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반찬 이야기

“맛있다”는 칭찬은 아내를 요리의 달인 만든다

지역내일 2010-04-09 (수정 2010-04-09 오전 9:52:44)

‘오늘은 또 뭐 해먹을까?’
주부들에게 반찬거리 걱정은 끊일 날이 없다. 특히 요즘처럼 입맛 없는 나른한 봄철에는 고민이 한층 더해진다. 약간의 노하우는 있겠지만 매일 차려내야 하는 밥상이다보니 한방에 그런 고민을 해결해 주는 큰 해법은 없는 듯 하다. 가족 서로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있다면 어떤 반찬도 특별한 우리집만의 별미가 되지 않을까.
“맛있다”는 칭찬 한마디에 백배 용기를 얻어 이것저것 만들어 주고 싶고, 여러번 만들다 보면 어느새 요리사 부럽지 않은 실력을 갖출 수 있지 않을까.
반찬을 둘러싼 옥신각신 혹은 알콩달콩 재미있는 사연들을 들어봤다.




“이기 밥이가?”라는 남편 투정, “이제부터 밥 없다”로 잠 재우다
   

결혼 12년차인 이수연 주부 역시 신혼 초 너무나 소박한 밥상 때문에 남편과 신경전을 벌였다. 어느 날 아침 남편은 밥 먹다 말고 “이기 밥이가?”라며 반찬 투정을 시작했던 것. 그러면서 이내 “회사 동료 이승원씨는 아침에도 고기 없으면 밥을 안 먹는다 하더라”며 펀치를 날렸다.
평소 순하던 남편의 투정에 황당해하던 이 씨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 반격에 나섰다. “이기 밥이 아니면 뭐고?”라고 되받아친 후 상을 물렸다. 그리고 “이제부터 밥 없다”며 오히려 협박했다.
투정이 씨도 안 먹히자 당황한 남편은 바로 꼬리를 내렸다. 그리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신혼 초에 기선을 잡아야 반찬이 달라진다고 해서”라며 궁색한 변명을 했다.
그날 아침 이후로 이제껏 주면 주는 대로 아무런 불평없이 밥을 먹는다는 남편. 괜한 얘기를 꺼냈다가 본전도 못 건졌다며 애통해했다고. 돌이켜보면 없는 반찬에 투정할만했다며 지금은 그나마 솜씨가 늘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또 남편이 워낙 순해 그런 협박이 통했다면서 아무나에게는 통하지 않을 거라며 웃었다.




시어머니표 반찬만 칭찬하는 남편 너무~ 얄미워

결혼 7년 차 주부 이정희(38·좌동)씨는 얼마 전까지 직장을 다니다 전업주부가 됐다. 집에서 아이 챙기고 낮잠도 잘 수 있는 달콤한 생활을 꿈꿨지만 제대로 되는 일이 없는 게 현실이다. 그 중에서 가장 곤혹스러운 것은 반찬 검사하는(?) 남편과 함께 하는 저녁식사시간이다.
“반찬 하나하나 출처를 확인하는 남편, 너무~ 얄미워요. 게다가 시댁거랑 친정 걸 꼭 구분하고 간에서부터 재료의 신선도까지 따지니 참다가도 화가 나요.”
전업주부가 되면 반찬 나오는 요술방망이가 생기는 것도 아니고 누가 만들었는지 꼭 따질 필요까지 있을까? 친정엄마표 반찬과 시어머니표 반찬을 두고 맛 품평을 하다 결국 시어머니표 반찬 칭찬으로 끝이 난다.
‘얄미워도 얄미워도 요렇게 얄미우랴~~ 식은 밥이 그릇그릇 나도 너 주기 싫다’던 시구가 딱 떠오른다고 한다.   




우연히 첫 집들이 메뉴로 성공한 갈비찜, 고정 단골 메뉴 되다

결혼 7년차 주부 이진주(34·수영동)씨는 신혼 초 집들이를 통해 갈비찜의 달인이 되었다고 한다.
결혼 후 맞벌이에다 그렇다고 특별한 요리 솜씨가 있었던 것도 아니라 집들이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는데 주위의 성화에 못 이겨 몇 달 만에 겨우 집들이를 하게 됐단다. 그런데 집들이 날짜를 잡아놓고는 걱정이 앞섰다. 할 줄 아는 거라곤 카레라이스랑 김치찌개 메뉴 두가지 뿐인데 그 큰 상을 무슨 메뉴로 채우느냐가 문제였다.
우여곡절 끝에 갈비찜 만드는 법을 배운 이 씨는 첫 집들이를 성공적으로 치렀다. 그 후 집들이 때 마다 갈비찜을 하게 되면서 갈비찜의 달인이 되었다고.
“그 때 당시 남편의 맛있다는 말 한마디에 힘을 얻어 갈비찜으로 집들이를 하게 됐어요. 갈비찜을 얼마나 많이 했던지 지금은 갈비찜 한다하면 남편이 저녁 먹고 들어온다 하네요. 호호호”




양 못 맞춰 큰 솥 한 가득 아내 생일 미역국 끓인 남편, 사랑스럽죠?

결혼 11년차 주부 김진숙(38·온천동)씨는 남편이 끓여주는 미역국이 가장 맛있다고 말한다.
그 이유인 즉 해마다 김 씨의 생일날 미역국을 끓여주는 남편이 해가 갈수록 노하우를 터득해 지금은 아이들도 자신보다 남편이 끓인 미역국을 더 맛있다고 할 정도란다.
“첫 생일 땐 남편이 슈퍼에서 파는 즉석미역국을 사와 끓여주더니 그 다음 해엔 진짜 미역국을 끓여주겠다며 큰 소리 치더라고요. 그런데 미역을 얼마나 많이 담궜던지 곰국처럼 한 솥 끓여놓은 것 있죠.”
으레 미역국을 처음 끓일 때 한번은 겪는다는 마른 미역 양을 못 맞춘 것. 점점 불어난 미역을 어쩌지 못해 곰국 솥에다 한가득 끓여놓았더란다. 김 씨는 미역국을 거의 일주일을 먹으며 남편의 무지막지한 사랑을 느꼈다고.  




김부경·김영희·이수정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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