구체화되는 것을 보면서 아이의 진로를 가늠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고력 증진은 말할 것도 없다. 특히 자발적인 의지 없이는 책읽기가 실천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아이가 독서 안에서 즐거움을 발견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조동기국어논술전문학원 영통배움터 남태우 원장은 이런 아이를 두고 ‘준비된 학생’이라고 말한다.
“철학이나 사학 교수가 목표인 한 학생이 저를 찾아왔죠. 1학년 때 만났을 당시 학생은 마르크스의 자본론과 동서양 고전을 거의 읽었을 만큼 독서력이 상당했습니다. 당연히 철학 올림피아드에서도 금상을 수상했고요.” 남태우 원장은 이런 준비된 학생들의 부모님 대부분은 끊임없이 아이와 진로에 대해 얘기하는 등 진정한 서포터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고 전한다. 포트폴리오를 만들어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이 우선이다. 원활한 의사소통과 충분한 감정의 교류가 이뤄지는 화목한 가정 내에서 진로에 대한 꿈을 구체적으로 꿀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다.
오래 걸리더라도 생각할 시간과 마음의 여유를 줘라. 조급한 마음에 강제로 등 떠밀어 완성된 포트폴리오에는 한계가 있다. 내재적 동기에서 출발해 성취하는 과정에서 얻는 실패와 성공, 이 모든 것들이 자기주도적으로 이뤄졌을 때 입학사정관들 역시 그 아이의 히스토리에 백번이고 손을 들어줄 것이다.
도움말 정진학원, 조동기국어논술전문학원 영통배움터
오세중 리포터 sejoong7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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