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 하면 으레 사람들은 따뜻한 사랑만을 연상한다. 갓난아기를 돌보는 어머니의 지극히 따뜻한 사랑 같은 그러한 사랑만이 가장 이상적이고 완벽한 것으로 단정해 버린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인생 동안에는 그렇지 않은 사랑도 흔하다. 예방주사를 맞히느라 기가 넘어가며 우는 아기를 움직이지 않게끔 힘껏 안아 꼼짝 못하게 하는 엄마는 냉정한 사랑이 필요하다.
단주를 이루기 위한 보호자의 사랑에서 지지와 관심은 필수적이지만 여기에는 어디까지나 냉정이란 요인이 또한 절대적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를 잘 이해하지 못 하고 그렇게 행동하지 못해 단주가 어려워지는 수가 흔하다. 특히 부모가 보호자인 경우 더 그러하다. 누구나 처음에는 맹목적으로 지나치게 감싸고 해결해주다가 언젠가부터 마음속으로부터 회의가 생긴다.
그런 점에서 아들들이 알코올 의존인 중년의 K씨나 칠순의 H씨는 퍽 예외적이다. 그들은 단주하는 아들들과 어떻게 살고 있는가.
무엇보다 분리라고 하는 특성이 가장 두드러진다. 두 사람 모두 본디 아들들과 너무 밀착하여 연결되어 살아온 사람들이었다. K씨가 늘 말하는 요체는 아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드라도 이에 말려들어 매사를 결정하는 식의 대답을 삼가려고 애쓴다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무슨 일이든 본인의 책임 아래 결정하고 행동하게 한다는 것이다.
지난날에 아들이 이런 저런 것을 말하면, 늘 걱정이 앞서 먼저 해결 방법을 일러주는 식으로 반응하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의 결론은 아들이 말하면 잘 경청하고 그 마음에 공감할지언정 무슨 결정을 먼저 내리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녀를 이를 두고 아들과 말을 섞지 말라고 표현하였다.
미혼인 큰 아들과 함께 사는 H씨는 평생 아들 걱정 하느라 집안에만 들어박혀 살던 모습에서 벗어나, 요즘에는 으레 혼자 밖으로 나가 친구들 만나고 놀며 지낸다고 한다. 아직은 바깥출입을 꺼려 집안에 들어박혀 컴퓨터만 하는 아들에게 잔소리를 하기보다, 먼저 행동으로 본을 보이며 자신의 삶은 스스로 알아서 살라는 메시지라고 한다.
아들이 도움을 요청하면 반응하지만, 스스로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이라면 결코 먼저 움직이지 않는다고 한다. H씨부터 진정으로 자신의 삶을 살며 휘둘리지 않으니까, 아들도 점점 자신의 삶을 찾아 조금씩 자주적으로 생활한다고 한다.
신정호 (연세 원주의대 정신과 교수, 강원알코올상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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