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먹은 지 채 한 시간도 안 돼 과자나 빵이 당긴다면 탄수화물 중독을 의심해봐야 한다. 일명 ‘단맛 중독’이라고도 불리는 탄수화물 중독은 특히 여성과 아이들 사이에 발생 비율이 높아 가정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탄수화물 중독을 나타내는 다양한 증상들, 중독에서 벗어나는 방법과 예방법 등을 알아본다.
탄수화물 중독, 왜 생길까?
왼쪽의 셀프테스트 항목에서 10가지 이상이 자신에게 해당된다면, 당신은 탄수화물 중독을 경계해야 한다. 탄수화물 중독은 일반적으로 빵, 케이크 등 당이 많이 함유된 음식을 탐닉하는 증상을 일컫는 말. 탄수화물 음식을 섭취하면 우리 몸에서는 소화의 최종 산물로 포도당이 남는데, 과도한 포도당을 섭취하면 몸이 지속적으로 과도한 포도당을 요구한다 해서, ‘당 중독증’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3백 탄수화물 음식’이라 불리는 쌀밥, 백설탕이 많이 포함된 음식이 그 주범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의학계에서 탄수화물 탐닉(carbohydrate craving) 현상을 연구하기 시작한 시기(1980년대)와도 맞물린다. 분당차병원 가정의학과 박계선 교수의 얘기를 들어보자.
“통밀이나 보리 등 잡곡이 주식이던 예전과 달리 현대인들은 산업 발달과 함께 가공된 탄수화물을 즐겨 먹는데, 특히 설탕 등 당분만 남기고 다른 영양소들을 벗겨낸 ‘정제 탄수화물’이 문제가 되죠.” 결국 탄수화물 탐닉은 현대인의 증상인 셈이다. 이러한 정체 탄수화물 식품들은 몸속에서 혈당을 급격히 올려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 호르몬 분비를 강하게 자극하는데, 그 결과 혈당이 오른 만큼 다시 급격히 떨어지면서 저혈당과 같은 작용을 한다. 이때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분비되는데, 코르티솔이 분비되면 혈당을 올리기 위해 다시 단 음식을 찾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 박 교수는 “코르티솔은 강력한 식욕 촉진 물질인 NPY의 생성을 자극해 폭식을 유도하기 쉽다”고 강조한다.
비만부터 당뇨병까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심각한 수준
박 교수는 “아직까지 탄수화물 탐닉이 ‘중독(addiction)’ 현상이라고 명확하게 정립되지는 않은 상태”라고 설명한다. 즉 진단과 치료법이 뚜렷하게 제시된 질환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하지만 탄수화물 섭취 비율이 유독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다.
그렇다면 탄수화물 중독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 걸까? 피브로한의원 관악점의 양기태 원장은 탄수화물 중독의 결과로 세 가지를 짚는다. 첫째, 비만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당이 높으면 그만큼 지방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몸에서 인슐린이 분비되면 당 성분이 글리코겐이나 지방으로 바뀌는데, 혈당이 높으면 그만큼 지방이 많아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미죠.” 보다 심각한 것은 이 지방이 대부분 복부 지방으로 축적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둘째, 성인병에 걸리기 쉽다. 살이 찌면 혈액 내 중성지방이 많아지고, 결국 콜레스테롤 등의 수치가 높아져 혈관의 노화가 오는 것. 특히 탄수화물 중독은 인슐린의 과도한 분비로 몸의 당 조절 능력이 떨어지면서 당뇨병을 유발할 수 있다.
셋째, 노화가 촉진된다. 우리 몸은 당이 많아지면 산성화되는데, 이를 중화하기 위해 자연스레 몸속 알칼리나 미네랄 성분을 이용한다는 것. 그러다 보면 칼슘 등이 빠져나가 뼈가 약해지고 면역력이 저하되는 등 노화가 촉진되기 쉽다는 얘기다.
비만 소아는 특히 주의!
