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중개사 자격에 합격한 후 부동산중개사 사무실에서 일을 하시는 누님이 있는데 요즘 참 힘든 일이 많다는 하소연을 해 왔다. 7억원 이상 나가던 아파트의 시세가 4억5천만원으로 떨어지는 등 경기가 좋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렵게 계약을 한 것이 있는데 계약금을 받지 않고 계약서만 썼다고 하면서 효력에 대하여 물어보았다.
매매계약서 작성 후 매수자는 바로 은행에 직접 가서 계약금 500만원을 계좌이체 시켜준다고 나가더니 입금하지 않았고, 다음 날 오전까지 입금하겠다고 했으나 역시 입금이 되지 않았고 전화도 받지 않았다. 한 참 후 연락이 와서 아무래도 계약을 하기 어렵겠다고 하면서 계약금을 주지 않았으니 계약은 무효라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 계약이 무효가 되는지, 계약의 효력을 주장할 수 있다면 계약금, 위약금을 어떻게 정하는지가 문제된다.
계약금이 지급되지 않으면 계약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오해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계약금이 지급되지 않은 계약도 유효하다. 민법상 계약은 합의만으로 성립하기 때문에 계약금 지급과 상관없이 계약서에 도장을 찍으면 바로 효력이 발생한다.
심지어 ‘계약이 체결된 후 24시간 또는 48시간 이내이면 계약을 임의로 해제할 수 있다’고 오해하는 사람도 있는데 아무런 근거도 없다. 간혹 개발사업의 부지 내 토지를 매수하는 사람이 매도인에게 ‘계약금이 지급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계약은 아무런 효력도 없으니 일단 도장부터 찍자’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정말 근거 없는 이야기이다.
계약금을 포기하거나 배액을 배상하고 계약을 해제하는 것은 계약금 전부가 실제로 지급되어야 한다. 만약 계약해제를 원한다면 계약금 전부를 지급하여야 한다. 위 사례에서는 계약금이 실제로 지급된 바 없어 계약금 계약이 성립되지 않았으므로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는 방법으로도 계약을 해제할 수도 없다. 매수인의 전화통보는 매수인의 이행거절로 볼 수 있으므로 매도인은 잔금날짜를 기다리지 않고 계약의 강제이행을 청구하거나 계약을 해제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만약 서로 계약을 무효로 하기로 합의하였다면 계약서를 찢어버리는 것보다 계약서에 계약을 무효로 한다는 내용을 기재한 합의를 추가하는 것이 더 확실한 방법이다.
이재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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