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고교선택제를 도입한 서울지역의 일반계고 196곳의 학교별 입학 경쟁률이 20일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러나 수원지역은 평준화 이후 오래 전부터 고교선택제를 시행해 왔다. 학생에게 학교선택권을 주는 제도지만 후순위 지망 학교로 배정돼 취지가 무색해지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고교선택제에 따른 일반계고교의 배정방법과 영향 및 문제점들을 짚어본다.
학군내 배정(1단계)과 구역내 배정(2단계)으로 지원자 선발
수원의 일반계 고등학교의 배정대상자 선발은 지원자들의 중학교 내신 성적(200점)과 선발고사(100점)로 전형을 실시한다. 학생배정은 학생이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제출한 지망 순위를 바탕으로 각 고등학교에 배정하는 선지원 후추첨 방식을 시행하고 있다.
수원학군은 학군내 배정(1단계)과 구역내 배정(2단계) 두 단계로 이루어진다. 학군내 배정에서는 지원자가 출신중학교의 구역에 상관없이 수원학군 내에 소재한 26개 고등학교 중 5개 학교를 선택할 수 있다. 지망한 순위를 반영하여 학교별 정원의 50% 만큼 배정한다. 학군내 배정을 받지 못한 학생들은 구역내 배정을 통해 출신중학교가 소재한 구역의 고등학교 중 1개교에 추첨 배정된다. 구역내 배정은 북부(1구역)와 남부(2구역)로 구분된다. 1구역 졸업예정자는 남·여학생 모두 9개교, 2구역은 남13·여12개교 까지 지망하게 된다.
학교 간 선의의 경쟁으로 학습자 중심의 교육환경을 마련해 온 고교선택제
2002년도부터 지금의 방법으로 지원자들을 배정해 온 수원은 교육여건이 나쁜 지역 학생도 여건이 좋은 학교에 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왔다. 또한 고교들 사이에서는 학생·학부모의 선택을 받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동일 지역 내에서도 개별 학교가 어떤 노력을 하느냐에 따라서 학생들의 선호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진원 창현고 교무부장은 “선택을 받기 위해 선의의 경쟁을 하고, 교사 중심이 아닌 학습자 중심의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교사들이 열의를 가지고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학습 환경 개선, 생활지도 강화 등으로 좋은 학교 만들기에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 결과 명문대나 4년제 대학 진학률이 높은 학교가 생겨나면서 일정 학교로의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반면 진학률이 다소 낮거나 전통을 만들어 가야하는 신설 학교의 경우는 미달사태를 빚기도 한다.
학생들의 선택권을 보다 잘 반영할 수 있는 배정방법을 고민해야
올해 큰아들을 고교에 진학시킨 주부 문은영(우만동)씨는 학군에서 5개교를 선택하고, 지역 내에서 13개교나 차례로 순위를 정했던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머리가 복잡하다. 희망하는 고교선택의 폭을 넓혀주기 위한 방법이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많은 지망학교를 선택하는 절차가 꼭 필요한 것인지 의아스러웠다고. 김선영(영통동)씨도 인근 고등학교의 정보를 수집해, 고민을 거듭하며 희망학교를 선택했지만 의외의 결과에 당황했다. 가까이에 있는 많은 고교를 제쳐 두고 먼 거리의 학교로 배정받았던 것. 부랴부랴 통학차를 구해야만 했고 6시 반이면 집을 나서는 아들을 보면 슬슬 화가 나기도 한다. 수원지역에서는 약 10%의 학생들이 후순위 학교로 배정되고 있는 실정이다.
고교 평준화지역은 거리에 상관없이 배정된다는 경기도 교육청 관계자는“1지망에서 추첨되지 않는 경우 2지망에서 추첨되어야 하지만, 2지망으로 선택한 학교도 그 학교를 1지망으로 지원한 학생들로 채워졌을 경우 추첨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3,4,5지망의 경우도 마찬가지다”라고 전했다. 1지망이 배정되지 않았을 경우에는 2지망 이후에는 상대적으로 배정될 확률이 줄어들어 마지막 지망 학교로 배정되기도 한다는 설명이다. 이 문제에 대해 김진원 교부부장은“현재로서는 원거리의 학교로 배정을 피하기 위해서는 선호 고등학교와 비교적 지원율이 약한 고등학교를 적절히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경기도 교육청에서는 광교신도시로 인해 다수의 인구유입이 있게 되면 전문가의 연구나 설문·공청 과정을 거쳐 고교배정방법, 구역배정 등에 변화를 줄 예정이라고 전했다.
수원지역의 고교선택제의 취지와 결과가 만족스러운 측면도 있다. 하지만 지원하지도 않았던 먼 거리의 학교를 힘들게 다녀야 하는 학생들의 고충을 줄여주기 위해 보완책 마련이 시급한 것도 사실이다.
권성미 리포터 kwons0212@naver.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