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주를 위해 고독해야 할 이유

지역내일 2010-03-19

단주를 잘 하자면 사람을 끊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이는 그동안 생활이 모두 술과 연관되고 만나는 사람마다 술로 엮였기 때문에, 술을 끊으려면 술친구를 만나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다. 단주를 넘어서서 단주 생활로 변화와 발전을 이루자면, 감정적 성숙과 인격의 통합을 위하여 조금은 고독해야 하다는 뜻이다.


단주를 시작할 때 꼭 권하는 것이 운동이다. 그것도 가능하면 홀로 하는 운동을 권한다. 그러나 걷기, 달리기, 수영, 요가, 자전거 타기, 중량 운동 같이 혼자서 하는 운동들을 시작하면 처음에는 재미를 느끼기 어렵다. 특히 과음의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더욱 그러하다.


무언가 격렬하고 자극적이라야 감흥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탁구나 테니스 같이 승부를 가리며 격렬하거나, 내기 골프 같은 운동에 더 스릴을 느끼고 재미있어 한다.


상대가 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사람을 의식하여 긴장하기 쉽다. 이는 단주를 통하여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것과는 반대이다. 술 대신에 운동으로 이완하고 자유롭기를 바라는 것인데 오히려 더 긴장하고 억압할 뿐이다.


홀로 하는 운동의 이점의 하나는 고독이다. 혼자 단조로운 운동을 하는 동안에 생각이 맑고 깊어진다. 자신의 내면을 직면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 갈등과 번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하고 새로운 차원에서 해결책을 찾을 수 있게 한다. 궁극적으로 내면의 평화와 자유를 얻는다. 이런 경험으로 깨달음을 얻어 평상적으로도 맑은 생활이 가능한 새로운 습관을 확립한다. 깨달음에 따른 희열도 무척 크다.


술을 끊고 나면, 모든 것이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한 것과는 달리, 대부분 조만간에 외로움과 권태의 힘든 때가 닥쳐온다. 과음의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이런 상황을 더 못 견딘다.


단주 생활로 제대로 회복하자면 단주를 넘어 감정적 발달과 성숙이 필수적이다. 그러자면 초기에 겪는 외로움과 권태를 직면하여 잘 극복해야 한다. 이런 감정적 고통이 없어야 단주할 수 있다고 조건을 걸면, 술을 끊기란 영원히 불가능하다. 오히려 자아를 발전시키는데 필요한 중요한 경험으로 보고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


인간은 본디부터 고독한 존재라는 것을 자각하자. 외로움은 바로 이런 점을 깨닫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 늘 사람들과 어울려 흥청거리며 떠들썩하게 지낸다면 그런 기회는 없다.


그래서 회복의 과정에서는 늘 ‘혼자서도 잘 해요’ 라는 금언을 상기시키지 않는가!


 

 



신정호 ( 연세 원주의대 정신과 교수, 강원알코올상담센터 소장 )


무료 상담 : 강원알코올상담센터 748-5119 http://yonsei.alj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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