우리가 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 탄수화물 중독은 여성과 소아에게서 잘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스트레스를 먹는 걸로 푸는 주부나 간식 등 군것질에 익숙한 아이 모두 단 음식에 약하기 때문이다. 특히 주부들의 잦은 다이어트는 지방 양의 잦은 변화를 초래함으로써 몸이 지방이 많이 포함된 음식이나 과도한 당을 요구하게끔 만들어 결국 단걸 즐기는 식습관을 가져오기 쉽다.
게다가 생리를 하거나 우울할 때 단맛이 당기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호르몬 때문. 박계선 교수는 “수십 년 전부터 정신과 의사들은 우울증이나 생리전증후군 환자들에서 유독 탄수화물을 선호하고 탐닉하는 현상을 주목해왔다. 탄수화물 탐닉과 깊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밝혀진 것이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다. 만성 스트레스와 우울증이 있으면 세로토닌 분비가 감소하게 되고, 뇌는 다시 세로토닌 수치를 높이기 위해 탄수화물 섭취 욕구를 증가시킨다. 이때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하면 세로토닌이 많이 생성되어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평소 탄수화물을 포함한 단 음식의 섭취를 줄이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양기태 원장은 “갑자기 단 음식의 섭취를 줄이면 오히려 더 많은 당을 찾게 되므로, 인슐린의 과다 분비가 필요치 않은 비정제 곡류나 채소류를 섭취하라”고 조언한다. 감자, 쌀밥, 밀가루 음식, 단 과일, 설탕이 많이 들어간 음식, 인스턴트 식품이나 패스트푸드가 줄여야 할 식품 리스트. 반면 고구마와 같은 섬유질 식품은 탄수화물이 혈당으로 바뀌는 것을 느리게 해 급격한 인슐린 분비를 막아주므로 섭취를 늘릴 필요가 있다.
탄수화물 중독에서 벗어나려면 약 한 달간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2주간은 탄수화물을 최대한 줄이면서 떡, 감자, 단 과일 등을 끊는다. 식사를 조금씩 자주, 하루 5~6회 소식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2주 이후 조금씩 하루 한 가지 정도 당을 늘린다. 또 생강차나 오미자차, 녹차 등을 마시면 입도 심심하지 않고 인슐린 과다 분비에도 도움이 된다.
문영애 리포터 happymoon30@naver.com
도움말 박계선 교수(분당차병원 가정의학과)
양기태 원장(피브로한의원 관악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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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수화물 중독, 왜 생길까?
왼쪽의 셀프테스트 항목에서 10가지 이상이 자신에게 해당된다면, 당신은 탄수화물 중독을 경계해야 한다. 탄수화물 중독은 일반적으로 빵, 케이크 등 당이 많이 함유된 음식을 탐닉하는 증상을 일컫는 말. 탄수화물 음식을 섭취하면 우리 몸에서는 소화의 최종 산물로 포도당이 남는데, 과도한 포도당을 섭취하면 몸이 지속적으로 과도한 포도당을 요구한다 해서, ‘당 중독증’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3백 탄수화물 음식’이라 불리는 쌀밥, 백설탕이 많이 포함된 음식이 그 주범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의학계에서 탄수화물 탐닉(carbohydrate craving) 현상을 연구하기 시작한 시기(1980년대)와도 맞물린다. 분당차병원 가정의학과 박계선 교수의 얘기를 들어보자.
“통밀이나 보리 등 잡곡이 주식이던 예전과 달리 현대인들은 산업 발달과 함께 가공된 탄수화물을 즐겨 먹는데, 특히 설탕 등 당분만 남기고 다른 영양소들을 벗겨낸 ‘정제 탄수화물’이 문제가 되죠.” 결국 탄수화물 탐닉은 현대인의 증상인 셈이다. 이러한 정체 탄수화물 식품들은 몸속에서 혈당을 급격히 올려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 호르몬 분비를 강하게 자극하는데, 그 결과 혈당이 오른 만큼 다시 급격히 떨어지면서 저혈당과 같은 작용을 한다. 이때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분비되는데, 코르티솔이 분비되면 혈당을 올리기 위해 다시 단 음식을 찾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 박 교수는 “코르티솔은 강력한 식욕 촉진 물질인 NPY의 생성을 자극해 폭식을 유도하기 쉽다”고 강조한다.
