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복(사진·62) 경북 영양여고 교장은 공교육계의 ''마이더스(Midas)의 손''이다.
시골학교를 불과 몇 년만에 명문학교로 키우는 재주(?)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박교장은 이같은 별칭에 대해 담담하다.
"아이들에겐 된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교사들은 열심히 지도하고 사학재단은 믿고 맡겨주면 학교 공교육은 살아난다고 봅니다. 다만 교장이나 교사의 열정이 없으면 불가능합니다."
청도 이서고등학교를 명문고로 발전시킨 박교장은 2001년 학교법인 율호학원의 삼고초려(三顧草廬)와 같은 요청을 받고 영양여고에 왔다.
"당시에는 교정은 텅빈듯 했고 학생들은 사고뭉치로 낙인찍혀 있었으며 교사들은 파벌로 나눠 있어 지역사회에서 골칫덩이학교라는 평을 듣고 있었습니다"
박교장은 부임하자마자 학생들과 상담에 들어갔다. 하루 24시간을 학생들과 같이 생활하다 시피하며 학생 1명당 1~2시간씩 상담하며 진로와 가정상황 등을 파악했다. 그는 담임교사들보다 전교 학생의 사정을 더 상세히 알고 있었다. 이젠 아이들의 눈빛만 봐도 상태를 알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학생들에게 ''나도 영재가 된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상담이 끝나면 "''열공''으로 능력을 길러 세계속으로 나아가 국가와 사회에 꼭 필요한 1등 국민이 되자"라는 작은 메모지도 학생 손에 쥐어줬다.
280여명의 전교생 전원이 기숙사에 합숙하는 자율형 학교로 하루 24시간을 학교에서 보내는 점을 고려해 학생편의 시설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3만그루의 나무를 심고 운동장을 잔디와 우레탄으로 바꿨으며 1인1좌석 독서실, 12년간 무사고 급식시설, 헬스장 등을 비롯 8천여권의 장서를 확보한 도서관 등을 갖췄다. 박교장은 특히 매년 학생들의 희망도서는 100%구입해 비치한다.
박교장은 학생에 대한 관심과 지원 못지 않게 교사들의 열정도 이끌어 냈다.
교사들에게도 교육방송 수능강의과 인터넷 강의를 듣게 했다. 또 교과에 대한 교재도 한권씩 저술하게 했다. 현재 86권의 자체교재가 발간돼 학생과 학부모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이 학교 교사들은 오후 정규수업이 끝나면 교장의 권유로 대부분 정시에 퇴근한다.
방과후 시간은 외부강사가 맡는다. 대구와 서울의 유명강사를 초빙해 강의를 듣게 한다.
"교사는 방과후엔 교과연구를 위해 충분한 휴식를 보장해 줘야 합니다. 교장이 나와 밤늦게 까지 기숙사 사감역할도 하고 상담도 하면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박교장은 특히 "사학재단의 간섭없이 완전히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었던 것도 학교발전의 큰 힘이 됐다"고 했다.
"책장 넘기는 아이들의 모습이 봄에 피는 꽃처럼 느껴진다"는 박교장은 35년 교직생활 동안 자신의 결혼식날 하루만 결근하고 평생을 학생과 함께 동고동락했다. 그게 그의 유일한 낙이고 보람이었다.
영양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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