비만부터 당뇨병까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심각한 수준
박 교수는 “아직까지 탄수화물 탐닉이 ‘중독(addiction)’ 현상이라고 명확하게 정립되지는 않은 상태”라고 설명한다. 즉 진단과 치료법이 뚜렷하게 제시된 질환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하지만 탄수화물 섭취 비율이 유독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다.
그렇다면 탄수화물 중독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 걸까? 피브로한의원 관악점의 양기태 원장은 탄수화물 중독의 결과로 세 가지를 짚는다. 첫째, 비만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당이 높으면 그만큼 지방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몸에서 인슐린이 분비되면 당 성분이 글리코겐이나 지방으로 바뀌는데, 혈당이 높으면 그만큼 지방이 많아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미죠.” 보다 심각한 것은 이 지방이 대부분 복부 지방으로 축적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둘째, 성인병에 걸리기 쉽다. 살이 찌면 혈액 내 중성지방이 많아지고, 결국 콜레스테롤 등의 수치가 높아져 혈관의 노화가 오는 것. 특히 탄수화물 중독은 인슐린의 과도한 분비로 몸의 당 조절 능력이 떨어지면서 당뇨병을 유발할 수 있다.
셋째, 노화가 촉진된다. 우리 몸은 당이 많아지면 산성화되는데, 이를 중화하기 위해 자연스레 몸속 알칼리나 미네랄 성분을 이용한다는 것. 그러다 보면 칼슘 등이 빠져나가 뼈가 약해지고 면역력이 저하되는 등 노화가 촉진되기 쉽다는 얘기다.
비만 소아는 특히 주의!
우리가 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 탄수화물 중독은 여성과 소아에게서 잘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스트레스를 먹는 걸로 푸는 주부나 간식 등 군것질에 익숙한 아이 모두 단 음식에 약하기 때문이다. 특히 주부들의 잦은 다이어트는 지방 양의 잦은 변화를 초래함으로써 몸이 지방이 많이 포함된 음식이나 과도한 당을 요구하게끔 만들어 결국 단걸 즐기는 식습관을 가져오기 쉽다.
게다가 생리를 하거나 우울할 때 단맛이 당기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호르몬 때문. 박계선 교수는 “수십 년 전부터 정신과 의사들은 우울증이나 생리전증후군 환자들에서 유독 탄수화물을 선호하고 탐닉하는 현상을 주목해왔다. 탄수화물 탐닉과 깊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밝혀진 것이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다. 만성 스트레스와 우울증이 있으면 세로토닌 분비가 감소하게 되고, 뇌는 다시 세로토닌 수치를 높이기 위해 탄수화물 섭취 욕구를 증가시킨다. 이때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하면 세로토닌이 많이 생성되어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평소 탄수화물을 포함한 단 음식의 섭취를 줄이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양기태 원장은 “갑자기 단 음식의 섭취를 줄이면 오히려 더 많은 당을 찾게 되므로, 인슐린의 과다 분비가 필요치 않은 비정제 곡류나 채소류를 섭취하라”고 조언한다. 감자, 쌀밥, 밀가루 음식, 단 과일, 설탕이 많이 들어간 음식, 인스턴트 식품이나 패스트푸드가 줄여야 할 식품 리스트. 반면 고구마와 같은 섬유질 식품은 탄수화물이 혈당으로 바뀌는 것을 느리게 해 급격한 인슐린 분비를 막아주므로 섭취를 늘릴 필요가 있다.
탄수화물 중독에서 벗어나려면 약 한 달간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2주간은 탄수화물을 최대한 줄이면서 떡, 감자, 단 과일 등을 끊는다. 식사를 조금씩 자주, 하루 5~6회 소식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2주 이후 조금씩 하루 한 가지 정도 당을 늘린다. 또 생강차나 오미자차, 녹차 등을 마시면 입도 심심하지 않고 인슐린 과다 분비에도 도움이 된다.
문영애 리포터 happymoon30@naver.com
도움말 박계선 교수(분당차병원 가정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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